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침체·청년 실업 늪에 빠진 中 경제 진단] 무위로 끝난 리오프닝 효과…‘수요·투자·생산 둔화’ 악순환

정원석 선임기자 2023. 7. 3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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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중국 부동산 재벌 완다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다롄완다 상업관리집단의 장기채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하향했다.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채무 이행 불확실성 등으로 가뜩이나 투기 등급인 채권의 신용등급을 디폴트 직전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7월 18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다롄완다 상업관리집단이 7월 23일 만기인 채권 4억달러(약 5076억원) 가운데 최소 2억달러(약 2538억원)가 부족한 상태라고 채권단을 인용, 보도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를 불러온 2021년 헝다그룹 채무 불이행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8%를 창출하며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중국 경제가 성장 둔화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불구하고, 생산·소비·투자 등 경제활동 전반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간 지속하면서 부채 부담으로 수요가 위축된 것이 물가 하락을 가속화하고, 위안화 가치와 증시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중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5%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질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2분기 GDP 성장률 6.3% ‘쇼크’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17일 2분기(4~6월) GDP가 전년 동기 대비 6.3% 성장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7.3%)를 한참 밑도는 수준으로, 코로나19 봉쇄로 지난해 2분기 GDP 성장률이 0%대까지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저효과도 통하지 않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예상보다 저조한 GDP 성장률에 대한 실망감으로 중국 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는 7월 17일 하루에만 1% 넘게 하락했고,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17위안 선에서 거래되는 등, 위안화 가치 하락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내용을 뜯어보면 중국 내수 위축이 심각하다. 리오프닝 효과로 4월 전년 동월 대비 18.4% 늘어난 소비(소매 판매)는 5월 12.7%, 6월 3.1%로 증가세가 급격하게 꺾였다. 최근 중국 경제의 고질병으로 부각된 16~24세 청년실업률은 6월 21.3%로 치솟아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 5월의 20.8%를 뛰어넘었다. 산업계의 활력을 보여주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월 49.0으로 3개월 연속 기준선(50.0)을 넘지 못했다. 수출 또한 증가율이 4월 8.5%, 5월 -7.5%, 6월 -12.4%로 뚝뚝 떨어지고 있고, 수입 역시 5월 -4.5%, 6월 -6.8%로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투자 또한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2분기 들어 3.8%로 지난 1분기(5.1%)에 비해 둔화됐다. 인프라 투자 확대(7.2%)에도 부동산 투자(-6.0%) 등이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수요 둔화로 물가 상승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 2.0%였던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 이후 0%대로 떨어지더니 6월에는 0%를 나타냈다. 생산자 물가 상승률은 6월 -5.4%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째 마이너스 상태다.

中 경제, ‘대차대조표 불황’에 빠지나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과잉 부채의 부실 가능성 등 구조적 취약점에서 비롯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의 장기 침체를 설명하는 ‘대차대조표 불황’에 진입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대차대조표 불황이란 가계와 기업들이 저금리 시대에 빚을 내서 쓰다가 자산 거품이 꺼지면 늘어난 빚을 갚으려고 노력하는데, 이 과정에서 소비와 투자가 줄면서 경제 전체가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마이너스 상태였던 중국의 신규 주택 가격 상승률(전월 대비)은 올해 3월 0.4%까지 오르며 반등했지만, 5월 들어 0.1%로 둔화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위축이 지속될 경우 성장세 하락이 가속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금융센터(KCIF)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이 158%로,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인 상황에서 회사채 발생 시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비중이 60% 내외에 달해 부동산 시장 위축이 신용 불안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7월 말 中 경기 부양책에 이목 집중

이 때문에 성장세 둔화를 방어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7월 말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은 공공, 민간 모두 과다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점이 변수라고 보도했다. 이치훈 KCIF 신흥경제부장은 "부동산 규제 완화, 중소기업 세제지원, 농촌 인프러 개선, 차세대 산업 지원에 집중된 선별적·맞춤형 경기 부양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Plus Point
Interview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
“中, 민간 경제 위축 심각…대규모 경기 부양은 가능성 작아”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중국 대외경제무역대 무역학, 한국외국어대 경제학 석·박사, 전 산업통상자원부중국경제 자문위원 사진 이치훈

“시진핑 정부가 관(官) 주도 경제정책을 추진하면서 민간 경제활동이 위축된 것이 성장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경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이치훈 국제금융센터(KCIF) 신흥경제부장은 7월 20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진단하고 “올해 중국 경제는 정부의 5% 성장 목표는 달성할 것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성장세 하락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부진에도 불구하고 인민은행이 금리를 동결했다. 배경은.
“기대에 못 미친 성장세로 경기 부양 필요성이 늘었지만, 미국과 금리 격차로 인한 자본 유출 압력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위안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차원에서 금리 동결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가 7월 말 발표할 예정인 경기 부양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한 정부 지출 확대로 최근 4년간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 증가 폭이 가계와 기업 부문의 두 배를 넘어섰다. 재정적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 대규모 경기 부양을 했을 때 비효율적인 재정 지출이 많았다는 점이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이 기대하는 대규모 재정 지출을 수반한 경기 부양책이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GDP를 뜯어보면 소비 등 수요가 좋지 않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경계심이 큰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과거처럼 부채를 일으켜서 부동산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으니 빚을 갚으면서 소비 등 다른 경제활동도 위축되는 디레버리지(de-leverage)가 나타나고 있다.”

현시점에서 중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민간 부문의 경제 활력이 너무 떨어졌다는 점이다. 정부와 국영기업 등 공공 부문만 움직이는 것 같은 분위기다. 국가 주도 자본주의를 내세우면서 규제를 강화한 것이 청년층 고용에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IT 기업들을 위축시켰고, 20%가 넘는 청년실업률 고공 행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가 IT 기업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경계심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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