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철근 빼먹은 15단지 공개…“관리감독 허술, 구조적 문제”(종합)

박지애 2023. 7. 3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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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준공완료 9곳·공사중 6곳
이한준 LH사장 “소통 부재·현장 이해도 낮은 게 원인”
국토부, 무량판구조 민간아파트 293곳 전수조사 예정
尹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 공사 전수 조사하라" 지시

[이데일리 박지애 박경훈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전수조사결과 철근을 누락한 아파트가 15개 단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공개한 철근 누락 아파트는 시공사부터 설계, 감리사 모두 제각각 이뤄져 문제점을 드러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른바 ‘순살’로 불리는 철근 누락 사태는 특정 업체가 아닌 건설업계 구조적 문제라며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이한준 LH 사장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 무량판 구조 조사 결과 브리핑 전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와 LH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철근 누락 아파트 명단과 시공사 등을 공개했다. LH가 발주한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전수 조사 결과 철근 누락 단지는 총 15개 단지로, 준공완료단지는 9개, 공사 중인 단지는 6개로 나타났다. 정부는 앞으로 민간이 발주한 ‘무량판 아파트’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파주운정 A34, 충남도청이전 신도시 RH11, 수서역세권 A3, 수원당수 A3, 오산세교2 A6, 남양주별내 A25, 음성금석 A2, 공주월송 A4, 아산탕정 2-A14 등 준공 후 9개 아파트에서 주차장 철근이 누락됐다. 이중 파주운정 A34, 남양주별내 A25, 음성금석 A2, 공주월송 A4, 아산탕정 2-A14 등 5곳은 입주를 완료했다.

파주운정 A34의 누락 원인은 ‘구조계산 누락(계획 변경구간의 계산누락)’이었고 5200만원을 들여 내달 10일까지 보강에 나선다. 남양주별내 A25와 음성금석 A2의 누락 원인은 ‘다른 층 도면으로 배근’이었고, 9월 30일까지 보강을 완료한다. 공주월송 A4와 아산탕정 2-A14의 누락 원인은 ‘단순 누락’이다. 이들 아파 역시 9월 30일까지 보강을 완료한다. 현재 공사 중인 아파트는 양주회천 A15, 광주선운2 A2, 양산사송 A2, 양산사송 A8, 파주운정3 A23, 인천가정2 A1 등 6곳이다. 해당 아파트는 8월 10일~20일 사이 보강을 완료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철근 누락의 대부분 원인은 시공과 설계 오류 등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담당 시공사와 설계사, 감리사 등도 제각각이어서 전체적인 관리감독에 허술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한준 LH 사장은 “이번 전수조사 결과를 두고 단순히 시공사의 설계사, 감리사의 문제는 아닌 건설 시스템의 구조상 문제라고 판단했다”며 “먼저 감독기관이자 발주청인 LH가 전반적인 과정을 통제하지 못한 1차적 책임이 있고 설계사도 무량판 구조에 대해 모든 설계사가 100% 완벽하게 설계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현장 감리사도 새로운 공법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을 수 있다”며 “현장 책임자인 시공사도 인력 부족의 원인으로 전문성이 결여된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설계나 시공 과정에서 철근을 누락한 원인에 대해 LH는 ‘소통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 사장은 “건축설계는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뀌는데 소통이 안 돼 미반영한 상황이 종종 있었다”며 “보강근이 들어가는 부분에서 표기 부분이 미반영되거나 더 근본적으로는 도입이 얼마 안 된 무량판에 대한 이해도 부족이 있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무량판 구조는 기둥이 필요 없어 지하주차장을 넓게 만들기 좋은데다 비용 절감 효과도 탁월해 2017년부터 국내 대규모 아파트 위주로 빠르게 도입됐다.

이 사장은 “무량판 도입으로 인건비를 포함해 보철근, 거푸집 등 자재 절감 등 효과로 LH사업에서 총 751억원의 사업비 감소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돼 사용했다”며 “무량판 자체가 문제라기보단 현장의 이해도 부족과 설계과정에서 소통 부족 등이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됐다”고 재차 언급했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원인 중 하나로 ‘LH의 전관예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자 이에 대한 혁신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이 사장은 “LH가 설계, 감리 등 발주처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모든 업체에 전관 명단을 사전에 제출하도록 하겠다”며 “허위 명단 제출 시 입찰 제한, 계약 취소 등의 제재를 가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국토부도 LH 아파트 외에 2017년 이후 무량판 구조로 지은 전국의 민간 아파트 전수조사를 진행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민간 아파트 전수 조사관련)주민이 추천하는 전문기관을 통해 정밀안전점검을 거치는 등 안전 확보에 한 치의 우려도 남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현재까지 파악한 무량판 구조의 전국 아파트 단지는 시공 중인 105곳, 준공된 188곳으로 총 293곳이다. 민간 아파트의 보수보강 비용에 대해서는 주택업계가 보수보강을 위해 예치하는 금액을 활용할 예정이다. 또한 이권카르텔에 대한 대대적인 조치도 예고했다. 원 장관은 “책임을 물어야 하는 모든 관계자에 대해선 수사 고발과 법적인 모든 책임과 인사조치를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원 장관에게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 공사에 대해 전수 조사하고 즉시 안전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떨어진 만큼 전수조사는 기존 국토부의 조사 범위보다 더 넓게 설정해 진행할 전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017년 이후에 설계되고 시공된 아파트들이 조금 문제가 있는 측면들이 있어서 그 부분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며 “앞선 정권에서 설계와 시공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할 수 있지만 그와 관계없이 우리 정부는 책임지고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박지애 (pja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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