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 어떨까?"…'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병헌→박서준, 현실성 높은 재난드라마(종합)[Oh!쎈 현장]
[OSEN=김보라 기자] “제목부터 주제 의식이 강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영화다. 만드는 내내 중요하게 생각한 건 주제에 매몰되지 말자는 마음이었다.”
엄태화 감독은 31일 오후 서울 신천동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진행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웹툰도 재미있게 봤지만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인문 서적을 읽게 됐다. 거기엔 지금의 우리나라 아파트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는지 나와 있었다. 아파트의 근간을 이루는 콘크리트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가 붙어있는 게 아이러니하면서도 영화 제목으로서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서 붙이게 됐다”고 이 같이 설명했다.
그러면서 엄 감독은 여름 텐트폴 영화로 개봉일이 확정된 것과 관련, “극중 캐릭터들의 선택과 배우들의 새 얼굴을 보면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가 연출한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 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공동제작 BH엔터테인먼트,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
2014년 연재 이후 호평을 모았던 김숭늉 작가의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새롭게 각색했다.
현실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엄태화 감독은 “‘오늘 저녁에 집에 들어갔는데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현실에서 재난이 벌어져도 한국인만의 블랙 코미디가 있을 거 같더라. SF나 판타지가 아닌 현실적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엄태화 감독은 “정해진 예산 안에서 최대의 효과를 보여주고자 했다. 한정된 공간이라 연극 같은 느낌도 받으셨을 거 같다”라고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황궁아파트라는 공동체가 완벽한 유토피아처럼 보이면 안 되겠다 싶었다. 엔딩 이후 인물들이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안 했고 관객들이 보시고 자신만의 결말을 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어 엄 감독은 영화를 처음 기획하게 된 의도에 관한 설명을 보탰다. “웹툰을 재미있게 봐서 시작했다. 아파트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한국의 아파트 역사에 대해 공부를 하다 보니, 1970~80년대에 아파트라는 게 들어서기 시작했고 그 이후 빠르게 발전을 해왔다. 그 과정 속에서 안 좋은 부분도 있더라. 한국 사회의 발전을 다루다 보니 (그 한계점과) 연결되는 부분도 생기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제4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갈라 섹션에 공식 초청받아 해외 평단 및 관객에게 먼저 호평을 받았다. 이에 엄 감독은 “여기 나온 캐릭터들의 선택을 보면 관객들이 재미있게 따라가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관람 포인트도 전했다.
황궁아파트 주민대표 영탁을 연기한 이병헌은 “폭염 속에 촬영하면서 힘들었다”고 입을 뗐다. 이어 “모든 작품이 마찬가지지만 인물이 처한 상황에 끊임없이 가까이 가려고 했다. 마음 속에서 몸부림 치는 게 힘들었다”고 캐릭터를 해석해 연기한 과정을 들려줬다.
가족을 지키고자 애쓰는 남자 민성 역의 박서준도 “무더위가 가장 힘들었다”면서도 “캐릭터를 잘 표현하기 위한 노력은 배우로서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제작진이 아파트 등 세트를 현실감 있게 표현해 주셔서 제가 준비하고 몰입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박서준은 “비슷한 설정의 작품들은 있을 수 있지만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작품색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저는 이 시나리오를 빠르고 재미있게 읽었다”며 “촬영을 하면서 느낀 건데 많은 관객들이 관람 후 토론을 많이 하실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는 영화를 보고 ‘후토크’를 좋아하는 편이다.(웃음) 그러면 서로의 생각도 알 수 있고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저희 영화가 토론의 장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서 매력적”이라고 영화의 강점을 설명했다.
민성의 아내 명화를 연기한 박보영은 “민성과 명화가 꽁냥꽁냥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에게는 조금 아쉬울 수도 있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명화라는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는데 자꾸만 박보영이 튀어나와서 잠재우느라 힘들었다”고 어려웠던 점을 전했다.
김선영은 현실에서도 만날 수 있는 부녀회장 금애 역을 맛깔나게 소화해 극의 재미와 공감도를 끌어올렸다. “영화를 촬영할 때는 외부인에 대한 생각이 확고했는데 오늘 영화를 보고 나니, 제 가치관을 정립하지 못 했다. 저는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살아 돌아온 혜원 역의 박지후도 이병헌, 박서준처럼 무더위가 촬영하는 데 어려웠다고 했다. “저는 대지진과 강추위를 표현하는 걸 걱정했었는데 감독님과 선배님들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박지후는 “저는 혜원이 같은 행동을 못할 거 같다. 더불어서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는 사견을 덧붙였다.
비협조적인 주민 도균 역의 김도윤도 “저 개인으로 봤을 때는 (혼자 사느냐 가족과 사느냐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질 거 같다. 저도 아직은 제가 어떤 선택을 할지 잘 모르겠다”고 영화 속 외부인에 관한 생각을 드러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재난에 놓인 온갖 인간 군상을 통해 국경을 뛰어넘는 질문과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며 진한 여운을 남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8월 9일 극장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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