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2 l 회피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 다하는 드라마 ⓷

아이즈 ize 정유미(칼럼니스트) 2023. 7. 3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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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정유미(칼럼니스트)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D.P.'를 보았다면 인트로 영상을 기억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남자아이의 성장 과정을 담은 홈비디오처럼 연출한 초반 인트로 장면을 거쳐 10대와 20대 초반의 학창 시절 그리고 입영식까지 대한민국 남성의 인생 전반부를 압축한 버전 같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볼 때마다 오프닝 건너뛰기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50초 남짓한 인트로 영상을 꼼짝 없이 지켜보았다. 인트로 끝에선 입영식이 열리는 강당 안에서 뒤를 돌아보는 'D.P.'의 주인공 안준호(정해인)와 눈이 마주치는데, 그때마다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시즌 2에서도 그대로인 인트로 영상을 보면서 안준호와 어김없이 눈이 마주쳤다. 매번 인트로 영상을 지나칠 수 없던 이유를 이제야 깨달았다. 시청자이기에 앞서 '이 또한 지나간다'는 핑계로 사회의 부조리를 외면해 온 방관자의 미안함 때문이었다. 시즌 1과 마찬가지로 'D.P' 시즌 2 역시 틈나는 대로 보고 또 보게 될 드라마다. 앞으로도 나는 'D.P.'의 인트로 영상을 '스킵'하지 않을 작정이다. 

'D.P.' 시즌 1은 2021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다. 김보통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탈영병을 잡는 군탈체포조(D.P.)의 이야기를 색다른 장르 구성으로 풀어내며 웰메이드 드라마 반열에 올랐다. 일사불란한 연출, 각본, 연기가 지루할 새 없이 펼쳐지며 군대 내 폭력과 부조리를 사정 없이 들췄다. 2년 만에 시즌 2로 돌아온 'D.P.'는 주요 출연진이 그대로 등장하는 가운데, 시즌 1의 마지막 장면이 예고했듯이 전보다 한층 더 어둡고 심각한 주제를 다룬다. 군대의 구조적 문제를 파고드는 'D.P 2'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계란으로 바위 치는 이야기'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일지언정,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두 눈으로 목격하게 한다. 반복되는 비극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 더 이상 침묵하지 행동하는 이야기다. 6부작 한 편, 한 편을 넘기기가 만만치 않지만,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드라마다. 

사진=넷플릭스

'D.P.' 시즌 1 마지막 장면에 나온 내무반 총격 사건은 큰 충격이었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여전히 그치지 않는 군대 내 폭력을 보여주는 쿠키 영상쯤이라고 생각했다가 내부반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장면을 목격하고 놀란 시청자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시즌 2는 시즌 1의 주요 에피소드였던 조석봉(김현철) 일병의 탈영, 선임 납치 사건에 이어 발생한 조석봉의 친구 김루리(문상훈) 일병의 총기 난사와 무장 탈영 사건에서 출발한다. 

103사단 헌병대 수사과 소속 안준호(정해인) 일병과 한호열(구교환) 병장, 박범구(김성균) 중사, 임지섭(손석구) 대위는 '최악으로 끝난' 조석봉 일병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석봉에 대한 죄책감을 떠안은 이들은 김루리 사건 소식을 접하고 또다시 방관자가 되지 않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 전 병력을 동원한 군 당국보다 먼저 김루리를 찾아 아무 일 없이 데려오는 일, 김루리 모친의 부탁대로 그를 살리는 일이 이들의 임무다. 

사진=넷플릭스

1,2화에 거쳐 다룬 김루리 사건이 일단락된 후에도 이들의 일상은 바뀌지 않는다. 안준호와 한호열은 군탈 체포 임무를 수행할수록 점점 더 깊어지는 죄책감과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3화에선 모처럼 탈영병을 쫓는 안준호-한호열의 콤비 플레이에 초점을 맞춘다. 이태원에서 인천으로 이어지는 코믹 수사극은 잠시나마 극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전환한다. 그렇지만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한호열에게 부상을 입히고 달아난 트랜스젠더 탈영병으로 '쫓는 자들'인 안준호와 한호열에게 또 한번 좌절감, 무력감을 안긴다. 

