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선거현수막·유인물 '무법'…국회 무책임에 '입법 공백'
선거 현수막·유인물 및 모임 제한 근거 실효…"8월 완료" 여야 '뒷북' 속 부정적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정수연 기자 = 국회 입법 미비로 내달 1일 0시부터 누구든 아무 때나 선거운동을 위한 현수막·유인물을 배포할 수 있어 이른바 '무법 상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공직선거법(선거법) 일부 조항에 대한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선거법 개정 작업을 국회가 시한인 31일까지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관련 조항의 실효에 따른 입법 공백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헌재는 지난해 7월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현수막, 그 밖의 광고물의 게시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광고, 문서·도화의 첩부·게시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조항 또한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정치적 표현을 장기간 포괄적으로 금지·처벌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며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결정한 것이다.
헌재는 당시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선거법 내용은 '선거기간 집회·모임 개최 금지'(공직선거법 제103조 3항), '후보자와 배우자, 선거운동원 등을 제외한 사람이 선거운동 기간 중 어깨띠 등 표시물을 사용해 선거운동 금지'(동법 제68조 2항), '선거일 180일 전부터 현수막 등 광고물 설치 금지'(동법 제90조 1항), '문서·도화 배부 등 금지'(동법 제93조 1항) 등이다.
이에 여야는 정치개혁특위에서 지난 13일 인쇄물이나 현수막 등 시설물 설치 금지 기간을 현행 '선거일 전 180일'에서 '선거일 전 120일'로 단축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나 모임 중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야유회 및 참가 인원이 30명을 초과하는 집회나 모임의 개최만을 한정적으로 금지해 개최 가능한 집회·모임 범위를 확대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지난 27일 국회 법사위에서 선거기간에 허용되는 모임의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 등 일부 조항을 두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처리에 제동이 걸렸다.
국민의힘은 법 조항의 모호성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 재량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고, 민주당은 헌재 결정에 따른 개정 시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적용 문제 등을 강조하며 시급한 처리를 촉구하면서 결국 법사위 통과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당장 오는 10월 열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선거 현장에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현수막·유인물 공해'가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정당 현수막 게재 관련 제한을 없앤 옥외광고물법 개정 이후 원색적 문구를 담은 현수막이 난립하면서 재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여야 지도부는 뒤늦게 8월 임시국회 내에 반드시 해당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법사위 내부적으로는 일부 법 조항에 대한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면 처리 시점이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있다.
국민의힘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여야가 공히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8월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 처리해 이른 시일 내 혼란한 상황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도 기자들에게 "정개특위에서 양당이 합의한 것을 법사위가 붙들고 있어, 실질적으로 내일부터 현장에 혼란이 발생하게 되어 굉장히 유감스럽다"며 "8월 중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사위 관계자는 "정쟁 사안이 아닌 법리의 문제인 만큼 지도부 차원에서 담판을 지어 끝낼 문제가 아니지 않나"라며 "심사 상황에 따라 8월 임시회 처리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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