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부실시공은 왜 반복되나…민간도 ‘공사기간 기준’ 적용해야

한겨레 2023. 7. 3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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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월30일 오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송주현 |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

지난해 1월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광주 아파트가 38층부터 23층까지 폭탄을 맞은 듯 무너져 내렸다. 15개월 뒤인 올해 4월29일 지에스(GS)건설이 시공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의 지하1·2층 주차장 상부가 붕괴했다.

지난해 11월 8개 동 847가구가 입주예정이었던 광주 아파트는 철거 뒤 준공까지 5년10개월이 소요돼 최소 2029년에나 입주가 가능하고, 검단신도시 아파트는 올해 12월 17개 동 1666가구가 입주 예정이었으나 철거 뒤 재시공이 결정되면서 5년 뒤인 2028년에나 입주가 가능하다고 한다. 국토교통부는 두 아파트의 붕괴 원인이 모두 부실시공이라고 발표했다. 철거와 재시공 등에 현대산업개발은 3750억원, 지에스건설은 5500억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새 아파트에 입주할 꿈에 부풀었던 2500여 가구는 앞으로 5년이 넘는 긴 시간을 감당해야 한다. 현대산업개발과 지에스건설은 입주예정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하겠다고 하지만, 부실시공과 입주 지연으로 인한 물질·정신적 피해를 오로지 감당해야 할 입주예정자들이 무슨 죄란 말인가.

두 아파트 사고를 조사한 사고조사위원회 등의 발표를 종합해보면, 부실시공을 발생케 한 원인은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콘크리트 양생 기간을 충분히 가지지 않았고, 설계를 임의 변경해 작용 하중이 설계보다 2배 이상 증가했으며, 동바리(가설 지지대)를 조기 철거해 하중을 제대로 지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매번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가능한 저렴한 공사비로 아파트를 건설하고, 안전이나 시공품질은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무조건 빨리빨리 공사한다는, 수십 년을 이어져 온 건설공사 관행이 그 원인이다. 정부와 건설사를 비롯해 공사관계자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은 채, 사고만 발생하지 않으면 된다는 안일한 인식과 제대로 된 규정이 없는 것이 문제다. 아파트를 시공하는 건설사는 공사 기간을 단축해 많은 이득을 남기기 위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 발주기관이나 민간시행사는 저렴한 비용으로 빨리 준공하기만 바랄 뿐이다. 발생하는 사고는 ‘재수 없어서 발생하는 사고’라는 안일한 건설사의 인식을 정부도 그대로 방관한 채 묵인했고, ‘단기간 공사완료’는 대한민국 건설산업의 수치스러운 경쟁력이 돼버렸다.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정부와 전문가는 부실시공이 문제이니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실시공으로 매년 크고 작은 건설공사 사고가 계속 발생한다. 부실시공을 막을 대안으로 3가지를 제시하겠다.

첫째, 제대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적정한 공사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 건설공사는 옥외작업의 특성상 기후의 영향으로 공사가 중단되고, 문화재가 발굴되거나 현장 민원이 발생해도 공사가 중단된다. 이러한 조건을 반영해 공사 기간을 산정해야 하고,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고, 8시간 노동시간을 보장하는 공사 기간을 책정해야만 시공의 품질도 보장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 공사에만 2021년부터 국토부 장관 고시로 ‘공공건설공사의 공사기준 산정기준’이 시행되고 있을 뿐, 민간 공사는 어떠한 규정도 없이 경험을 바탕으로 주먹구구식으로 공사 기간을 산정할 뿐이다. 민간공사도 공사 기간 산정 기준을 명확히 하고, 공공 공사는 현재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둘째, 제대로 산정한 공사 기간에 따라 적정한 공사비를 책정해야 한다. ‘싸고 좋은 것은 없다.’ 싸기만 한 공사비용은 질 나쁜 시공품질을 가져올 뿐이다. 여기에 불법적으로 행해지는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한 공사비 후려치기 관행도 타파해야 한다.

셋째, 건설공사의 설계 단계부터 준공에 이르기까지 모든 건설공사의 주체인 발주자, 건설사, 건설노동자, 감리자, 지방자치단체 등 모두가 공사에 대해 제대로 된 감시와 감독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역할을 규정하는 법안인 ‘건설안전특별법’이 3년째 국회에 계류돼 있다. 법 제정을 통해 공사품질을 높이는 것이 부실시공을 막는 대안이다.

윤석열 정부가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을 내세우며 건설노동자를 ‘건폭’이라며 범죄자로 낙인찍고 탄압한 지 10개월이다. 그러나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하고, 불법을 지속적으로 행하고 있는 진짜 원인은 정작 근절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라도 부실시공의 원인을 근절하고 제대로 된 대안을 만들어 선량한 국민이 부실시공 피해를 보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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