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정보도 공개 않는 일본을 왜 대변하나

한겨레 2023. 7. 3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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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 성일종 위원장(가운데)이 지난 7월19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긴급 토론회 ‘후쿠시마 괴담 어떻게 확산되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문상배 | 60대·서울시 강남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찬반양론이 격화하고 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해 국민의 우려를 괴담과 선동으로 치부하고 앞장서서 일본 입장을 대변하는 정부와 여당의 태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부산을 포함해서 한국과 태평양 연안에 있는 다른 나라의 어업인이나 일반인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로 얻는 이득이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왜 이들이 바다 환경의 방사능 오염에 직면해야 하는가. 일본 자국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인류 공동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왜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일본을 옹호하고 있는가.

인간이 오염수를 방류해 만들 위험에 대해, 한번 방류하면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대해, 후속 세대까지 지속할 위험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위험에 대해 불안해하는 국민에게 정부와 여당은 답해야 한다. 오염수 배출을 정당화하려면 오염수 배출에 따른 공동체의 이득이 경제·사회·환경적 해로움보다 커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답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우려를 광우병 괴담과 선동이라고 주장한다. 광우병 파동 때 많은 국민이 촛불을 들었기 때문에 30개월 이하로 월령을 제한하고 특정 부위 수입을 금지하는 등 보건 주권과 검역 주권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소에게 먹이던 육골분, 맥주 찌꺼기 등 단백질 사료를 제한하는 미국의 정책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미국은 세계동물보건기구(OIE)으로부터 광우병 청정국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은 엄연한 사실을 부정하고 호도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한국의 총리가 나서 과학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으며 마실 수도 있는 안전한 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일본이 방류하지 않고 자국에 가둬두고 공업용수나 농업용수로 사용하면 될 일이다. 일본 국내에 두는 건 위험하고 바다에 방류하는 건 문제가 없다니, 이런 논리적 모순이 어디 있는가.

오염수 방류에 따른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명확한 과학적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도쿄전력이라는 민간회사가 운영하는 후쿠시마 원자로는 사고가 난 뒤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아무리 기사를 찾아봐도 원자로가 녹았다는 것까지는 확인 가능한데, 바닥에 있는 핵물질이 어떤 상태인지를 명확하게 알 수 없다. 방류하려는 오염수 속에 어떤 종류의 방사성 물질이 어느 정도의 농도로 들어가 있는지 그 누구도 모르는 상태다.

과학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상태에서 세슘이나 삼중수소 등 핵발전소 사고에서 나온 여러 다양한 방사성 물질이 퍼져 나가는데 모든 방사성 물질을 채집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지표 물질로 보통 채집하기가 용이하고 정확도가 높은 것들을 채집한다. 세슘 같은 게 그 가운데 하나고 삼중수소도 그렇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표 물질로 채집한 것들의 유해성 논쟁을 지금 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 데이터가 없는데 해양생물에서 발견된 지표 물질의 농도를 가지고 오염수의 안전성이나 위험성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도대체 가능한 일인지 어처구니가 없다.

적어도 도쿄전력이 데이터를 갖고 있는지 여부를 정확하게 얘기해야 하고, 데이터를 갖고 있지 못하다면 왜 갖고 있지 않은지를 얘기해야 한다. 그 원자로 상태에서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의 오염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의 논쟁은 터무니없는 논쟁이다. 환경 안전성과는 무관한 핵확산 방지 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일본 민간회사의 중간에 일본 정부가 끼어 있으니 투명하게 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도쿄전력은 사고가 일어난 뒤 자기들 총리 말도 듣지 않고 데이터를 숨기고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런데 지금 그곳에서 제공하는 데이터가 투명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판단하려면 필요한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정보 자체가 너무 빈약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판단을 보류하고 더 정확한 검증이 필요하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다면, 반대하는 국민을 설득하려면 투명한 정보 공개가 우선이다.

우리 정부와 여당은 일본 입장을 대변하고 오염수 방류를 서두를 필요가 있는가.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대다수 국민의 소리를 먼저 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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