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英 최대 코리빙 기업 그래비티 CEO 리카르도 테사로 | “코리빙 하우스서 만나 결혼·사업도…주거 시장 한 축 될 것”
“코리빙(Co-Living·공유 주거) 하우스에서 만나 결혼해 애 낳고 사는 커플도 있어요. 그런 회원들을 보면 매우 뿌듯하죠.”
최근 영국 런던 중심가인 홀본에 있는 코리빙 하우스 임대 및 중개 플랫폼 운영 업체 그래비티 본사에서 만난 리카르도 테사로 그래비티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코리빙 하우스가 머지않아 주거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산업군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젊은 전문직이 모여 살며 네트워크를 쌓는 주거 형태로 각광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테사로 그래비티 CEO는 런던 리젠트대에서 글로벌 재무관리를 전공하고 이스라엘, 태국(방콕)에서 투자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이후 홍콩으로 건너가 투자운용역으로 일하다, 2018년 1월 그래비티를 세웠다. 그에게 영국 최대 코리빙 하우스 브랜드를 만들게 된 계기와 사업 현황, 코리빙 산업의 미래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리빙 하우스를 임대 또는 중개하는 사업을 아이템으로 하는 그래비티 창업 계기는.
“런던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이후 방콕과 홍콩 등으로 이직하면서 이사할 때마다 집을 찾는 게 매우 어려웠다. (짧은 기간 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유동적인 주거 시설을 찾았지만, 이러한 집을 찾을 수 없었다. 주변에 나 같은 문제를 겪는 사람이 많았다. 이런 문제가 내게는 창업의 가장 큰 동력이었다. 또 서울이나 뉴욕 등도 비슷했겠지만, 코로나19 사태 당시 런던에서는 셧다운으로 인한 고립으로 젊은 전문직 사이에서 정신 건강이 화두로 떠올랐다. 그들은 굉장히 긴 시간 일하지만 사회적으로 네트워킹할 통로가 없다고 느꼈다.
이에 더해 2017년 투자운용역으로 일하면서 학생 기숙사나 호텔, 모듈러 건축 등 부동산과 관련한 일을 했다. 그러면서 코리빙이나 BTR(Build-to-Rent·다가구 아파트나 단독 가구 주택의 임대용 개발) 등 분야에 관심이 생겼고, 그때 코리빙 사업을 시작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2018년 당시에는 코리빙 개발에 뛰어드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결과적으로 지금 우리는 온라인 분야에서 영국 1위 코리빙 브랜드이자 플랫폼 운영 업체가 됐다.”
사업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은.
“그래비티를 통해 코리빙 형태로 거주하는 임차인이 350명에서 400명 정도다. 매출은 지난해 450만파운드(약 74억7630만원)에서 올해 700만파운드(약 116억2980만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는 그래비티 앱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기능만 판매할 계획이어서 회원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래비티 중개로 코리빙 하우스에서 살던 사람이 개인 사정으로 이사할 때 커뮤니티만큼은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이를 일종의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형식으로 발전시켜 커뮤니티 구독을 판매하는 식으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최근 코리빙 업계에 대한 투자자 등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는 걸 체감하나.
“큰 투자자나 디벨로퍼로부터의 관심은 6~9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그래비티의 다양한 커뮤니티가 굉장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주목받은 거다. 그래비티 거주자들의 평균 거주 기간이 8개월인데, 그 말은 8개월마다 월세를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각종 자원의 가격이 올라간 시기에 투자자 입장에선 코리빙 하우스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위험 분산 기능을 한다고 봤던 것 같다. 그전까지는 코리빙 섹터가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이었다면, 이 시기를 기점으로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으로 바뀌었다. 코리빙은 이익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최소 2년이 걸리는 BTR 등에 비해 투자금이 빨리 회수되는 점이 장점이다. 그래서 현재는 코리빙이 다른 주거 형태보다 더 좋은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유연성도 굉장히 중요한 코리빙의 장점 중 하나다. 6개월 정도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면 코리빙 하우스가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형태보다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래비티는 지난해에만 570만유로(약 94억6998만원) 이상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자들은 그래비티의 어떤 점에 주목했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게 크다. 코리빙이 새로운 섹터인 데다 경영자가 적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재는 런던에 5개 건물이 있지만, 이를 2027년까지 1만 베드(bed) 수준으로 운영 건물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눈길을 끌었다. 이에 더해 내년에는 프랑스 파리와 스페인 마드리드, 2025년까지는 이탈리아 밀라노와 포르투갈까지 유럽 전역으로 사업을 넓힐 계획이다. 이후 2025년 말부터는 아시아 시장 진출 계획도 있다. 이미 싱가포르 쪽과는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 서울, 홍콩, 싱가포르, 방콕, 선전, 도쿄 등 주요 도시를 후보에 올려두고 고민 중이다. 아시아 시장에 진출한다면 현지 디벨로퍼와 합작 법인을 설립할 것이다. 그래비티는 힐튼 같은 호텔 체인이 아니다. 나라별, 도시별로 특징을 살려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에 진출한다면, 서울에 맞는 디자인과 설계 등을 해줄 수 있는 로컬 파트너를 찾는 식으로 협업하는 거다.”
현재 그래비티가 진행 중인 사업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래비티 커뮤니티는 우리의 DNA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소비자로 하여금 기꺼이 그래비티에 살고 싶게 하는 브랜딩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코리빙 업체가 있지만 그들은 브랜드가 없는 운영자로서 역할만 한다. 그만큼 브랜딩에 투자하는 것도 우리에게는 회사의 중심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그 결과 그래비티의 커뮤니티는 굉장히 높은 고객 만족을 얻고 있다. 임차인의 약 40%가 연장 계약을 하고 30%는 주변 사람에게 스스로 홍보할 정도로 충성도가 높다. 이 때문에 홍보 예산을 2019년 임차인 1인당 300파운드(약 49만8420원)에서 현재 90파운드(약 14만9526원)로 줄일 수 있었다. 그래비티에서 만나 거주자들끼리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기도 하고, 스타트업을 새로 만들기도 한다. 결혼한 커플은 첫 아이를 가졌을 때 이사를 했다. 그런 회원들을 보면 매우 뿌듯하다.(웃음)”
코리빙 하우스가 잠깐 유행을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코리빙 하우스는 주택 시장에서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올해 들어 코리빙 산업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늘었음을 체감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을 여러 군데로 확장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키울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있다. 아직 코리빙 건물 가치를 매길 때 척도가 많지 않아 이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는 거다. 현재는 기숙사와 일반 주택 그사이 정도에서 가치가 매겨지고 있고, 투자자들도 그 정도로 인지하고 있다. 이를 명확히 하는 게 코리빙 산업의 과제다.”
Company Info
회사명 그래비티
본사 영국 런던
사업 공유 주택 임대업
창업자 리카르도 테사로, 수산나 록
설립 연도 2018년
매출 450만파운드(2022년)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