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 "아시안게임 눈앞이라…휴가 중에도 수영 멈출 순 없죠"
(영종도=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황선우(20·강원도청)는 지난해 한 방송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국제대회를 치르고서 방역법에 따라 열흘 동안 자가 격리를 한 게 가장 오래 쉰 기억"이라고 말했다.
한국 수영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2회 연속 메달을 획득하고 나흘의 휴가를 받은 뒤에도 황선우는 '물'을 떠나지는 못한다.
2023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마치고 31일 귀국한 황선우는 인천국제공항에서 한 인터뷰에서 "일단 오늘은 집에 가서 푹 쉬고, 푹 잘 예정"이라고 밝히면서도 "지금 수영을 쉴 수는 없다. 항저우 아시안게임(9월 23일 개막)이 한 달 반 뒤에 열린다. 계속 수영을 하다가, 다음 주 진천선수촌으로 복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황선우는 올해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1분44초42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3위에 올랐다.
지난해 부다페스트 대회 이 종목 2위(1분44초47)를 차지한 황선우는 '원조 마린보이' 박태환도 달성하지 못한 '세계선수권 2회 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박태환은 2007년 멜버른 대회 자유형 400m 금메달과 자유형 200m 동메달을 차지했고, 2009년 로마 대회에서는 노메달에 그친 뒤 2011년 상하이 대회 자유형 400m 금메달로 명예를 회복했다.
이번 후쿠오카 대회에서 황선우는 이호준(22·대구광역시청), 김우민(21), 양재훈(25·이상 강원도청)과 남자 계영 800m에서 예선(7분06초82)과 결승(7분04초07·6위)에서 연거푸 한국 기록을 깼다.
또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이주호(28·서귀포시청), 최동열(24·강원도청), 김영범(17·강원체고)과 남자 혼계영 400m 한국 신기록(3분34초25)도 세웠다.
후쿠오카 대회 한국 신기록 8개 중 4개가 황선우가 출전한 경기에서 탄생했다.
한국 수영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만들었지만, 황선우는 기쁨을 만끽할 틈도 없다.
황선우는 "올해와 내년에는 정말 힘든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세계선수권이 이제 막 끝났는데 9월에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10월에는 전국체전, 11월에 2024 국가대표 선발전을 벌인다"며 "내년에는 2월 도하 세계선수권과 7월 파리 올림픽이 열린다. 정말 험난한 여정"이라고 쉴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빡빡힌 일정에 암담한 기분까지 느끼지만, 그는 곧 "이런 일정에 맞춰 훈련하는 게 선수의 역할"이라며 "좋은 기록과 좋은 성적을 계속 내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후쿠오카에서 황선우는 여러 감정을 느꼈다.
그는 "자유형 200m에서 한국 기록을 경신하면서 동메달을 따내 기분 좋았다"고 '행복한 기억'을 먼저 꺼냈지만 "자유형 100m(48초08·준결승 9위)에서 기록이 저조해 아쉬웠다"고 떠올렸다.
이어 "남자 계영 800m에서는 내가 컨디션 난조로 부진했는데 이호준·김우민·양재훈 선배가 한국 신기록을 만들어줬다. 고맙고, 만족스러웠던 기억"이라고 덧붙였다.
황선우는 자신의 경기가 끝나면 '한국 선수를 위한 응원단'에 합류했다.
그는 "내가 처음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2019년 광주에서는 한국 선수가 준결승에 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지난해 부다페스트와 올해 후쿠오카에서는 결승, 준결승에 많은 한국 선수가 진출했다"며 "한국 수영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내가 지금 이 멤버와 함께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동료애를 드러냈다.
남자 평영의 새로운 강자 친하이양이 4관왕에 오르는 등 중국 선수들이 세계선수권 경영 부문에서 세계 정상급 기량을 과시한 것도 황선우에게는 좋은 자극제가 됐다.
황선우는 "예전에는 수영을 '서양 선수를 위한 무대'라고 여겼는데, 아시아 선수들이 이제 메달을 많이 따고 있다"며 "불가능은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와 다른 한국 선수들도 세계 무대에서 좋은 기록을 냈으면 한다"고 바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황선우는 다시 중국 선수들과 경쟁한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중국을 넘으면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
이번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에서는 결승에 오르지 못했지만, 100m에서 47초43의 아시아 신기록을 작성하며 4위를 한 판잔러와의 맞대결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종목을 빛낼 빅매치로 꼽힌다.
황선우는 "자유형 200m는 내가 아시아 1위를 지키고 있으니 아시안게임에서도 그 자리를 지키고자 열심히 훈련할 것"이라며 "100m는 판잔러와 내 기록(최고 47초56) 차가 꽤 크다. 냉정하게 한 달 반 동안 이를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100m에서도 판잔러와 격차를 줄여서 꼭 시상대에 오르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 수영 황금세대의 중심인 황선우는 동료의 선전도 기원했다.
그는 "800m 계영도 꼭 메달을 따고 싶은 종목"이라며 "다른 한국 선수들도 각 종목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이 원하는 메달과 기록을 얻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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