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8·15행사, 나만의 해방일지 써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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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한겨레> 와 만난 축제기획자 한길우 감독은 이런 고민 끝에 '815만세런'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한겨레>
단 광복절의 의미에 걸맞게 8.15m 또는 8.15㎞를 완주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기록과 함께 만세 인증샷과 '나의 해방은 OOO이다'라는 메시지를 에스엔에스(SNS)에 올려야 한다.
한 감독은 "축제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올린 메시지를 보면, 동시대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해방'의 다양한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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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만세런’ 기획한 한길우 총감독
물총·맥주축제 등 ‘이색축제’로 유명
“역사적으로 중요한 행사들이 점점 ‘화석화’되고 있다. 좀 더 즐겁고 역동적일 수는 없을까?”
지난 28일 <한겨레>와 만난 축제기획자 한길우 감독은 이런 고민 끝에 ‘815만세런’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정치인들, 엄숙한 분위기로 대변되는 광복절 기념식으로부터 탈피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광복절 축제를 만들자는 게 목표였다. 축제기획 경력만 20여년인 그는 신촌 물총축제, 맥주축제 등의 ‘이색축제’로 이름이 알려진 베테랑이다.
그가 총감독을 맡고 사단법인 ‘희망래일’과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815만세런의 열쇳말은 ‘재해석’이다.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된 광복절의 의미를 개인과 사회 차원으로 확장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취업준비생에게는 좋은 직장이 사회초년생에게는 번듯한 보금자리가 ‘해방’이 될 수 있듯이, 저만의 ‘해방운동’을 떠올려보면서 공동체와 역사적 의미의 해방을 환기해보자는 취지다. 그래서 축제 슬로건도 ‘나와 너, 우리의 해방일지’다.
한 감독은 “‘해방’은 한 인간이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키워드”라며 “왜곡된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고 민족의 자주독립을 되새기면서, 각자도생의 신자유주의 시대를 이겨낼 ‘진정한 나의 해방’을 생각하자는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모두가 즐기는 광복절 축제가 목표
8.15m나 8.15㎞ 완주 뒤 인증샷과
각자도생 시대의 ‘해방’ 문구 올려야
서대문 형무소 앞 ‘국민번개’도 진행
참가비 일부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815만세런은 ‘런(run)’이란 이름처럼 정해진 코스를 완주하는 게 핵심이다. 다만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돼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완주할지는 모두 참가자들이 직접 정한다. 걷기나 달리기는 물론이고 자전거와 자동차 타기도 가능하고 심지어 헬스장 러닝머신 위에서도 축제 참여가 가능하다.
단 광복절의 의미에 걸맞게 8.15m 또는 8.15㎞를 완주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기록과 함께 만세 인증샷과 ‘나의 해방은 OOO이다’라는 메시지를 에스엔에스(SNS)에 올려야 한다. 한 감독이 말하는 ‘해방의 재해석’이다. 또 ‘815 만세런’ ‘만세런’ ‘나의해방’ 등의 해시태그를 필수적으로 붙여야 한다. 다른 참가자들이 어떻게 축제에 참여했는지 서로 확인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한 감독은 “축제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올린 메시지를 보면, 동시대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해방’의 다양한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축제가 원칙이지만 오프라인 참가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서대문 형무소 앞에서 ‘국민번개’도 진행한다. 여기서도 각자가 준비해온 대로 퍼포먼스를 진행하면 된다. 한 감독도 연인과 함께 독립문을 경유해 신촌 쪽으로 달릴 계획이다. 온·오프라인 참여 모두 815만세런 인스타그램 계정 등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815만세런에는 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6·10만세운동유족회,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홍사단 등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도 협력단체로 참여한다.
815만세런 쪽은 참가비용 중 정부의 ‘제3자변제안’을 거부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4명을 지원하기 위한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에 기부하기로 했다. 강제동원 피해자의 싸움에 동참하겠단 의미다. 학생 운동권 출신인 한 감독은 축제에 사회 참여적 성격을 녹여내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한 감독은 “신촌 물총 축제를 할 때도 1억5000만원을 기부했다. 축제도 결국 공공의 협조 아래 이뤄지는 것 아니냐”며 “기부가 딱딱하지 않고 번거롭지 않다는 것을 축제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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