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 우리 사회와 언론은 그에게 버팀목이 되어주었는가?

이은지 2023. 7. 3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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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3년 7월 29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최휘>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 교사가 사망했습니다. 이후 사회적 파장이 매우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오늘은 교사 사망의 원인과 배경, 그리고 대안에 대한 언론보도가 매우 많았는데 이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소장님 먼저 간단하게 사건 원인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지 알려주시죠.

◆ 김언경> 처음 사망 사실이 알려졌을 때는 고인이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거나, 특정 학부모의 갑질 등 사망 배경을 두고 여러 소문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은 21일까지 학부모와의 갈등이나 갑질은 확인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날 서울교사노조는 동료 교사들로부터 받은 제보를 공개하며 철저한 경찰수사를 촉구했습니다. 그 제보 중 하나는 "학생 B가 뒤에 앉아 있던 학생 C의 이마를 연필로 긁었다. 학생 C의 학부모는 이 사건을 이유로 교무실에 찾아왔고, 고인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라고 항의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피해자 학부모가 수십 통의 전화하기도 했다"면서 고인은 "내가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고, 교무실에도 알려준 적이 없는데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했는지 모르겠다. 소름 끼친다. 방학 후에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야겠다"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공개했습니다. 24일 유족 동의 하에 공개된 일기장 일부에서 공개되었면서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결국 경찰도 뒤늦게 해당 제보의 양 당사자 측 학부모를 참고인으로 조사했고요. 서이초 60여 명 교사 전원을 탐문 조사했으며, 유족이 제출한 고인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게 되었습니다.

◇ 최휘> 고인 사망 소식이 알려진 이후 고인의 일기장 내용을 입수해서 보도하는 등 여러 언론보도의 문제점이 불거졌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 김언경> 뉴데일리는 20일 [단독/서초구 초등교사 일기장 내용 입수…2월에도 극단 선택 시도 정황]에서 '본보가 입수한 A씨의 일기장" 운운하면서 그가 업무 스트레스와 연인관계 등으로 힘들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우울증세로 정신의학과에서 치료를 받아왔다고도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는 기본적으로 자살보도권고기준을 명백히 위반한 것입니다. 자살보도권고기준 3.0에는 "고인의 인격과 비밀은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호해야 합니다. 고인의 인격을 침해하거나 비밀을 노출하는 보도는 고인과 유가족의 법적 권익을 해칠 수 있습니다"라고 적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자살은 단순화하기 어려운 복잡한 요인들로 유발"되기에 자살 동기를 단순화한 보도는 매우 위험하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구했는지 모를 사적 정보들을 고인과 유가족 동의없이 함부로 언급한 것은 명백한 잘못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사안에 있어서 고인의 죽음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많은 교육현장의 공감과 추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이런 맥락을 묵살하고 뭔가 개인적 사정에 방점을 찍으려 한 것도 부절합니다. 25일 유가족은 블로그를 통해 일기장 내용과 의료기록은 어떻게 확보한 것인지 묻고, 왜 특정 부분만 강조하고 "특정 악성 민원에 시달린 정황이 없다"고 했는지를 지적했습니다. 팩트체크도 없었고, 유가족 동의를 받지 않았음을 비판하며 더불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 최휘> 이번 사안에 대해 교육계는 물론이고 많은 시민들이 깊은 애도의 뜻을 보내고 있으며, 우리 교육계에 대해서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특히 7.22일 교사와 교대생 5천명이 모이는 대규모 추모집회까지 열렸는데요. 이들 목소리를 들으면, 이번 교사의 죽음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가 매우 큰 것으로 보이는데요.

◆ 김언경>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22일 토요일 종로구 보신각 앞에는 검은옷과 마스크 쓴 교사와 교대생 5천명이 모이는 대규모 추모 집회가 열렸습니다. 교권침해 실태 알리고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 강력 촉구하는 자리였습니다. 자발적 교사 모임인 공교육비상대책위원회가 조직한 것인데 이례적인 자발적 교사들의 대규모 집회입니다. 최근 양천구의 한 공립초등학교에서 교사가 6학년 학생에게 폭행당한 사건, 부산 북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이 수업 시간에 B 교사의 얼굴을 폭행하고 몸을 발로 차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교사의 교육업무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심각하다는 것이 두드러진 상황이고요. 토요일 집회에서 나온 발언들을 들어봐도 업무 이외의 스트레도 엄청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퇴근 시간 이후 학부모에게 전화가 와도 상담이라는 이유로 새로운 업무가 시작된다"며 "문제의 본질은 25명의 아이와 그 학부모를 교사 1명이 담당해야 하는 구조"라는 발언이 나왔고요. "나 혼자만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버텼던 게 지금과 같은 일을 일으킨 것 같아 부채감을 느낀다"며 "학부모 민원에 더해 교실에서도 학생들에게 아무 말 할 수 없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 무력감을 느낀다" "현장의 교사들은 학부모에 의한 무차별적 폭언 등 생명과 직결되는 위협에 노출돼 있다"며 "교사 생존권 보장에 대한 교육부의 대처방안을 강력히 요구한다" 등의 발언이 나왔습니다.

