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어봅시다] `한국판 나사` 꿈꾸던 우주항공청, 속 빈 강정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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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판 나사(NASA)'를 표방하며 연내 개청을 추진하는 우주항공청을 둘러싼 갈등과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우주항공청 설치법안 심의를 위해 구성된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가 여야 간 갈등으로 공전하는 데다 정부가 공개한 우주항공청 설립·운영방향을 둘러싼 연구현장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 연구현장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우주항공청 설립·운영 방향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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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우연·천문연 일원화 안하기로
연구경쟁력·효율성 하락 우려도
정부가 '한국판 나사(NASA)'를 표방하며 연내 개청을 추진하는 우주항공청을 둘러싼 갈등과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우주항공청 설치법안 심의를 위해 구성된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가 여야 간 갈등으로 공전하는 데다 정부가 공개한 우주항공청 설립·운영방향을 둘러싼 연구현장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과방위는 31일 안건조정위원회의를 갖고 위원장 선출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방위 간사인 조승래 의원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변재일 의원을 밀면서 의견 좁히기에 실패했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각자 숙의를 한 뒤 조속한 시일 내 다시 만나서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여야가 우주항공청 입법 논의에 속도를 내기 위해 법안을 안건조정위원회로 넘겼지만 위원장 선출부터 갈등에 봉착하며 연내 개청에 대한 회의론이 나온다.
여기에다 연구현장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우주항공청 설립·운영 방향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7일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우주항공청' 설립·운영방향을 발표했다. 지난 4월 우주항공청 설치·운영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한 지 3개월 만이다.
우주항공청의 핵심 미션을 수행하는 우주개발 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을 청 산하로 일원화하지 않고, 일부 연구조직을 '임무센터'로 지정하겠다는 것으로, 이 경우 우주항공청이 단순 집행조직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런 구조 하에서는 항우연과 천문연의 핵심 연구조직이 쪼개지고 연구역량이 분산돼 결과적으로 연구 경쟁력과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주진 전 항우연 원장은 "항우연과 천문연 연구조직 대다수가 임무센터로 지정될 수밖에 없을텐데, 자칫 우주항공청이 두 연구기관의 R&D를 단순 지원하는 역할에 그쳐 옥상옥 구조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무엇보다 우주항공청이 과기정통부 외청 형태로 우주항공 범부처 컨트롤타워로 총괄조정 기능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우주항공청이 명실상부한 국가 우주항공 전담기구로 역할을 해낼 지도 미지수다. 사업 이관안을 보면 국방부, 국토부, 산업부, 해수부 등의 관련 정책과 사업은 이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신 이들 기관이 우주항공청과 협업하도록 했는데, 부처와 청간 업무조정 시 우주항공청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된다.
과기정통부는 우주항공청이 국가우주위원회의 사무국 역할을 하고 위원장을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시킬 예정인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부위원장은 과기정통부 장관이 맡기로 해 역할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우주항공청이 원래의 취지에 맞게 국가 우주항공 정책 총괄 조정기구 역할을 하려면 법·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야당은 우주항공청 격상을 주장하며 정부안을 반대해 대체 입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전국과학기술노조는 31일 "우주항공청 설립의 가장 큰 목적이 국가 우주전략을 기획하고 실행하기 위해 중앙집중적 체계를 갖추고 긴밀히 연계·협력하기 위한 것인데, 항우연과 천문연을 쪼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일본은 2003년 우주전담부처인 우주항공연구기구(JAXA)를 출범시키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우주항공청을)조속히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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