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에 10만원, 우울증 상담해드려요”...상담 자격증, 반나절이면 취득?
특별한 심사 없어도 쉽게 등록
취재진이 전문가 행세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민간 심리상담사 1급 자격증을 실제로 취득했기 때문이다. 이름은 그럴 듯 하지만, 실제로는 반나절만에 취득한 엉터리 자격증이다. 20분 내외 강의 22강을 60% 이상 들으면 시험 응시가 가능했고, 60점 이상 취득하면 합격이었다. 강의는 틀어두기만 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과정을 이수한 것으로 처리됐고, 시험 문제는 강의를 듣지 않고도 합격할 수 있을만큼 쉬웠다.
자격증 관련 홈페이지에는 ‘자격증은 이력서 및 활용 기관에 정식으로 기재 가능’이라고 적혀 있었다. 문턱이 낮은 만큼 누구나 전문가인 척할 수 있었고, 누구라도 엉터리 심리상담에 당할 수 있었다.
최근 취업난과 학업 부담 등으로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고, 연예계와 교육계 등 사회 각층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심리 상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 중 병원 치료보다 상담을 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식 자격을 갖춘 상담사가 부족하고 법적 관리도 미비해 ‘가짜 상담사’에 피해를 입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31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개발원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등록된 심리상담 관련 자격증은 2015년 195개에서 31일 현재 3366개로 늘었다. 특별한 심사를 받지 않아도 자격증을 쉽게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종류와 개수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이 중에는 공신력 낮은 민간 자격증이 적지 않지만, 이를 막을 방법은 마땅치 않다.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만 4개다. 이들 법안은 심리상담 전문가’를 심리학 관련 학사와 석사를 취득하고 2년 이상 3000시간 이상의 실무수련을 마치거나,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1년 이상, 1000시간 이상의 실무수련을 마친 자로 규정하고, 심리사 자격을 취득하지 않은 자의 심리검사와 심리상담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제는 이들 법안의 국회 통과가 난망하다는 것. 이 법안들은 발의된지 1년이 넘도록 보건복지위 소관위에 계류 중이다.
국내 심리상담 시장은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다. 심리상담을 받고자 하는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데 심리상담사가 터무니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심리학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요원은 16.2명으로, OECD 평균(97.1명)의 6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보건복지부 면허인 정신건강임상심리사 면허 소지자가 있는 병원은 예약을 잡아도 한 두달 후에나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심리상담료는 보험적용이 되지 않고 기준이 없다보니 상담료는 부르는 게 값이다. 한 30대 공무원은 “최근 심한 우울감을 느껴 유튜브에서 유명한 상담사를 찾아갔는데 1회당 80만원을 요구했다”며 “속는 셈 치고 돈을 지불하고 상담을 받았지만 나아지기는커녕 불안감만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에게 상담사의 자격증 등 전문성 여부를 확인했는지 물으니 그런 것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이같은 틈새를 노리고 가짜 심리상담사들이 활보하고 있다. 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상담 교사는 “법망이 없는 사각지대에서 부적격 상담교사가 ‘땜질식 처방’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했다. 다른 상담교사는 “‘가짜 상담사’가 가장 많이 양성되는 곳이 종교단체라는 점도 규제가 느슨한 이유”라며 “표심 때문에 정치계에서 눈치를 많이 보는 곳이어서 규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 임상심리사는 “상담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고 보험 적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국민 정신건강 복지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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