◇ 최휘> 그런데 이런 일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여요. 그럼에도 교육계가 정말 아무런 대책도 못세우고 있었던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거든요.

◆ 김언경> 지난 3월 27일 MBC PD수첩에서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라는 방송을 했는데요. 이 방송에서는 2021년 부산에서 비슷한 상황으로 사망한 교사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욕설을 한 학생을 복도로 내보내 반성문을 쓰게 했다는 이유로 학부모가 여러 건의 민원을 제기했고요. 결국 교장에 의해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당하고 혼자 해결해야 했습니다. 고인은 이번 서이초의 경우와 달리 학교라는 공간이 아닌 곳에서 사망하셨기에 죽음 후 진상조사나 사회적 애도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이번 사건 이후 언론의 보도와 여러 교원단체의 성명 등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가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을 교사에게 떠맡기고 정작 그들에게는 아무런 권한도 보호막도 되어주지 못했었구나 라는 안타까움이었습니다.

◇ 최휘> 그래서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으로 모아지고 있는 것인가요?

◆ 김언경> 지난 7월 23일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의 성명에는 "근본적인 원인을 촘촘히 살펴보고 분석하여 재발하지 않도록 다음의 항목에 걸쳐 실질적인 조치를 해주십시오."라면서 첫째, 다른 공공기관처럼 학교로 들어오는 민원을 담당하는 창구를 일원화하고 별도의 담당 인력을 배치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할 것, 둘째,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걸러낼 수 있는 강력한 법과 행정 시스템을 구축해줄 것, 셋째, 학생이 연관된 모든 폭력을 학교폭력을 규정하고 있는 '학교폭력예방법', 공개된 공간인 학교와 그렇지 않은 가정 안에서의 행위를 모두 동일한 잣대로 처벌하도록 한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에 대한 사회적 재논의를 추진해줄 것, 넷째,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제20조의 2항에 따른 시행령 개정안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교육부, 교육청은 어떠한 실효성 있는 책임 있는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7월 20일까지만 해도 교육부 역시 교원단체와 함께 교권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아동복지법 등 '법 개정'을 대안으로 논의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4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공교육이 무너졌다"며 학생인권조례 재정비 의사를 밝혔고요.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도 참모들에게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을 병행 추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후 학생인권조례폐지가 대안인 것으로 방향이 급선회했습니다.

◇ 최휘> 마지막으로 관련 언론보도에 대해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 김언경> 다른 모든 사안도 마찬가지이지만, 언론은 이 사안을 해결해나가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첫째, 교권 회복을 위한 목소리는 정말 다양합니다. 학생인권조례 개정만 하면 교권이 회복되고 교육 현장의 여러 가지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이 아닐뿐 아니라, 그런 만능열쇠는 없다는 것이죠.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언론은 흥미위주의 보도가 아니고 조금 더 연구하고 고민한 결과를 내놓아야 합니다. 최근 관련 언론보도를 보면 느닷없이 오은영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금쪽이 편만 들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식입니다. 그러나 언론인들도 스스로 그렇게 간단하게 볼 수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사는 늘 기자 스스로 한 생각이 아니라 누리꾼의 의견에 따르면 이런 식입니다. 보다 깊이있는 대안을 내놓는 그런 보도가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또한, 일명 냄비저널리즘이라고 어떤 사안이 터젔을 때만 반짝하며 관심을 갖고, 금방 그런 이슈는 나몰라라 하는 태도는 절대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정말 하루가 시급한 문제입니다. 나온 대안들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교육계의 실천적 움직임이 있는지, 법 개정이 이루어지는지, 만약 이루저지 못한다면 무엇때문인지 계속 지켜보면서 변화를 견인하는 언론보도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 최휘>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최휘>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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