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LH 아파트 명단 공개… 원희룡 “주거 안전 우려되는 상황은 아냐”

무량판 구조로 시공된 아파트 중 보강 철근을 빠뜨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15곳의 정보가 공개됐다.

국토교통부는 LH가 발주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를 계기로 무량판 공법으로 시행된 LH 아파트 91곳에 대한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한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그 결과 총 16.5%에 해당하는 15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됐다.

이한준 LH 사장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 무량판 구조 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국토부와 LH는 15개 단지의 지구 단위 정보와 준공·입주 현황, 공사를 담당한 시공사·설계사·감리사 사명 등을 공개했다. 현재 정밀안전점검 진행 중으로 이 결과에 따라 입주민과 협의 끝에 보강공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이한준 LH 사장은 “안전진단을 통해서 입주민들이 안심하고 사실 수 있을 때까지 저희가 무한 책임을 가지고 보완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또 “(단지 정보를) 발표하지 말아달라는 곳들도 있었지만 LH가 발표하지 않을 경우 ‘은폐 의혹’이 제기 될 수 있어 15개 단지 모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준공 완료가 9곳, 입주 완료도 5곳

철근 누락이 발견된 15개 단지 중 준공이 완료된 단지는 9곳, 공사 중인 단지는 6곳이었다. 이미 입주가 완료된 곳은 5곳, 현재 입주 중인 곳은 3곳, 미입주는 7곳이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입주가 완료된 곳은 파주 운정(A34 임대)과 남양주 별내(A25 분양), 아산 탕정(2-A14), 음성 금석(A2 임대), 공주 월송(A4 임대), 등이다.

입주 중인 단지는 충남도청 이전 신도시(RH11 임대), 수서 역세권(A-3BL 분양), 수원 당수(A3 분양), 등이다. 공사를 마치고 입주 예정인 단지는 오산 세교2(A6 임대)다.

공사 중인 곳은 파주 운정3(A23 분양), 양산 사송(A-2 분양), 양주 회천(A15 임대), 광주 선운2(A2 임대), 양산 사송(A-8BL 임대), 인천 가정2(A-1BL 임대) 등이다.

설계·시공 단계에서 철근 누락, 왜?

양주 회천(A15-BL)는 무량판 부분 기둥 154개소(전체 기둥 337개소) 중 154개소 전부가 설계 단계에서의 ‘구조 계산 미반영’으로 누락됐다. 이 아파트는 내년 2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LH는 다음달 10일까지 슬라브 보완 및 기둥 신설을 통해 보강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파주 운정(A34)도 설계 단계에서의 구조 계산 미반영으로 무량판 부분 기둥 331개소(전체 기둥 464개소) 중 12개소가 누락됐다. 지난해 8월 이미 입주를 완료한 이 단지는 총 1448가구로 15개 아파트 중 세대수가 가장 많다. 다음달 10일까지 슬라브 보완 보강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설계 단계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은 설계사가 구조 계산값을 시스템에 잘못 입력했거나, 건축 설계가 시시각각 바뀌어지는 과정에서 소통 오류로 설계 변경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거나, 이를 도면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표현이 미흡해진 경우라고 LH는 설명했다.

이탁훈 LH 공공주택사업본부장은 “설계사의 단순 실수도 있지만 시스템적으로 걸러내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며 “LH는 2017년부터 무량판 구조를 적용했기 때문에 많은 이해가 있을 줄 알았으나 현장에서 설계, 구조, 시공, 감리 모두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설계 단계가 아니라 시공 단계에서 철근이 누락된 경우도 있었다. 최근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진 남양주 별내(A25)는 무량판 부분 기둥 302개소 중 126개소가 시공사의 배근도 이해 및 도면검토 부족으로 누락됐다.

보강공사 ‘무한책임’ 지겠다지만…

국토부는 철근 누락이 확인된 15개 단지에 대해 긴급보강공사를 진행됐다. 31일 현재 보강이 완료된 곳은 3곳, 보강 중인 곳은 3곳, 보강 예정인 곳은 9곳이다. 보강공사는 슬라브를 보완하거나, 기둥을 신설하거나, 철근 콘크리트 상부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하중을 분산시켜 진행된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LH 공공주택을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가장 안전하고 튼튼해야 할 공공주택에서 국민 안전의 기본이 지켜지지 못한 점을 통렬히 반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번 보수 보강은 콘크리트 학회의 보강 방법의 자문을 거친 것”이라며 “문제가 된 아파트는 무량판 지하주차장에 기둥 부위에 해당되고, 지하주차장 상부에 건물이 없어 주거 부분에 대한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재시공이 아닌 슬라브 보완 등의 보강책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김영민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정책부회장은 “만약 불이나서 소방차가 들어갔거나 애들이 몰리면 지하주차장을 설계했을 때보다 더 큰 하중을 견뎌야할 수 있다”며 “전단보강근이 없으면 순간적 파괴가 일어날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