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AI, 두려워할 시간에 더 연구하라
AI에 대한 막연하고도 과도한 공포가 생각보다 널리 퍼져있다는 느낌이다. 최근 한국을 찾았던 앤드류 응 미국 스탠포드대 컴퓨터과학 겸임교수는 공개강연에서 AI 4대 석학답게 시원한 답을 냈다. 그는 "요즘 AGI(범용AI) 관련해 너무 많은 과장(hype)이 있는 것 같다. 이를 달성하기까지 30~50년은 걸릴 것"이라며 "AI는 점진적으로 발전한다. 하룻밤에 급격한 도약을 이뤄 세계를 점령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외려 "AI가 코로나19나 기후위기와 같은 실질적 위협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개발에 속도를 내야한다고 했다.
물론 생성형AI가 세계적인 화제가 된 이래 그럴듯한 거짓을 지어내는 할루시네이션(환각)이나 개인정보·기밀정보 유출, 저작권 침해 등 문제가 계속 지적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나 매트릭스의 세계가 현실에 도래하는 것으로까지 비약될 정도는 아니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개발과 함께 적정 수준의 규제로 해결할 일이다. 때문에 오픈AI 등이 AI위협을 강조하며 AI규제 관련 적극적인 행보를 취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후발주자들에 대한 '사다리 걷어차기' 의도도 내포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사람의 뇌를 흉내 냈다곤 하지만 AI는 아직 사람과 다를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로봇 과학자인 김상배 MIT(매사추세츠공대) 기계공학 교수는 지난 6월 포스코DX가 개최한 로봇 콘퍼런스에서 자신이 개발한 생체 모방 사족보행 로봇으로 예시를 들었다. 규칙적으로 걷는 동작과 뒤로 공중제비를 넘는 동작 중 알고리즘 구현 시 무엇이 더 어려울까.
답은 우리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김 교수는 "공중제비는 학부 학생들이 3일 만에 만든 반면, 안정적인 걷기 기능은 우리팀 20명이 2년 동안 개발했다"며 "잘 생각해보면 공중제비는 한 번만 힘을 계산하면 되지만 걷기에는 지속적으로 수많은 판단이 요구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빵에 잼을 바르는 동작의 알고리즘은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아직 감도 안 온다"고 말했다. 생성형AI가 아직은 디지털 세상에서만 맹위를 떨치는 점을 짚은 것이다.
AI 등이 보여주는 인간과 유사한 행위에 무의식적으로 인격을 부여하는 현상을 '일라이자 효과'라고 한다. 인간의 잣대로 바라보며 판단이나 행위가 우리와 같을 거라 오인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렇듯 AI를 의인화함으로써 일어날 부작용을 우려한다. AI는 용도와 목적에 맞춰 써야 할 도구이기에, 완벽하지 못한 우리와 무조건 닮아야 할 필요도 없다.
생성형AI가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일자리까지 변화를 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주판과 주산학원이 사라지고 엑셀 스프레드시트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처럼, 누군가에겐 곧 닥칠 문제고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아직 예측에 머무른다. 글로벌 컨설팅사 매킨지는 생성형AI를 통해 오늘날 직원들의 시간 60~70%를 차지하는 업무들이 자동화되고, 이르면 2030년에 전체 업무의 절반이 자동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미국 할리우드 작가들은 생성형AI의 작품 도용과 고용 안정성 위협을 문제 삼아 15년 만에 파업을 벌였다.
전문가들은 AI에게 대체되는 게 아니라 AI로 증강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AI와 사람 사이 경쟁이 아니라, AI를 쓰는 이와 그렇지 못한 이의 경쟁이라 조언한다. IT 리서치기업 가트너는 AI 기술 발전에도 2026년까진 전세계 일자리에 별 영향이 없으나, 2036년에 이르면 AI 도입 확산에 따라 5억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때를 맞이할 채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타다금지법부터 리걸테크 규제까지 여럿의 도전을 가로막고 옥신각신할 시간에 말이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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