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자 '플렉스' 멈춘 미국인… 롤렉스지수 두자릿수 뚝 [美 잦아드는 명품소비, 왜]
작년 3월부터 시계 등 소비 급감
럭셔리 브랜드들 美 매출 감소
中 보복소비도 기대에 못미쳐
■팬데믹에 급성장했던 美, 다시 침체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월 31일(이하 현지시간) 세계 명품기업들의 미국 내 상반기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루이비통과 크리스찬디올, 펜디, 지방시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명품기업 루이비통모에에네시(LVMH)는 7월 25일 2·4분기 실적발표에서 해당 분기 미국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국 내 상반기 매출은 3% 증가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율(24%)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랐다.
까르띠에, 반클리프아펠, IWC, 몽블랑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스위스 리치몬트그룹은 2·4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늘었지만 미국 내 매출은 2% 줄었다. 구찌와 발렌시아가 등 유명 브랜드를 소유한 프랑스 케링도 올해 2·4분기 북미 지역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3% 감소했다. 버버리와 프라다의 북미 지역 매출 역시 각각 8%와 6% 줄었다.
명품시계 시장 하락세는 더 크다.
7월 30일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롤렉스와 파테크필리프, 오데마피게 같은 명품시계 브랜드의 60가지 제품 가격을 추적하는 워치차트 오버럴 마켓 인덱스가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지난해 3월 이후 32%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롤렉스만 27% 급락했다. 롤렉스의 최상위 비싼 30개 제품을 추적하는 롤렉스시장지수는 1년 동안 12.%, 파테크 필리프는 18% 떨어졌다. 오데마피게는 20%로 하락폭이 가장 컸다.
■실적둔화에 주가도 하락세
투자자들은 지난해 가장 빠르게 성장하던 미국 시장의 몰락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LVMH 주가는 2·4분기 실적 발표 이후 4% 가까이 빠졌다. 리치몬트그룹 주가 역시 7월 마지막 주에 9% 가까이 빠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월 28일 보도에서 미국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 자료를 인용, 세계 명품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22%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33%였다고 전했다.
미국 시장은 전통적 명품 '큰손'이었던 중국인들이 팬데믹 봉쇄로 인해 쇼핑이 힘들어지자 중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시장으로 급성장했다. 동시에 미국인들은 팬데믹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초저금리와 대규모 정부 지원금 덕분에 명품을 구입할 여유가 있었다.
독일의 다국적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마이테레사의 마이클 클리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미국 명품시장에 대해 "사람들은 팬데믹에서 벗어나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었다"며 "완전히 미쳤던 당시와 비교해서 지금은 시장이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미국인들의 소비가 올해 급격한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아직 버티고 있지만 임금상승이 느려지고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 형태가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그 결과 미국 소비자들이 사치품에 쓰는 돈이 줄었다고 진단했다.
■中 명품 소비 회복에 기대
명품 업계는 올해 팬데믹 봉쇄에서 벗어난 중국인들이 보복소비에 나서면서 매출을 끌어올린다고 내다봤다. 아직 중국인들의 소비는 최근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와 함께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베인앤드컴퍼니와 이탈리아 명품 제조협회 알타감마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명품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0% 성장한 3450억유로(약 484조원)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이들은 관련 보고서에서 올해 명품시장이 지난해에 이어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9~12% 성장하겠지만 중국의 경기둔화가 불가피한 경우 5~8% 성장을 예상했다.
일단 중국인들이 중국 대신 해외로 나가서 명품을 사들이고 있다.
7월 29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LVMH의 올해 상반기 실적을 인용, LVMH의 일본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31% 증가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시장의 매출 증가율(23%)을 압도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중국 매체들은 중국인들이 엔 가치 약세를 이용해 일본에서 명품 쇼핑을 한다고 분석했다.
LVMH는 올해 상반기 중국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LVMH는 "중국은 아시아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이라며 "중국 관광객들의 해외 소비가 회복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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