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호의 투자 프레임 <11>] 부동산, 부실 금융·시공 시스템 개선 필요…가격 상승은 그다음
부동산과 주식은 비슷한 듯하지만 다른 투자 자산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방어하는 자산으로서 공통점이 있으나 상승·하락 시기와 강도에 차이가 있다. 금융 위기 이후 두 차례 진행됐던 서울 아파트 가격의 대세 상승기와 증시 강세장을 비교해 보자. 긴 흐름이 아닌 구간별로 보면, 변동성과 추세가 다르다. 증시 변동성이 더 극렬했고, 서울 아파트 가격은 한 번 추세가 형성되면 큰 흔들림이 없었다. 이유는 뭘까. 주식보다 부동산이 돈줄이 미치는 영향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게 아니다. 여윳돈으로 하는 게 당연하고, 금리보다 기업 자체의 성장이 더 중요하다.
2000년대 주가와 금리는 역행하기보다 동행하는 사례가 더 많았다. 금리 상승 구간에서 주가는 올라섰고, 금융 시스템이 불안정해지거나 경기 침체에 들어서게 됐을 때, 금리를 내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면 주가는 급락했다. 금리 인하로 위기가 진정되고, 다시 금리를 올릴 체력이 되면 주가는 급등했다. 돈을 빌려, 빌린 돈 이상으로 돈을 버는 성장이 가능하다면 주가는 올라섰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극심했던 2022·2023년은 2000년대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팽배한 구간에선 고금리 공포에 증시 조정이 깊어졌다. 2023년 상반기 인플레이션이 주춤해지자 주가는 치솟았다. 하지만 두 시기 모두 주가는 금리 그 자체보다 금리 상승을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부동산 거래, 추세적 반등은 물음표
부동산은 주가보다 금리에 더 민감하다. 부동산은 의식주 중 하나고, 공급의 비탄력성으로 인한 수급 불안정도 크다. 주식에 비해 투자 단위도 크다 보니 목돈이 필요하다. 레버리지(차입)보다 현금으로 사는 이가 다수인 주식 투자와 달리 부동산 투자는 대부분 대출을 활용한다. 정부 정책이 부동산에 우호적이거나 대출 이자율 부담이 낮아져야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다. 개인 입장에서 내 집 마련은 평생의 꿈이고, 여건만 되면 부동산을 사고자 한다. 돈줄이 말라버리면 부동산은 위축되고, 돈줄이 풀리면 부동산은 거침없이 상승한다.
2022년 하반기 이후 고금리 환경이 고착화하면서, 금융권의 연체와 부실이 확대되고 있다. 주식 투자자는 이러한 압박에도 기업 실적에 의지하면 되지만, 부동산은 다르다. 2022년 가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 위험 확대 시기에 부동산 시장 한파가 드셌던 이유다. 물론 2023년 상반기는 나쁘지 않았다. 주가는 올라섰고, 2월 이후 부동산도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일단 아파트 거래가 활발했다. 5월 전국 기준 아파트 거래량은 4만 가구를 회복하며 거래 최소 달성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정상 거래 수준 4000가구에 거의 근접하면서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최악의 구간은 지난 모습이다.
금리 수준이 여전히 높지만, 돈의 흐름도 부동산에 우호적이었다. 아파트 거래가 늘어나자, 6월 가계 대출은 전월보다 5조9000억원 증가했다. 전월 4조2000억원 대비 증가 규모가 크다. 2021년 10월에 기록한 5조2000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등에 따라 실수요 매수세가 유입됐고, 기타 규제 지역 해제 등에 따른 다주택자의 추가 매수세도 힘을 보탰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고민이다. 무엇보다 아파트 거래를 촉발한 특례보금자리론이 올해 상반기에만 약 28조2000억원이 나갔다. 공급 목표액 39조6000억원 대비 71.2%가 정책 금융에 힘입어 아파트 거래가 최악의 국면을 지난 것은 긍정적이나 이러한 거래량 반등이 연내 추세적으로 완연히 회복 가능할지는 여전히 고민이다.
