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1134가지 색, 시대의 감수성 담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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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인간처럼 혹은 인간 이상으로 그림을 그리는 세상이다.
주문하면 주문한대로 나름의 로직(논리)을 갖고 선을 만들고 색을 조합한다.
20년 간 색을 수집한 박미나 작가는 '기술의 색 조합이, 인간의 색 조합을 대체할 수 있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단번에 '아니오'라고 말했다.
우선 인간이 만든 색의 이름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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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개의 색, 아홉 개의 가구'
2~3㎝ 두께 스트라이프 페인팅
단일 재료로 색 고유의 특성 전달
작품 속 숨겨진 색상 찾는 재미도
인공지능(AI)이 인간처럼 혹은 인간 이상으로 그림을 그리는 세상이다. 주문하면 주문한대로 나름의 로직(논리)을 갖고 선을 만들고 색을 조합한다. 기술이 결코 침범할 수 없을 것이라 믿었던 철옹성 같은 예술의 영역에 AI가 발을 내딛고 있다. 혹자들은 작가라는 직업도 AI가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년 간 색을 수집한 박미나 작가는 ‘기술의 색 조합이, 인간의 색 조합을 대체할 수 있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단번에 ‘아니오’라고 말했다. 그 확신을 보여주는 전시가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린다. 박미나 개인전 ‘아홉 개의 색, 아홉 개의 가구’는 인간이 기술에게 표출하는 일종의 ‘자신감’이다.
박 작가는 지난 2003년부터 20여 년 가까이 색을 연구하고 수집해 온 ‘색 덕후’다. 2003년 우연히 갤러리스트로부터 ‘오렌지 페인팅’을 주문 받고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오렌지 색 물감을 수집한 게 시작이다. 당시 캔버스의 가로 길이를 수집한 물감의 수로 나눠 각각 2~3cm 두께로 칠하는 스트라이프 페인팅을 선보였는데, 그를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여 년간 연구한 수많은 색을 총망라 한다. 9개의 회화 작업에 쓰인 색상은 총 1134. 각 작품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색의 이름과 실제 보여지는 색, 그리고 물감 제조사가 만든 색이 얼마나 다르고 다채로운지를 보여준다.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솔루션 프로그램에서는 색을 번호로 표현한다. 마우스를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아주 미세하게 옆으로 움직였을 뿐인데도 색의 느낌과 분위기가 크게 바뀌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자신이 구현하고 싶은 색의 번호를 기억하고 기록해 둔다. 하지만 그런 번호 만으로 색을 설명할 수는 없다. 우선 인간이 만든 색의 이름을 보자. ‘모네 라일락', ‘코카콜라 레드’, ‘맥도날드 옐로’ 등의 이름에는 색이 사용된 시대와 감수성이 담긴다. 어떤 색인지 구체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머리에 그려지는 어떤 이미지가 있다. 또 어떤 기업은 모든 색에 ‘펄(진주처럼 반짝이는 가루 표현)’을 처리하는데 이 질감은 사진이나 컴퓨터 화면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나아가 페인트 업체들이 인수합병(M&A)이라도 하면 또 다른 색이 탄생하거나 소멸된다. 그는 이번에 전시된 모든 작품에 단일 재료를 사용했다. 색을 혼합하지 않은 것. 이를 통해 자신이 수집한 모든 색의 고유한 특성을 온전하게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전시장를 즐기기 위해 두 가지 관람 포인트를 제안한다. 우선 작품 안에 숨겨진 ‘그 색이 아닌 색’을 찾는 것. 분명 작품은 오렌지 색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그 중 ‘이게 왜 오렌지야?’라고 의문을 품을 만한 색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작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 색은 분명 제조사가 ‘오렌지’로 정의한 색이다. 작품 속 색이 내가 알고 있는 색과 달라 신뢰가 가지 않는다면 전시장 한 쪽 벽에 걸린 물감 리스트와 비교해 보길 바란다. 작가는 캔버스에 사용한 1100여 개의 물감과 물감을 제조한 기업, 실제 색 이름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전시는 10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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