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자는 사람이 더 뚱뚱하다”… 잠이 부족할 때 신체에 일어나는 변화
과거 '한강의 기적'을 이끈 노년 세대는 잠을 줄여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다.
학력고사와 본고사가 있던 시절 수험생활을 한 이들 역시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의미의 '4당5락'(四當五落)이라는 말에 익숙했다.
통계청의 시간 사용 실태 조사(2019년)에서는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이 7시간 22분이고, 적정 수면시간인 7∼9시간을 자는 이들은 47%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16.4%는 6시간 미만, 44.4%는 7시간 미만을 잤다.
서울대 의대 교수이며 수면 전문가인 정기영은 신간 '잠의 힘'(에이도스)에서 이처럼 한국의 수면 부족 실태를 지적하고 잘 자는 것이 건강한 삶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한다.
책에 따르면 가장 오랫동안 잠을 자지 않은 기네스 기록은 1963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살던 당시 17세의 랜디 가드너가 보유하고 있다.
나흘째 새벽이 되니 신호등을 사람으로 착각했고, 이레째부터는 술에 취한 사람처럼 말이 어눌해졌고 비틀거리면서 걸었다. 시야가 뿌옇게 되고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가드너의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기네스가 잠을 오래 참는 것을 더 이상 기록 종목으로 삼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잠을 자지 않는 것은 그만큼 위험한 행동이라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쥐를 대상으로 수면 박탈 실험에서 2주 이상 잠을 재우지 않았더니 털의 거의 다 빠지고 체중이 줄었으며 결국에는 패혈증으로 죽었다.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은 며칠간 수면 부족을 겪고 나면 잠을 몰아서 자곤 하지만 몸이 바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적정 수면 시간보다 적게 자면 잠이 빚처럼 쌓이는데, 필요한 시간보다 40분 정도씩 적게 잔 젊은 성인들이 수면 빚에서 완전히 회복되는데 3주가 걸렸다는 연구도 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을 평소보다 2시간 정도 적게 자게 했더니 날이 갈수록 주의력 검사에서 반응 속도가 떨어졌으며 2주 정도가 지났더니 하룻밤을 꼬박 새운 것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됐다.
뿐만 아니라 잠을 적게 잘수록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높아지고, 과체중과 비만이 많아진다는 것은 많은 대단위 연구에서 일관성 있게 파악됐다.
20∼65세 한국인 87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하루 수면이 5시간 미만인 사람은 7시간 자는 사람에 비해 전체 비만 및 복부 비만의 연관성이 25% 정도 높았다.
주목할 점은 20∼40세의 젊은 남성이 여성보다 비만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즉 잠이 부족했을 때 젊은 남성이 젊은 여성보다 더 뚱뚱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건강한 수면 생활을 위해서 평일과 휴일을 구분하지 말고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라고 권한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은 생체 시계를 일정하게 유지해 좋은 잠에 도움이 된다. 또 잠자리에 들기 2시간 전부터 스마트 기기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