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갈륨 등 수출 통제 시작… 자원전쟁 확산 주시

이우중 2023. 7. 3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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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생산 가능해 세계 경제 영향력 미미
국내 반도체 기업 등 당장은 타격 적어
또 다른 희토류 통제 확장 땐 피해 막대
갈륨, 국내선 연구용으로 주로 써
게르마늄, 대체재 있어 대응 가능
가격 상승 땐 기업들 눈 돌릴 듯
中, 9월부터 고성능 드론도 통제
美 IRA 규제 대응 韓 투자도 확대
4개월간 배터리 공장 5조원 규모

중국이 1일부터 반도체와 태양광 패널 핵심 소재인 갈륨·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한다.

31일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은 이날부터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할 방침이다. 중국 업체가 갈륨과 게르마늄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상무부를 거쳐 국가 최고행정기관인 국무원의 허가까지 받아야 한다.
주기율표 상 갈륨과 게르마늄 원소 옆에 놓인 중국 국기. 로이터연합뉴스
이는 최근 미국 주도의 대(對)중국 규제에 대한 대응 성격으로 해석된다. 갈륨은 차세대 반도체, 태양광 패널, 레이더, 전기차 등에 들어가고 게르마늄은 광섬유 통신, 야간 투시경, 인공위성용 태양전지 등의 핵심 소재로 우주 기술에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모두 갈륨과 게르마늄을 주요 원소로 분류 중이다.

중국의 이번 조치가 위협적인 이유는 점유율 때문이다. 중국은 전 세계 갈륨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으며 게르마늄 생산량도 세계 1위다.

다만 중국의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제한 조치가 당장 세계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갈륨·게르마늄은 다른 국가에서도 대체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 외에 세계 갈륨 시장에서 주목하는 국가는 일본, 독일, 호주 등이 있다.

산업부와 한국무역협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발간하는 ‘글로벌 공급망 분석센터’에 따르면, 일본은 중국산 비정제 갈륨을 수입한 뒤 정제하거나 폐기물에서 추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갈륨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까지 비정제 갈륨을 생산했던 독일의 한 업체는 2021년 생산 재가동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호주는 갈륨 생산의 핵심요소인 아연·보크사이트 매장량이 풍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우려하는 반도체 분야에서 갈륨은 주로 미래 반도체 개발을 위한 연구용 등으로 사용 중이라서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게르마늄은 반도체 공정용 가스 생산 등에 사용되지만 이미 대체 가스(아르곤)가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의 소재로 갈륨이 사용되고 있지만 중국 외에도 미국 등에서 대체가 가능하고 재고도 확보돼 있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中 희토류 광산 중국 장시성에 있는 희토류 광산의 2010년 모습. 중국은 당시 일본과의 분쟁으로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를 시행했는데, 이게 결과적으로 중국의 희토류 점유율이 급감하는 역효과를 부른 바 있어 1일부터 시행하는 갈륨·게르마늄 수출 규제가 같은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국제문제전략연구소(CSIS)도 지난 7일 발표한 ‘중국 갈륨 수출통제 알아보기’라는 인터뷰에서 “수출통제로 인해 갈륨의 상대수요가 증가할 경우 갈륨 가격이 상승할 수 있으나, 갈륨에 대한 접근이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수출통제 이후 각국 정부와 기업이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하면 오히려 중국의 갈륨·게르마늄 점유율이 낮아지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이와 관련해 “그간 중국산 금속은 저렴한 가격 때문에 선호되었던 것”이라며 “수출 규제로 인해 갈륨·게르마늄 가격 상승 시 기업들은 공급망을 전환할 이유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유럽 최대 아연 제련 업체 니어스타는 중국의 규제로 인한 부족분을 상쇄하기 위해 호주, 유럽, 미국 등지에서 갈륨과 게르마늄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독일 인피니온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의 금지 조처에 따라 다른 지역의 공급업체를 찾는 등 다중 소싱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갈륨·게르마늄 제재 효과가 제한적이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정부는 중국의 수출통제 사실이 알려진 지난 4일 발표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영준 산업정책실장은 “이번 중국 조치의 단기간 수급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중국의 수출통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투명하고 다른 품목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중국 동향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1일 중국의 수출통제 관련 회의를 열고 공급망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문제는 중국이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에 필수적인 흑연이나 희토류 등 다른 광물로 수출통제를 확장할 가능성이다. 하지만 이런 ‘끝장을 내자’는 식의 전면적인 ‘자원 전쟁’은 중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에 타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중국 상무부, 해관총서, 국가국방과학산업국 등은 일부 고성능 드론에 대한 수출을 9월부터 통제한다고 이날 밝혔다. 수출 통제 대상은 조종사의 가시거리 밖에서 비행할 수 있고 최대 항속시간 30분 이상, 최대 이륙중량 7㎏ 이상 드론 가운데 투척 기능이 있거나 초분광 카메라를 탑재한 경우 등이다. 중국 당국은 수출업자들이 임시 통제 기간 동안 드론이 대량살상무기 확산, 테러 활동,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는 경우 수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 배터리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4개월간 중국 기업이 한국 내 5개의 배터리 공장 신설에 5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IRA 규제 우회 통로로 활용하려는 방안의 일환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SK온은 지난 3월 중국 기업과 전구체 공장 건설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고 중국 저장성에 본사를 둔 화유코발트는 올해 초 LG그룹 화학 자회사, 포스코퓨처엠이 합작투자에 합의했다. 이밖에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6월 세계 전구체 생산 1위인 중국 CNGR와 니켈 제련소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SK온과 LG가 체결한 계약들은 아직 초기 단계로, IRA의 세부 사항이 정해지지 않아 계약 조건들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 IRA에는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조달한 원료를 사용하면 세제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규정이 있다. 최근 한국에서 공장 설립을 승인받은 중국의 닝보 론베이 뉴 에너지 테크놀로지 관계자는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은 IRA 요구사항을 충족하고, 유럽과 미국 시장 수출 시 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대응 중이다. 블룸버그는 미 정부가 이에 맞서 ‘우려되는 외국기업’으로부터 부품을 얼마나 조달했는지에 따라 규제를 적용하는 IRA 개정안을 마련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우중·이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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