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은 건설업계 시스템상 문제"…정부, 민간아파트도 전수조사

고가혜 기자 2023. 7. 3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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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LH 발주 '철근 누락' 단지 15곳 공개
"단순 시공사, 설계사, 감리사 문제 아니야"
'무량판 구조' 민간발주 단지도 약 300곳 파악
시공 중 현장 105곳, 2017년 이후 준공 188곳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LH 무량판 구조 조사결과를 발표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3.07.31.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무량판 구조 전단보강근 누락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단지 15곳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됐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가 건설업계 전체의 시스템상 문제라고 지적하고 LH 발주단지 외에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약 300곳의 민간 발주 아파트도 전수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31일 서울정부청사에서 LH 무량판 구조 조사결과와 관련해 브리핑을 열고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LH 발주단지 91곳 중 철근 누락이 발견된 15곳의 명단을 공개했다.

구체적으로 15개 단지는 ▲파주운정 A34 ▲충남도청이전 신도시 RH11 ▲수서역세권 A3(분양 포함) ▲수원당수 A3(분양 포함) ▲오산세교2 A6 ▲남양주별내 A25(분양 포함) ▲음성금석 A2 ▲공주월송 A4 ▲아산탕정 2-A14 ▲양주회천 A15 ▲광주선운2 A2 ▲양산사송 A2(분양 포함) ▲양산사송 A8 ▲파주운정3 A23(분양 포함) ▲인천가정2 A1 등이다.

이와 관련해 이한준 LH 사장은 "이는 단순히 시공사의 문제, 설계사의 문제, 감리사의 문제로만은 보고 있지 않다"며 "감독기관이자 발주청인 LH도 전반적인 과정을 전부 통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책임이 있고, 설계사도 무량판이라는 구조에 대해서 모두 100% 완벽하게 설계했다고 볼 수 없는 부분도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또 현장의 감리사들은 현역에서 은퇴하신 분들이 굉장히 많아 새로운 공법에 대한 이해도가 좀 부족했을 수 있고,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시공사도 건설 물량이 많이 증가하는 데 비해서 인력 증가는 수반되지 않기 때문에 충분한 전문성을 확보했다고 보기가 어렵다. 때문에 이는 어느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건설업계 전체의 시스템상, 구조상의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무량판 구조 전단보강근 누락이 발견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단지 15곳이 공개됐다. 보강이 완료된 단지와 보강작업이 진행 중인 단지는 각각 3곳, 보강작업 예정인 곳은 9곳이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한편 국토부는 공공주택단지 뿐만 아니라 민간이 발주한 약 300곳의 아파트 단지에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됐다며 8월 말 발표를 목표로 이들 단지에 대한 철근 누락 여부 역시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정부가 전국 지자체를 통해 파악한 민간 부문 무량판 구조 적용 아파트 단지는 총 293곳이다.

이 중에서 현재 시공이 진행 중인 현장은 105곳이며, 2017년 이후 준공이 완료된 아파트 단지는 전국 188곳이다. 만약 2017년 이전에 준공된 무량판 구조 적용 단지가 추가로 파악된다면 이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들 현장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추천하는 안전진단전문기관을 통해서 안전점검을 할 것"이라며 "안전점검 결과 LH처럼 안전에 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즉시 안전전문진단을 통해서 보수·보강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전점검 비용과 안전점검 비용에 대해서는 주택업계에서 이를 부담하는 방안을 협의 중에 있고 그렇게 추진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보수·보강공사가 이루어진다면 모든 아파트 공사에서 총공사비의 3%를 남겨 놓는 하자보수 예치금을 통해 국민 불안이 해소될 수 있을 때까지 적극적으로 보수·보강을 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민간이 발주한 무량판 구조에 대해서도 국민 불안이 없도록 전수조사에 착수하겠다"며 "(발표 예정시기는) 8월 말 전후가 될 것인데 현재 GS건설이 전국적으로 (시공)한 사업장들에 대한 조사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공공, 민간을 전부 포함해 우리 사회에서 제기되는 이권 카르텔과 관련된 모든 문제들을 다 들여다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LH 무량판 구조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3.07.31. dahora83@newsis.com


한편 전문가들 역시 이러한 부실시공 문제는 건설업계 전반의 문제라며 공공과 민간 아파트 모두 이를 피해갈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기본적으로 LH만 이런 문제를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일반 민간 아파트도 마찬가지"라며 "설계에서도 안전성보다는 경제성을 중심으로 검토를 하고, 감리도 인력 부족 등으로 이를 확인하지 못하고, 제일 마지막 단계인 시공 단계에서는 원가 감축 측면에서 이런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이어 "보강할 방법은 슬래브에 철근 역할을 해주는 강판을 댄다든지, 와이어를 집어 넣어 당겨준다든지, 아니면 탄소 섬유 같은 것을 붙인다든지 하는 방법들이 있다"면서도 "문제는 비용이다. 그리고 일부 주민들은 보강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며 불안감을 가질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원 장관은 "과거에 관행적으로 있던 안전불감증, 그로 인한 부실시공 일체를 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철저한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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