여전히 불안한 부동산 시장
주식 투자는 금리보다 기업 실적이 더 중요하다. 하반기 증시를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대외 수출 환경 개선에 있다. 하지만 부동산은 다르다. 외부가 아닌 부동산 산업 전반의 가치 사슬을 면밀히 뒤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PF 부실 위험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전 금융업이 참여하는 PF 대주단 협약 가동을 통해 금융 시스템 안정화에 노력해 왔지만, 이는 근본 해결책이 아니었다. PF 부실 이연에 따른 부실 심화 가능성이 있고, 자금 회수 지연에 따른 재무 부담은 여전하다. 새마을금고 사태 그리고 최근 들어 신탁회사 부실 가능성 등이 여전히 부동산 불안의 진원지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돼 건축비를 분양을 통해 갚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아직 그런 징후가 뚜렷하지 않다.
미분양 주택은 11개월 연속 우상향을 보이다가 올해 3월부터 전월 대비(MoM)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다소 진정된 모습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미분양의 절대 레벨이 워낙 높다. 하반기 신규 분양 공급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지난 상반기 전국 아파트 분양은 17만 가구였는데, 올해 상반기는 7만5000가구 분양에 그쳤다. 이 때문에 분양 공급 공백으로 상반기 미분양의 자연 감소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에는 15만8000가구의 분양이 예정돼 있어 분양 증가에 따라 미분양은 다시 상승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준공 후 미분양은 느리지만 점차 증가하고 있고, 최근 몇 년간 후분양 아파트도 많아진 상황이라 준공 후 미분양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있다.
준공 후 미분양의 증가는 결국 건설사들의 매출 채권 손상 가능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여전히 불안한 구간에 있다. 매매가격의 선행지표가 되는 전세 가격도 불안하다. 임대차 3법으로 인해 비싼 전세로 계약했던 물량들이 올여름부터 본격적인 만기가 도래하면서 최근 가격은 다시금 하락 전환한 상황이다. 역전세 리스크와 가격 하락 가능성 역시 올해 하반기 폭풍이 지나야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GS건설 사태의 ‘나비 효과’ 우려
문제는 최근 불거진 GS건설의 인천 검단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여파로 잠잠해질 듯했던 부동산 PF 시장의 자금 경색 리스크가 재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GS건설은 검단 현장에 대한 전면 재시공을 결정하면서 5500억원의 비용을 상반기 결산 실적에 반영한다고 공시했다. 또한 국토교통부에서 GS건설의 80여 개 현장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조사 결과가 8월 중순에 나올 예정이기 때문에 아직 추가 부실에 대한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GS건설의 평판 리스크로 국한해 볼 수도 있겠으나 국내 1위 주택 브랜드의 사고 소식은 건설사 전반의 시공 퀄리티에 의문을 갖게 하는 데 충분했다고 보인다. 이렇게 되면 분양 수요에 대한 센티먼트(투자 심리) 악화와 건설사의 자체 자금 조달 능력 훼손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연내 착공 예정이던 PF 사업지의 장기 미착공화 또는 이자 상승에 따른 부실화 가능성 역시 동반 증가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 IT, 조선 등 한국의 대표 수출 기업들이 코스피(KOSPI)를 끌고 올라서고 있다. 증시가 강해지자, 부동산 가격 반등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수출이 아닌 내수 의존도가 높은 부동산 가격 반등은 증시 회복에 비해 더딜 수밖에 없다. 특히 새마을금고와 GS건설 사태를 통해 부동산 시장에 아직 위험 요인이 여전함을 상기하게 된다. 임시방편으로 억지로 롤오버(만기 연장)된 PF 유동화 증권들이 내년에는 과연 곧바로 좋아질 수 있는지를 반문해야 한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호흡을 길게 가져가야 한다. 지금 우리는 안전한 주거 환경, 건전한 금융으로 가는 길에 아픈 통증을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허술한 시스템이 부실 금융과 부실 시공을 만들었다. 언젠가는 닥칠 부실과 나태함의 결과를 지금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개선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 이전에 반드시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 부동산의 가격 상승은 그다음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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