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카이 "관객 바로 앞 소극장서 연기로만 승부할게요"

신연수 2023. 7. 31. 17: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극 '라스트 세션'으로 돌아온 배우 카이
'연극 도전장' 내민 뮤지컬 스타
대형 뮤지컬 캐스팅 1순위 배우
7년만에 대학로 2인극 뛰어들어
'무신론자' 프로이트와 대치하는
'독실한 신자' 루이스 역할 맡아
"관객과 거리 가까운 소극장
부담이자 매력으로 다가왔다"


요즘 국내 뮤지컬에서 가장 잘나가는 남자 배우를 꼽을 때 카이(42·사진)는 빠지지 않는 이름 중 하나다. 뮤지컬 ‘베토벤’에서 베토벤을, ‘지킬앤하이드’에선 지킬·하이드를 맡는 등 대형 뮤지컬에서 주인공을 줄줄이 맡았다.

이유가 있다. 노래를 워낙 잘해서다. 서울대 성악과 출신다운 클래식한 창법과 귀가 뻥 뚫리는 가창력이 그를 최고의 뮤지컬 배우로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노래 실력으로 주목받다 보니 연기력은 상대적으로 빛을 덜 본 측면도 있다.

이제 노래 못지않게 연기도 잘한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을까. 모든 게 넉넉한 뮤지컬 시장을 뒤로하고 카이가 ‘가난한’ 연극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연극 이름은 ‘라스트 세션’. 무대는 서울 대학로에 있는 소극장이다. 출연자는 딱 두 명이다. 카이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노래 없이 연기로만 승부를 보기 위해 연극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대사 넘치는 2인극에 도전”

라스트 세션은 ‘정신분석학의 아버지이자 무신론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소설가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 C.S. 루이스가 만났다면 어땠을까’란 상상으로 만든 연극이다. 러닝타임(90분) 내내 신의 유무와 사랑, 죽음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두 지식인이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 프로이트 역엔 원로배우 신구와 남명렬이, 루이스 역엔 카이와 이상윤이 더블 캐스팅됐다.

카이는 이번 작품 출연 배우 중 유일하게 처음 출연하는 배우다. 신구와 이상윤은 세 번째, 남명렬은 두 번째 캐스팅됐다. 이상윤과 카이는 서울대 00학번 동문이다.

카이는 “첫 출연인 만큼 루이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고 싶다”며 “뜨겁고 열정적인 청년이자 마냥 선하지만은 않은 종교인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은 모두 나의 선생님”이라며 “대선배님(신구·남명렬)이 품은 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에 매일 감탄하고 상윤이의 날카로운 작품 분석 능력에도 탄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이의 연기력에 대해선 호평이 많다. 2인극이다 보니 대사량이 많은 데다 종교, 철학 등 어려운 분야를 다루는데도 자연스럽고 위트 있게 소화해냈다는 이유에서다. “17년차 뮤지컬 배우의 내공이 느껴진다” “노래 실력에 못지않다”는 평가가 관객들 사이에서 나온다.

그는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구강 보조기를 잘못 끼워 아파하는 프로이트와 그걸 빼주려는 루이스가 고군분투하는 신을 꼽았다. 카이는 “누구보다 논리적인 지식인도 고통과 두려움 앞에선 나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얼핏 보면 무겁지만 사실은 풍자와 해학이 담긴 이 작품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객 아니라 나를 위해 연기”

카이가 연극에 도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첫 무대는 7년 전 ‘레드’였다. 그는 “연극은 뮤지컬보다 관객과의 거리가 가깝고 음악 없이 대사만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며 “이런 점이 배우에겐 부담이자 매력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어 “7년 전에 비해 연기하는 게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금이나마 성장한 것 같다”며 “무대에서 뭔가를 보여주려고 애쓰기보다는 맡은 배역에 온전히 몰입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라스트 세션을 찾은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건네고 싶냐’고 물었더니 “그런 것 없다”는 뜻밖의 답을 들려줬다.

“지금보다 젊었을 땐 관객을 위해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지금은 온전히 스스로를 위해 연기합니다. 관객을 잊어버리고 그냥 캐릭터에 빠져들려고 노력해요. 그렇게 제가 배역과 하나가 될 때 관객에게도 ‘진실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고 봅니다.”

인터뷰 시간이 길어지자 카이가 엉덩이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저녁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급해서다.

“공연이 없던 나흘 동안 집에서 대사를 정말 많이 읊었어요. 이번엔 대사를 아예 혀끝에 저장시킨 다음 (작품 속) 루이스의 감정 자체에 집중해보려고 해요. 이렇게, 매번 무대에 설 때마다 욕심이 생깁니다.”

공연은 대학로티오엠에서 오는 9월 10일까지.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클래식과 미술의 모든 것 '아르떼'에서 확인하세요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