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망 먹통에 호가창 마비… 개미 "2차전지 사야하는데" 분통 [대혼돈의 주식시장]
투자자 "골든타임 놓쳐" 불만
에코프로는 120만원선 반등
묻지마 투자·빚투 증가세에
증권사, 신용대출 줄이기 나서
에코프로를 필두로 한 2차전지 관련주들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주가 예측은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 이달 처음 주당 100만원을 넘기며 '황제주'가 됐던 에코프로는 150만원대까지 고점을 높여갔지만 곧 두 자릿수의 하락율을 기록하는 등 정신없이 오르내렸다. 최근 다시 상승세를 타자 증권사들은 이 종목들의 신규 신용융자거래를 막는 등 선제적으로 하락에 대비하고 있다. 반대매매 우려가 불거진 탓이다. 특히 31일엔 주문이 몰리며 한국거래소 자회사 코스콤의 전산 오류로 주식시장 개장 직후 10여분간 투자자들이 실시간 가격 정보를 받아볼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차전지 종목들 위주로 급등락 장세가 이어진 데다가 거래량이 몰리는 시간대에 호가창이 마비되는 일이 발생하자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증시 일시 먹통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개장 직후부터 국내 주식 체결 시세 관련 데이터가 각 증권사 시스템에 전송되지 않았다. 이는 한국거래소의 IT 자회사 코스콤에서 발생한 오류에 따른 것으로, 모든 증권사가 서비스 장애를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각 증권사에 접수된 투자자들의 호가는 거래소의 매매체결 시스템 '매칭 엔진'에서 처리되고 난 뒤 코스콤의 시장 정보 분배 시스템을 통해 표시되는데, 코스콤의 시세 분배 업무에서 문제가 발생해 증권사들의 호가창이 일시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유가증권시장은 오전 9시 8분까지, 코스닥시장은 4분 뒤인 12분까지 시세가 지연 표시됐으며 현재는 모두 정상화된 상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도 모두 코스피 및 코스닥 종목 매매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주식 가격과 호가가 지연 표시된 것으로 매매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거래소 측은 설명했다.
코스콤 관계자는 "현재 시세 분배 기능이 지연 처리된 원인을 파악 중"이라며 "회사 자체 문제인지, 통신사 등의 문제인지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그러나 체결 시스템에 문제가 없었다고 해도 일주일 중 첫 거래일인 월요일에, 그것도 하루 중 거래량이 많은 오전 9시∼9시 30분 사이에 민감한 시세 정보를 제대로 받아볼 수 없었던 투자자들의 불만은 속출했다. 한 투자자는 온라인 종목 토론방에 "호가창이 안 움직이길래 단일가 매매 조치라도 내려진 줄 알았다"며 "주식 투자하며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고 말했다.
◇이차전지주, 상승세 지속…에코프로, 120만원대 회복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에코프로는 주당 120만원대를 되찾았다. 에코프로는 이날 전거래일 대비 9.33% 오른 120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0% 이상 뛴 122만4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은 2.82% 오른 41만9000원에 마감했다. 포스코홀딩스(3.72% ), 포스코퓨처엠(3.33%), 금양(18.64%), SK이노베이션(13.98%), 엘앤에프(7.97%) 등도 급등했다. 2차전지주 열풍으로 이달 증시 거래대금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전월 대비 하루 평균 3조원 이상이 평상시보다 더 거래됐다. 이달 들어 지난 28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친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약 27조435억원이다.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27조원을 넘어선 것은 2021년 8월 이후 약 2년만이다. 코스닥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도 12조9240억원에 달했다. 지난달 일평균 거래대금( 9조5486억원)과 비교하면 이달 들어 하루 3조원이 더 거래된 셈이다.
투자자 예탁금 역시 27일 기준 58조1990억원으로, 지난해 7월 1일(58조732억원) 이후 1년여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덩달아 '빚투(빚내서 투자)'도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하한가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10조원대였던 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후 9조원대에 머물러왔다. 하지만 7월 다시 10조원을 돌파했다. 21일 3개월만에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은 이후 27일까지 10조원대를 유지했다. 28일 기준 코스닥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9조8494억원이다.
◇신용 대출 줄이는 증권사들
SG증권 사태 당시 신용융자 신규 매수를 제한·중단했다가 최근 재개한 증권사들도 '빚투'를 다시 우려하기 시작했다. 2차전지주가 급락할 경우 반대매매가 급증해 연쇄 폭락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에코프로 등에 대한 신용 공여를 막거나 위탁증거금률 등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비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28일부터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LS네트웍스 등 12개 종목의 신규 신용거래를 중단했다. 일부 종목은 위탁 증거금률도 높여 반대매매 위험관리에 나섰다. NH투자증권도 최근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등 포스코그룹주와 에코프로비엠의 신용대출 한도 등급을 'C'로 낮추고 한도를 축소했다. 종목 담보유지비율도 140%에서 170%로, 증거금률은 30%에서 40%로 상향 조정됐다.
대신증권은 28일부터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신용대출 종목그룹을 기존 3그룹에서 5그룹으로 변결하면서 신용융자 보증금률을 45%에서 60%로 높였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50%에서 60%로 상향 조정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담보유지비율도 기존 140%에서 150%로 각각 높였다. 유진투자증권도 31일부터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의 현금증거금을 기존 20%에서 40%로 상향했다. 이들 종목에 대한 신용보증금도 기존 45%에서 50%로 높였다.
주가가 담보유지비율 밑으로 떨어지면 반대매매가 일어나게 되는데, 담보유지비율을 높이면 단기 급락 시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 신용융자 보증금 비율의 상향은 현금 비중을 높여 레버리지 투자의 위험성을 제한한다. 다른 증권사들도 이들 종목에 대란 신용조건을 변경할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4월 SG사태 이후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을 신용 대출 불가 종목으로 선정한 이후 이를 유지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산업의 장기 성장성과 미래 실적에 대한 가시성은 충분히 인정한다"면서도 "과도한 흐름에 대한 되돌림 과정은 불가피하며, 오늘의 반등은 데드캣 바운스(단기 급락 후 일시적 반등)일 가능성이 높다. 반등이 좀 더 이어질 수 있더라도 2차전지 소재주들로의 과도한 쏠림현상의 후폭풍을 경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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