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저에게 온기 나눠줬던 따듯한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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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7월18일치 23면에서 '가신이의 발자취-새로운 세상 꿈꾸며 왕성하게 활동한 실천적 혁명가'라는 글을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멀리서 저를 늘 지지해주던 신승철(사진) 생태적지혜연구소장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기 때문입니다.
고 신승철 선생님과 저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서울에 계셨던 선생님은 자신의 사상을 강조하지 않고, 자신의 글을 매개로 저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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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7월18일치 23면에서 ‘가신이의 발자취-새로운 세상 꿈꾸며 왕성하게 활동한 실천적 혁명가’라는 글을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멀리서 저를 늘 지지해주던 신승철(사진) 생태적지혜연구소장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기 때문입니다.
고 신승철 선생님과 저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당시 저는 조현병이 발발해 제가 공부했던 대학원을 시끄럽게 했고, 정신병동에서 막 퇴원해 의기소침해 있었습니다. 당시 언론을 통해 조현병 환자들이 중범죄를 저지른다는 이야기가 성행한 즈음이라 주위 사람들은 저를 멀리했습니다. 그런 저의 존재를 긍정하게 해 준 이가 바로 선생님이었습니다. 늘 열정적으로 그리고 긍정적인 자세로, 자신이 집필 중인 원고를 전남 나주에 있던 저에게 보내줬고, 저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휴대전화로 말씀드렸습니다. 서울에 계셨던 선생님은 자신의 사상을 강조하지 않고, 자신의 글을 매개로 저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온기로 조금씩 몸과 마음을 회복했습니다.
저는 이 현상을 선생님께서 박사 논문에서 다뤘던, 그리고 집중적으로 공부하셨던 펠릭스 과타리(Félix Guattari)의 ‘횡단성’ 개념으로 설명하고 싶습니다. 추운 어느 날 고슴도치 무리가 있습니다. 춥기 때문에 고슴도치들은 붙으려 합니다. 하지만 고슴도치 몸에는 가시가 있기 때문에 가시에 찔려서 서로 떨어집니다. 서로 붙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정도 떨어져 있으면서도 추위를 피하는 적절한 거리를 찾게 됩니다. 선생님은 홀로 추위를 겪고 있던 글쓴이에게 어쩌면 유일무이하게 자신의 온기를 나눠줬던 따듯한 연구자였습니다.
지금 저는 전남 강진군에 근무하면서 평소 선생님이 걱정하신, 성장의 기반이 된 탄소자본주의로 인한 기후위기를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가끔씩 선생님의 소식을 들었지만 ‘잘 지내고 계시겠지’하며 그동안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의 뜻을 기리며,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떠한 실천이 필요한지, 그리고 낮은 곳에서 소수자의 연대를 위해 어떠한 행동이 필요한지 저 자신의 위치에서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자는 이러한 노력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움직임이 선생님의 말씀처럼 분자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김종희 전남 강진군 칠량면사무소 주무관,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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