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지금] 온실가스 감축에서 주목할 키워드 ‘LULUCF’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과 베트남 난빈 지역의 맹그로브 숲은 거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흡수해오면서 ‘지구의 허파’로 불린다. 이런 탄소 저장소 역할을 하는 숲이 탄소 산림 벌채로 인해 파괴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원이 되고 있다.
전 세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는 산림 같은 흡수원을 잘 가꾸고 늘려나가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인벤토리(탄소흡수량에 대한 정보)에서 ‘토지이용, 토지 이용변화 및 임업(LULUCF)’의 온실가스 측정 신뢰도·정확도를 담보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온실가스 배출원 지표 중 ‘LULUCF’ 데이터 정밀도 높여야
올리아 글레이드 온실가스 관리연구소 이사는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전 지구적 이행점검(GST) 전망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이행 현황’을 주제로 열린 ‘제14차 국제 온실가스 학술회’에서 “온실가스 배출원 주요 지표 중에서도 국가 산림의 탄소 배출원 역할을 하는 산림 부문 온실가스의 정밀 데이터를 토지이용, 토지 이용변화 및 임업(LULUCF)을 고려해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학회는 전 세계의 파리협정 목표 이행 경과를 종합한 결과를 비롯해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국가별 세부 이행방안과 시사점을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GST는 파리협정의 목표 이행 경과와 진전사항을 전 지구적 차원에서 점검·평가하기 위한 절차로 올해를 시작으로 5년마다 시행된다.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은 지구 지표 온도 상승을 유발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2011~2020년 지구 표면 온도는 1850~1900년보다 1.1도 상승했다. 온실가스를 구성하는 주범으론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가 꼽혔다.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으로는 에너지, 산업, 건축, 농업, 산림, 토지사용 등 인간의 다양한 활동이 꼽혔다. 이렇게 배출된 온실가스는 인간을 포함한 육상, 대기, 해양, 빙권 등에서 광범위하게 극한 기후변화를 일으켰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온실가스 데이터를 확보할 때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적하는 것 외에도 산림과 기타 식물의 탄소 흡수를 통해 대기에서 제거되는 이산화탄소 지표도 포함해야 한다. 산림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배출원이자, 흡수원이기도 하다. LULUCF는 토지이용, 토지지용변화 및 임업 분야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평가하는 체계로, 인간의 토지 이용에 따라 변화되는 온실가스의 증감을 의미한다.
기후변화 협약에 따라 모든 당사국들은 국가 탄소배출량을 제출할 때 선진국·개도국 구분없이 LULUCF 부문에서의 배출량을 포함시켜야 한다. 이 측정 기준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가이드라인에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LULUCF 측정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가가 온실가스를 얼마나 감축하는 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LULUCF 수치의 정확도를 높인 ‘온실가스 인벤토리(목록)’ 구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글레이드 이사는 “온실가스 배출원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주요 지표 중 하나인 LULUCF 측정 정확도가 높아져야 한다”면서 “온실가스 주범인 이산화탄소 측정 오차는 8%인데 반해 산림이나 임업 등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측정 오차는 7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숲은 탄소의 흡수원이기도 하지만 벌목 행위를 통한 탄소의 배출원이 될 수도 있어 이를 합하거나 뺀 배출 계수의 정확도를 높여야 진정한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의 통합성·완벽성·정확성을 높였다고 볼 수 있다”면서 “온실가스배출 수치에 대한 데이터 정합성을 높일 수 있는 국제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온실가스의 총배출량보다 순배출량을 구분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모든 분야에서 배출량을 합산한 값이지만 순배출량은 총배출량에서 산림·해양 등에서 흡수된 온실가스을 뺸 값”이라면서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총배출량과 순배출량 산정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협정에 따라 모든 당사국은 2024년부터 2년마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고 국제사회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파리협정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95개국이 12월 12일 채택한 협정이다.
탄소중립 문제를 과학기술로 돌파하기 위해 연구·개발(R&D) 노력도 필요하다. 이날 학회에서는 탄소 포집·저장(CSS) 기술을 활용한 인공 나무(synthetic trees) 기술도 소개됐다. 글레이드 이사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인공 나무를 소개하면서 “천연 나무를 대신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이 나무가 220억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사례도 있다”면서 “과학기술 발전이 탄소중립 목표에 기여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구 열대화 대비 위해 명확한 감축 목표 설정해야”
오는 11월 두바이 당사국 총회(COP 28)는 각국이 제시한 파리협정에 따른 감축 목표에 대한 GST를 첫 시행한다. 전문가들은 참여국들의 첫 글로벌 이행점검을 앞두고, 극한 기후 상황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효율적으로 실행되고 재평가하고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후 행동 강화를 위한 명확한 감축 목표가 설정돼야 한다. 이날 학회에서는 기후변화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GST의 결과물이 단지 보고서에서 그치지 않고 기후 행동을 강화하고 실행하는 이정표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카오스 서스텐타빌리데이드 소속의 곤잘로 카발헤이로(Goncalo Cavalheiro) 기후변화 전문가는 “GST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확대하기 위한 주요 매커니즘”이라면서 “각 정부가 내세우는 GST에 반영될 NDC가 파리협정 기준 목표에 도달하는 각종 데이터를 확보했는지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과 개도국이 힘을 합쳐 오는 파리협정이 내세우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이 정점에 도달해야 하는데, 각 정부의 각종 저감노력과 실제 이행의 간극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면서 “각 정부의 NDC 목표 현실화, 청정기술의 빠른 도입, 과학기술 혁신의 가속화, 국제적 자금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COP28은 끝이 아닌 시작점”이라면서 “오는 2024년쯤 새로운 NDC 기준을 마련하고, 2028년 차기 GST 보고서가 나올 것이다. 이때는 보다 더 진보된 감축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지구 온도 상승 폭을 2100년까지 1.5도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9년 전 세계가 배출한 온실가스를 43% 줄여야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제56차 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3실무그룹(WG3) 보고서를 승인했다. 기준을 삼은 1.5도는 IPCC가 인류의 안전 및 생태계 보전이 확보되는 하한선으로 정한 수치다.
각국이 COP26 때까지 발표한 2030 NDC를 토대로 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해 볼 때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이 금세기 내 1.5도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각국이 NDC를 상향하지 않고 이후에 배출량이 늘어나면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중앙값)이 2100년까지 2.8도(2.1~3.4도)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학회에서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과학자들과 IPCC가 권고한 것처럼 이번 세기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면서 “모든 국가가 2025년까지는 NDC를 잘 설정해 지켜야 해 다음 목표가 상향 조정할 수 있도록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 위기 대응의 핵심은 목표 수립에서 빠른 이행이다. 정은해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은 “이제 기후 위기 대응의 국제적 흐름은 목표 수립에서 목표 이행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라며 “지구 평균 온도가 더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를 단계적으로 감축하려는 파리협정의 달성 여부가 GST를 통해 주기적으로 점검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사이언스조선은 기후변화에 맞서 영국 가디언과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 더 내이션이 공동 설립하고 전세계 460개 이상 언론이 참여한 국제 공동 보도 이니셔티브인 ‘커버링 클라이밋 나우(CCNow)’에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CCNow에는 로이터와 블룸버그, AFP 등 주요 통신사를 비롯해 각국 주요 방송과 신문, 잡지가 참여하고 있으며, 각국 언론인과 뉴스룸과 협력해 정확한 기후 기사를 제작하고, 정치와 사회, 경제, 문화에 이르는 전 분야에서 기후 이슈를 제기하고 각국 모범 사례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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