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니스'와 달라"…신선한 블랙 코미디 자신한 '콘크리트 유토피아'(종합)

김샛별 2023. 7. 3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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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박서준·박보영 총출동, 영화가 지닌 장점 자신…8월 9일 개봉

배우 김도윤과 박지후, 김선영, 박서준, 박보영, 이병헌, 엄태화 감독(왼쪽부터)이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다소 무겁지만 신선한 블랙 코미디라고 자신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재난 속에서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내세워 여름 극장가 접수에 나선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31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엄태화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이 참석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새롭게 각색했다.

작품이 아파트를 소재로 한 만큼 최근 아파트 건축을 둘러싼 각종 문제들이 떠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다만 엄 감독은 현실 문제를 염두에 두고 기획한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단지 웹툰을 재밌게 보고 시작하게 됐다. 아파트라는 소재를 영화에 잘 담기 위해 한국 아파트 역사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지금의 현실과 연결된 것 같다"며 "그렇다고 우리 작품이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야겠다고 해결책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 한국사회를 다루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결된 지점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이병헌은 "주변에서 내 새 영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더라. 어떤 영화냐고 묻길래 '세상이 다 무너졌는데 아파트 하나만 남아있다는 설정에서 시작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다들 대뜸 묻는 게 어느 시공사냐는 질문이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 김도윤과 박지후, 김선영, 박서준, 박보영, 이병헌(왼쪽부터)이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아파트'라는 소재에서 시작해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제목이 탄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작품을 준비하면서 박희천 작가의 '콘크리트 유토피아 입문서'라는 책을 재밌게 본 엄 감독은 여기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가 어떤 맥락을 가지고 있는지 공부하다가 입문서를 보게 됐다. 콘크리트는 아파트를 상징하고 유토피아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행복한 공간이지 않나. 두 단어가 붙은 것이 아이러니하고 재밌었다. 저희 영화에 더없이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아파트라는 한정된 무대를 주된 배경으로 하며 극이 흘러간다. 엄 감독은 "정해진 예산 안에서 스케일은 커 보이는 느낌이 중요했기 때문에 최소를 보여주되 최대 효과를 얻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한정된 공간 안에서 연극 같기도 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재난 상황 속 벌어지는 일들을 연기해야 했던 만큼 고된 촬영 과정이었다. 특히 이병헌은 "아무래도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건 폭염의 날씨에 한겨울 옷을 입어야 했던 점"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배우 박보영이 박서준의 말에 집중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박서준 박보영의 부부 호흡으로도 많은 기대를 모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극 중 상황이 상황인지라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오래 보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박서준 또한 "더 예쁜 모습을 보여드릴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 때문에 둘의 관계가 참 짠하고 아쉽더라"고 밝혔다.

박보영은 "저희의 꽁냥꽁냥을 보고 싶어 하는 분들께는 아쉬울 수도 있지만, 그래도 현실적인 부부의 모습을 보여드렸기 때문에 만족하고 싶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또 보여드리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여 두 사람의 재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엄 감독은 틈새 홍보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극 중 민성(박서준 분)이가 운영하는 SNS를 만들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 SNS를 보고 온다면, 재난 전에 두 사람이 어떻게 알콩달콩하게 지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민성과 명화(박보영 분)의 전사니까 꼭 보고 와 달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엔딩 크레딧이었다. 박지후가 직접 부른 OST가 흘러나온 것. 이에 박지후는 "후시 녹음 때 엄태화 감독님이 먼저 제안했다. 극 중에서 영탁(이병헌 분)이 부른 것과 다른 느낌으로 모든 걸 다 잃은 공허하고 아련한 분위기로 부르면 여운이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음치이긴 하지만 최대한으로 노력해서 불렀다"고 말했다.

배우 박서준과 박보영, 이병헌(왼쪽부터)이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일련의 상황으로 인해 아파트에 고립되고, 그 안에서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보여주는 작품은 드라마 '해피니스'를 떠오르게 한다.

좀비랑 싸우며 현실적인 문제도 꼬집었던 '해피니스'와 달리 집단 내에서의 문제점에 더 초점을 맞춘 '콘크리트 유토피아'다. 이에 엄 감독을 비롯한 배우들이 자신하는 차별점은 무엇일지도 궁금했다.

엄 감독은 "이번 작품을 제작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현실성이었다. '오늘 저녁에 집에 들어갔을 때 이런 재난이 발생했을 때 나는 어떻게 할지'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 보니 배우들의 연기 톤이나 CG 등 모두 리얼함에 포커스를 두고 만들었다. 그 현실적인 면에서 오는 블랙 코미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행동들을 살려보려고 했다. 이것이 우리 작품만의 차별성"이라고 설명했다.

이병헌은 "정말 오랜만에 블랙 코미디의 사람 이야기를 만난 것 같다. 물론 블랙 코미디가 이전에 없었던 건 아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스릴감을 가져가면서 블랙 코미디의 성격도 확실하게 보여주는 건 오랜만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서준은 "비슷한 장르라든지 비슷한 설정이라는 것들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다만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작품의 색깔이 많이 달라진다"며 "우리 작품은 영화를 본 뒤 '나였다면 외부인을 받아들일지 말지' 등에 대한 토론을 할 수 있다. 영화를 본 뒤 토론을 할 수 있다는 건 영화가 지닌 장점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8월 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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