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VR 콘텐츠 스타트업 어메이즈VR 공동 창업자 이승준 대표 | “스포티파이가 음악 듣는 방식 바꾸듯 VR 콘서트로 공연 관람 혁신”

변지희 조선비즈 기자 2023. 7. 3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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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어메이즈VR

콘서트 현장에 가본 사람이라면 아티스트가 멀리 보여 속상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준비해 간 망원경이 무용지물일 땐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이 같은 ‘팬심’을 저격해 가상현실(VR) 콘텐츠를 만드는 스타트업이 있다. 이승준 대표가 이끄는 ‘어메이즈VR’이다.

이승준 어메이즈VR 공동 창업자 겸 대표 카이스트 산업공학, 전 커니 근무, 전 베인앤드컴퍼니 근무, 전 카카오 근무 사진 변지희 기자

어메이즈VR은 그래미 어워드를 3회 수상한 미국 래퍼 메건 더 스탤리언(Megan Thee Stallion)을 시작으로, 작년 7월 SM엔터테인먼트와 조인트벤처 ‘스튜디오 A’를 설립해 K팝 VR 콘서트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에스파’의 VR 콘서트는 지난 3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흘간 진행된 세계 최대 음악 콘퍼런스 2023 SXSW에서 공개됐다.

VR 헤드셋을 쓰고 어메이즈VR이 제작한 에스파 콘서트를 켜면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 공연 무대가 펼쳐진다. 멤버들의 움직임과 카메라 각도에 따라 가수가 채 10㎝ 거리도 안 되는 코앞까지 다가오기도 한다. VR 콘서트 속 멤버들의 신체 비율과 외양은 실제 모습을 거의 그대로 구현했다. 피부의 작은 점이나 얼룩, 태닝 자국까지 생생하게 살렸다.

최근 이 대표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어메이즈VR 한국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대표는 서울과학고, 카이스트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컨설팅 회사인 커니, 베인앤드컴퍼니를 거쳐 2012년 카카오에 합류했다. 카카오 직원이 약 100명에 불과했던 초창기 시절 전략팀장을 맡았다. 2014년 카카오-다음 합병, 카카오페이의 전신인 모바일 결제 플랫폼 사업부 출범 등 굵직한 업무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2015년 이제범(Ernest Lee) 카카오 전 공동 대표와 함께 카카오를 나와 미국 실리콘밸리에 어메이즈VR을 세웠다. 이 전 대표는 현재 어메이즈VR 최고제품책임자(CPO) 및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201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근처로 사무실을 확장한 뒤 2019년에는 해당 사무실로 미국 본사를 통합했고, 2020년에는 서울에도 사무실을 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메이즈VR의 VR 콘서트 제작 과정. 사진 어메이즈VR

VR 영상을 보니 현실과 정말 비슷하다.
“내년 출시 예정인 애플의 VR 기기 ‘비전 프로’는 현재 가장 최신형인 ‘메타 퀘스트 2’보다 디스플레이 화소 수가 약 3.3배 이상 많다. 어메이즈VR도 이에 발맞춰 콘텐츠 화질을 더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에 제작할 콘텐츠들은 현실과 구분이 거의 안 될 정도일 것이다. 지금도 아티스트들의 실제 키와 비율 등을 거의 그대로 구현한다. 점이나 얼룩 같은 부분은 아티스트들이 원하면 살짝 지워 주기도 한다.”

처음부터 VR 콘서트를 만들려고 창업했나.
“VR이 유망 산업이 될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처음부터 VR 콘서트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니었다. VR 기기 사용자가 볼 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점에 착안해 고민을 거듭하다 2019년쯤 돼서야 VR 콘서트에 집중하게 됐다. 이후 약 1년 반 만에 스탤리언과 협업해 첫 VR 콘서트가 완성됐다.”

제작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
“스탤리언과 작업했을 때만 해도 콘텐츠 제작에 5~6개월이 걸렸다. 지금은 제작 과정을 모듈화한 데다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해 6주면 완성된다. 단순히 콘텐츠만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제작에 필요한 가상현실 기술을 꾸준히 업드레이드해 왔다. 하이퍼리얼 9K+ 실사 촬영 기술, 언리얼 엔진 기반의 VR VFX 파이프라인·모듈, AI 리라이팅(AI Relighting), AI 키잉(AI Keying), 분산 렌더링 시스템 등이다. 쉽게 말해 그린 스크린에서 찍은 머리카락이나 의상에서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을 구분하는 작업에 AI를 활용해 제작 속도가 빨라졌다. 신체 음영을 자연스럽게 구현하려면 굴곡을 계산해야 하는데, 여기도 AI를 활용한다. 렌더링(이차원 화상에 광원·위치·색상 등 외부 정보를 고려해 사실감을 불어넣어 삼차원 화상을 만드는 과정)도 업그레이드해 처리 속도가 220배 빨라졌다.”

어메이즈VR은 지난해 글로벌 최대 영화관 체인으로 꼽히는 미국의 AMC에서 스탤리언 VR 콘서트 투어를 진행했다. 미국 15개 주요 도시에서 75%의 티켓 판매율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선 VR 콘서트 계획은 없나.
“K팝 팬을 위해 국내에서도 VR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올 하반기 중에 진행할 예정이다. 그에 앞서 7월에는 VR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어메이즈VR 앱을 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한 뒤, 앱에서 4~5곡 정도가 포함된 아티스트별 콘서트를 구입하는 형태다. 향후 구독 모델도 고려하고 있지만 일단 앱 론칭 초창기에는 콘서트당 10달러(약 1만2690원) 내외 가격으로 판매하고자 한다. 스탤리언과 에스파, 카이 등 한두 달에 아티스트 한 명씩 VR 콘서트를 순차적으로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콘텐츠 제작 속도가 빨라지면서 앱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업데이트할 수 있어, 앱도 출시할 수 있게 됐다.”

어메이즈VR의 비전은 무엇인가.
“스포티파이(Spotify)가 음악을 듣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면서 전 세계 다수가 음악 듣는 방식이 바뀐 것처럼 공연 보는 방식의 혁신을 VR 콘서트를 통해 만들고 싶다. 사람들이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경험을 VR 콘서트를 통해 대중화하고 싶다. ‘레미제라블’ 같은 소설이 뮤지컬로도 만들어지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듯 VR 기기가 보편화한다면 사람들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방식도 다양해질 것이다.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 감독 정도만 아티스트를 가까이서 보는 경험을 VR 콘서트를 통해 모두가 경험할 수 있게 하려 한다. 아티스트들이 앨범을 냈을 때 홍보 차원에서 뮤직비디오를 출시하고 전 세계 투어를 하는데, 어메이즈VR도 시기를 맞춰 VR 콘서트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장기적인 목표다.”

어메이즈VR은 지난해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 유치액은 5030만달러(약 638억3070만원)다.

추가로 투자받거나 기업공개(IPO) 계획은 없나.
“애플이 비전 프로 출시 계획을 밝힌 이후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많아져 하반기에 추가 투자 유치를 고려하고 있다. 2026년 나스닥 상장이 목표다.”

Company Info

회사명 어메이즈VR
본사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사업 VR 콘텐츠 제작 및 온라인 정보 제공업
창업자 이승준, 어니스트 리(Ernest Lee)
설립 연도 2015년
누적 투자 유치액 5030만달러(약 638억307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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