전방감시초소(GP)에서 일어난 하사관 사망 사건을 재수사하는 4화의 전개도 흥미롭다. 이례적으로 안준호와 임지섭이 파트너가 되어 탈영병 체포가 아닌 사망 사건의 용의자를 심문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다. GP를 배경으로 폐쇄적인 군 분위기를 극대화한 밀리터리 스릴러이면서 군대 괴담을 소재로 삼아 미스터리 공포까지 시도한다. 임지섭은 은폐된 진실을 밝히려다가 광기에 휩쓸리고, '뭐라도 하려는' 103사단 헌병대 수사과를 골칫거리로 여기는 국군본부 법무실장 구자운(지진희) 준장은 교묘한 방식으로 이들을 협박한다. 

사진=넷플릭스

시즌 1의 악역 캐릭터가 안준호와 조석봉을 괴롭히던 선임 황장수(신승호)였다면, 시즌 2의 악역은 군 관련 사건을 은폐, 축소하는데 앞장서 온 구자운 준장다. 군장정 인권센터에서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을 준비하자 국가 측에서도 구자운 준장을 내세워 재판을 준비한다. 김루리 일병 사건 수사와 국가 상대 소송이 맞물리면서 'D.P' 시리즈의 핵심이기도 한 '책임'이라는 단어가 주인공들뿐 아니라 시청자들까지 압박한다. 

"국가도 잘못을 합니다. 잘못을 했으면 인정을 해야 되고요." 'D.P.' 시즌 2는 극 중 군 인권센터 간사 신혜연(이설)의 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국가 책임론을 묻는다. 군대 내 폭력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아이러니, 국가를 지키는 개인의 인권을 묵살하는 군의 부조리를 지적하면서 국가 또한 공범, 방조범이라고 또렷하게 말한다. 드라마 'D.P.'의 미덕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책임지는 이들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과 정반대다. 한 명의 국민으로서, 군인으로서 'D.P.'의 주요 인물들은 자신이 '꼭 해야 할 일'을 한다. 책임을 묻고, 책임을 진다. 더 이상 방관하고 회피하지 않는다. 

사진=넷플릭스

책임을 말하는 드라마답게 'D.P'는 네 주인공들을 포함해 시즌 1의 조연들을 다시 불러들여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이어간다. 캐릭터를 일회성 도구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고 각 캐릭터가 맡은 소임을 다하도록 각본과 연출이 책임을 진다. 제작진의 마음가짐이 드라마의 기조와 일치하는 건 굉장히 드문 경우다. 하물며 시너지를 내고, 시즌을 거듭하면서 완성도를 유지하는 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 조석봉, 신혜연, 박성우(고경표), 문영옥(원지안) 그리고 황장수까지 시즌 2에 재등장한 인물들은 반가움과 놀라움, 씁쓸함과 더불어 '뭐라도 해야 바뀐다'는 주문을 시청자들에게 상기시킨다. 

군 권력을 구자운 준장과 오민우(정석용) 준위 2인으로 압축해 보여준 점은 아쉽다. 주인공들과 대결 구도를 이루는 악역이라는 점에선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지만, 정석용 배우의 열연과 별개로 오민우 캐릭터는 전형적인 해결사, 하수인에 가깝게 묘사되어 대표성이 떨어진다. 이를 제외하면 시즌 2에 등장하는 새로운 캐릭터와 배우들이 'D.P.'의 재미를 견인한다. 이번 시즌에 합류한 주요 인물로 극 중에서 입체적인 캐릭터로 거듭나는 서은 중령 역의 김지현, 3화에서 장기 탈영병 장성민을 연기한 배나라, 4화에서 신아휘 일병으로 등장하는 최현욱과 나중석 하사 역의 임성재가 탄탄한 연기력으로 극의 완성도에 힘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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