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남은 수명 비례한 투표"… 與 "반헌법적 노인 폄하"

청년좌담회 정치참여 독려 발언
"초선, 소통 안된다" 이어 물의
당내서도 "부적절한 발언" 지적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0일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2030 청년좌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이번엔 '여명 비례투표'를 들고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당내 초선 의원들을 두고 "'코로나 세대'의 학력 저하가 심각했는데, 코로나 세대 초선들도 소통이 잘 안된다"고 말해 물의를 빚은 지 열흘 만이다.

김 위원장은 30일 성동구 한 카페에서 열린 '2030 청년좌담회'에서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강조하던 중 '남은 수명에 비례해 투표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 위원장은 "둘째 아들이 22살 된 지 얼마 안 됐는데 중학교 1~2학년 때 '왜 나이 들은 사람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냐'는 질문을 했다"며 "자기가 생각할 때는 평균 여명을 얼마라고 보았을 때 자기 나이부터 평균 여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를 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학생이 보기엔) 그 말은 합리적"이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라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다. 아들은 우리 미래가 훨씬 긴데 왜 미래가 짧은 분들과 똑같이 표결을 하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합리적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 선거권이 있으니까 그럴 수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며 "투표장에 젊은 분들이 나와야 의사가 표시된다고 결론을 내린 기억이 난다"고 했다.

'여명 비례투표'란 남은 기대수명에 따라 표를 행사한다는 개념이다. 예컨대 기대 수명이 80세라고 가정하면 여명이 60년인 20세 유권자는 여명이 20년인 60세 유권자보다 세 배 더 표를 행사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노년층 폄하뿐만 아니라 "반(反)국민, 반(反)헌법적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20대 청년인 신주호 상근부대변인은 31일 논평을 통해 "갈수록 곤두박질치는 민주당 지지율과 청년층의 외면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이 어르신 폄하와 막말이란 말인가"라며 "제대로 된 진단 없이 제일 쉽고 잘하던 방식인 '갈라치기' 전략을 활용하려는 시도"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혁신위가 민주당의 비상식적 논리 답습을 넘어 더욱 허무맹랑한 주장만 펼치니, 혁신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며 "합리적인 자세로 분열이 아닌, 화합의 정치 문화 조성에 나서라"고 말했다.

민주당 혁신위도 즉시 반박하고 나섰다. 혁신위는 "청년들의 정치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예시로 꺼낸 중학생의 아이디어를 왜곡해 발언의 취지를 어르신 폄하로 몰아가는 것은, 사안을 정쟁적으로 바라보는 구태적인 프레임이자 전형적인 갈라치기 수법"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위원장이 이런 논란의 불씨를 제공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일에는 민주당 소속 초선 의원들을 코로나19로 학력이 저하된 대학생 제자들에 비유해 질타를 받았다. 지난 16일엔 앞서 이낙연 전 대표를 두고서도 "자기 계파를 살리려 (정치적 언행을) 하는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해 비명(비이재명)계의 반발을 샀다. 지난달 15일 한 언론사와 가진 인터뷰에선 "돈봉투 사건이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당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혁신위원장이 당의 혁신보다 부적절한 발언으로 당내 논란만 일으키고 있다"며 "벌써 세 번째인데 위원장을 향해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