한달 뒤 간토학살 100주기…진상규명법 이번에는 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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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재일 조선인에게 가장 주목받은 민족운동이 있다.
1923년 간토(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및 규탄 운동이다.
2003년 일본변호사연합회가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이 일본 정부 책임이라며 고이즈미 당시 총리에게 사죄와 진상규명을 권고한 것은 이런 노력의 연장선에 있다.
2014년 19대 국회 여야의원 103명이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사건 진상규명 특별법안을 발의한 것은 전환의 계기였지만, 그나마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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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박덕진 | ‘시민모임 독립’ 대표
일제강점기 재일 조선인에게 가장 주목받은 민족운동이 있다. 1923년 간토(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및 규탄 운동이다. 1924년 3월 일본 오사카 나카노시마 공회당에서 조선인 학살 규탄대회가 열렸다. 30명의 보고자가 연단에 올랐고, 격분한 참석 청중은 7천 명에 달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가?
1923년 9월1일 간토 지역에 대지진이 발생했다. 큰 화재와 막대한 인명피해가 있었다. 하지만 진짜 참혹한 재앙은 지진 이후에 일어났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일본인을 공격하고 부녀자를 겁탈하고 있다”는 유언비어들이 조직적으로 유포됐다. 이것을 빌미로 일본 군대, 경찰, 민간 자경단은 조선인 학살을 무차별 자행했다. 일본 사회의 조선인 혐오가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은 조선인 희생자를 6661명으로 추산했다. 전대미문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 범죄였다.
해방 뒤에도 재일 조선인을 중심으로 운동은 지속됐다. 진실을 향한 역사전쟁이었다. 재일사학자 강덕상과 금병동이 1963년 편찬한 ‘현대사 자료 6: 간토대진재와 조선인’은 이런 맥락에서 출간한 역작이다. 양심적 일본 시민사회가 함께했다. 일조협회는 1963년 ‘조선인희생자조사위령특별위원회’를 조직하고 진상조사를 전개했다. 1973년 도쿄 요코아미쵸 공원에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를 세우고 공식 추도식을 시작했다. 올해 9월1일에도 열리는 이 추도식은 50년을 이어온 행사다.
니시자키 마사오 사단법인 봉선화 이사의 노력은 눈물겹다. 대학에 재학하던 1982년 사건을 접한 뒤 조선인 학살 장소인 아라카와 강변에 자리잡고 40년 넘게 진상조사와 추도 활동을 하고 있다. 2003년 일본변호사연합회가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이 일본 정부 책임이라며 고이즈미 당시 총리에게 사죄와 진상규명을 권고한 것은 이런 노력의 연장선에 있다. 한편으로 놀랍고, 다른 한편으로 한없이 부끄럽다. 이 모든 활동이 대한민국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진행됐기 때문이다. 2014년 19대 국회 여야의원 103명이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사건 진상규명 특별법안을 발의한 것은 전환의 계기였지만, 그나마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올해 9월1일은 간토 조선인 학살 100주기가 되는 날이다. 역사는 경험한 자들이 기억하며 전승한다. 그리고 기억하는 자들을 위해 복무한다. 2022년 드라마 ‘파친코’가 이 제노사이드 사건을 조명했다. 한국 시민사회가 연대한 ‘간토 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가 발족한 데 이어 재일동포와 일본 시민단체들도 100주기 추도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21대 국회의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100명 여야 의원들이 다시 ‘간토 대학살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역사전쟁의 새로운 국면이다.
도쿄 요코아미쵸 공원에서 50년 추도식을 이어온 고령의 미야카와 야스히코 일조협회 도쿄도연합회장은 현장을 찾은 ‘시민모임 독립’ 방문단에게 말했다. “간토 조선인 희생 100주기, 이제 싸움은 시작입니다.” 시민모임 독립은 2021년과 2022년에 이어 ‘기억’을 위한 활동을 시작한다. 일본 정부의 간토 학살 진상공개와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일본대사관 앞에서 8월 한 달 동안 전개한다. 21대 국회가 19대 국회의 전철을 밟는 것을 반대한다. 이번에는 진상규명특별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 100년 전 조선인 학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야만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일본과 한국이 함께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일본대사관 앞에 다시 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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