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창립 50주년 한국회계학회 한종수 신임 회장 | “기업들 재무제표에 영향 주는 지속 가능성 공시 준비 서둘러야”
“지속 가능성 의무 공시 도입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기업이 이를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속 가능성 공시는 당장 기업의 재무제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학회는 기업이 하루빨리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만난 한종수(경영학부 교수) 신임 한국회계학회 회장은 주요 회계 현안에 대한 학회의 역할에 대해 묻자 이렇게 말했다. 한 회장은 7월부터 2024년 6월 30일까지 1년간 한국회계학회(이하 학회)를 이끈다.
한 회장은 국내 재무회계와 회계감사 분야 연구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2015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IFRS IC·IFRS Interpretations Committee) 위원에 선임됐고, 한 차례 연임을 거쳐 2021년까지 활동하며 국제 회계 기준의 재·개정 작업에 임했다. IFRS IC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약 130여 개국에서 사용하는 국제 회계 기준을 해석하고 지침을 정하는 위원회로, 각국에서 선임된 14명의 위원과 1명의 위원장으로 구성된다. 한 회장은 2021년에는 국내외 회계 발전과 투명성 제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학회는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이했다. 2023년 현재 학회에서 활동하는 유효 회원은 1700여 명에 달한다. 한국회계학의 발전과 회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고 회계 투명성을 한층 끌어올리는 데 앞장서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회장은 “지속 가능성 공시 도입, 가상자산 등장,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활용 등 회계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학회를 이끌게 됐다”면서 “어느 한편에 서지 않고, 정부와 회계 업계, 기업에 여러 현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전달할 수 있도록 바쁘게 움직일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가장 중요한 회계 현안은 무엇일까.
“최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지속 가능성 공시의 첫 번째 기준서를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기업은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하는 활동이 자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투자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에 따라 회계에서는 앞으로 지불해야 하는 전력 구매 비용, 탄소 배출권 거래 비용 등 이른바 ‘녹색 비용’을 현시점의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 또 지속 가능성에 맞지 않는 자산의 가치가 급락하면 이를 ‘손상’으로 인식해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이 경우 기업의 재무 비율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지속 가능성 공시 도입과 관련해 학회는 어떤 역할을 할 예정인가.
“지속 가능성 공시 도입 현실화로 수년 내 존폐 위기에 설 기업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ISSB는 이를 2024년 1월 1일부터 적용하라고 했다. 2023 회계연도 사업보고서부터 지속 가능성 공시가 포함돼야 하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기업 부담을 고려해 2025년부터 기업이 자율 적용하도록 할 방침이지만,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기업의 경우 도입을 미룰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업이 이를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학회는 기업에 지속 가능성 공시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기준에 따른 공시 작성 방법, 재무 요소 반영 방안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기업의 의사 결정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2018년 도입된 신외부감사법(신외감법)으로 회계 투명성이 한 단계 높아졌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주기적 지정 감사제와 감사 비용 증가에 따른 기업의 부담이 과도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신외감법 시행이 회계 투명성과 회계 품질을 높이는 데 분명한 효과가 있다고 본다. 기업이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했을 뿐 아니라, 감사 계약 연장 여부 때문에 감사인이 업무 수행에 제약받는 일도 줄었다. 하지만 비용이 늘었다는 기업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감사 비용뿐 아니라 높은 수준의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구축하기 위한 인력 채용, 외부 컨설팅 비용 등이 추가로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이에 학회는 신외감법 도입 이후 기업이 얼마만큼의 추가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비용과 회계 투명성 사이 균형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주기적 지정 감사제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있는 것도 알지만, 아직은 이 제도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본다.”
지난해부터 사학·공익법인 등 비영리법인의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시행됐다. 이에 따라 비영리법인은 4년간 감사인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이후 2년간 정부가 지정한 감사인에게 감사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부 비영리법인에서는 반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회계는 데이터가 아닌 정보(information)다. 여기저기 산재한 데이터와 달리 정보는 그것을 필요로 하는 청중이 있고, 청중은 획득한 정보를 자신의 의사 결정에 사용한다. 일반 기업 회계 정보의 청중이 투자자라면, 비영리기관의 회계 정보를 요구하는 청중은 기부자다. 비영리법인은 기부자가 낸 돈을 책임감 있게 얼마나 잘 사용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비영리법인의 회계 목적은 책임성(accountability)을 보여주는 것이고, 독립된 제삼자에 의한 감사는 이들이 생산한 회계 정보의 신뢰성을 부여하는 도구다. 주기적 지정의 필요성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큰 비영리법인의 경우 사업비가 여느 상장사 못지않기 때문에 감사인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본다.”
1973년 설립, 올해 학회가 50주년을 맞았다. 회계학의 발전을 위해 올해 새로 계획한 활동이 있다면.
“회계 실무에서 AI와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 활용이 매우 많아졌다. 그만큼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회계와 접목한 IT 지식을 전달할 필요성이 커졌다. 하지만 다소 대응이 늦은 것이 현실이다. 이를 고려해 올해 학회에서는 해외 전문가와 국내 실무자, 연구자들을 섭외해 회계학과 교수를 대상으로 IT를 실무 교육에 활용할 있도록 강의할 계획이다. 또 관련 연구가 이어질 수 있도록 세미나를 열고 해외의 다양한 연구 방법론도 전달할 예정이다. 최근 가상자산의 회계 기준 제정을 위한 장기 연구에도 착수했다.”
Plus Point
지속 가능성 공시 어떻게 하나
ISSB, 첫 번째 기준 발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6월 26일 지속 가능성 공시 첫 번째 기준서를 발표했다. 국제 기준은 △일반적 지속 가능성 관련 재무 정보 공시 요구안(IFRS S1) △기후 관련 재무 정보 공시안(IFRS S2)으로 구성됐다. IFRS S1은 기업이 단기·중기·장기에 걸쳐 직면하는 지속 가능성 관련 위험 및 기회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공시 요구 사항을 담았고, IFRS S2는 기후 관련 공시 요구 사항을 제시하며, IFRS S1과 함께 적용되도록 고안됐다. 이 국제 기준은 내년 1월 1일부터 자율 규제 형식으로 적용된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