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브랜즈 "성장 정체된 中, 역내패권 흔들···대만 침공 가능성 커져"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2023. 7. 3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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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해외 특별 인터뷰]
<1>할 브랜즈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학 교수
中, 인구감소 등으로 경제 내리막길
경직된 정치체제에 국제사회와 갈등
아태지역 군사적 위협 고조될 수도
미중, 안보·경제 대립에 소통 실패
외교 역할 한계···관계 개선 어려워
韓, 美 등 동맹국들과 더 밀착해야
[서울경제]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중국은 초조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2020년대 후반 중국의 군사력이 절정에 달하면 대만에 무력을 사용하려는 욕구는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할 브랜즈 미국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문제연구소 국제관계학 교수는 이달 24일(현지 시간) 서울경제신문과의 창간 특별 인터뷰에서 향후 약 10년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에서 가장 ‘결정적인 시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중국이 역내 패권을 확보하기 위해 군사적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위험한 시기의 한국 외교 전략과 관련해서는 “중국의 위협이 커짐에 따라 미국 및 다른 민주진영 국가들과 밀착해야 한다는 압력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 전략기획담당 특별보좌관, 미 국방전략위원회 수석필자 등을 지낸 브랜즈 교수는 워싱턴 정가에서 가장 저명한 국제 관계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내리막길 앞둔 中, 가장 위험한 시기 진입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급속히 커졌던 중국 경제는 2010년 10.6%의 성장률로 정점을 기록한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브랜즈 교수는 중국이 올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나섰으나 고도 성장기는 물론 2010년대 수준의 성장률로도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중국은 경작지와 물 등 성장에 필요한 자원이 줄고 인구가 크게 감소하면서 경제 둔화의 강력한 역풍을 맞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직된 정치 체제와 이로 인한 국제사회와의 갈등 역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브랜즈 교수는 “지난 10여 년 동안 중국의 개혁 프로그램은 동력을 잃었고 중국은 더 이상 미국이나 다른 국가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 경제적으로 미국을 따라잡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문제는 중국이 ‘시간은 중국 편이 아니다’라는 점을 깨닫고 있다는 것이다. 국력이 정점에 달해 내리막길을 앞둔 중국은 강대국의 수명 주기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 브랜즈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일은 중국이 군사적 능력을 믿고 대만에 무력을 사용하기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이는 미중 간 전쟁으로 이어져 태평양의 많은 지역과 그 너머 지역까지 집어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패권 경쟁의 승자, 결국 미국이 될 것

이처럼 위험한 고비를 넘기면 미중 간의 패권 전쟁에서 결국 승자는 미국이 될 것이라고 브랜즈 교수는 내다봤다. 그는 “단순한 국내총생산(GDP) 비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방식으로 미국은 여전히 중국보다 훨씬 부유한 국가”라며 “인구통계학적으로도 미국은 중국보다 훨씬 건강한 지표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물론 극심한 진영 대립 등 미국 내부에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브랜즈 교수 역시 “미국 정치 시스템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민간 영역의 자유와 혁신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정치·경제 시스템이 훨씬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처럼 자국민의 창의성을 억압할 필요가 없다”면서 “또 중요한 점은 미국이 많은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협력해 (중국과의 패권 다툼을)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 역할 제한적···미중 관계 개선 어려워

올해 6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시작으로 고위급 인사들의 방중이 이어지고 있다.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따라 미중 간 해빙 무드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일말의 기대도 나오지만 브랜즈 교수는 근본적인 관계 개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봤다.

그는 “미국과 중국은 소통에 실패해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안보·경제·기술·외교·이데올로기 문제에서 대립하기 때문에 소통에 실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교가 때로는 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관계의 궤도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에 대해서는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도 ‘단절’할 필요는 없다고 브랜즈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향후 수십 년 동안 경제적·군사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다 선별적이고 좁은 조치를 취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패권 노리는 韓, 美와 밀착해야

중국이 역내 패권을 지키려 주변 국가에 대해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변해갈수록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두고 동아시아 국가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역시 중국과의 경제적 밀착 때문에 지난 수십년 동안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벌여왔다.

브랜즈 교수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한국이 결국 미국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그는 “미국은 아시아에서 패권국이 되려 하는 중국처럼 한국의 주권과 독립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반도체와 첨단 기술 분야에서 한국이 우위를 지키기 위해서도 결국 미국과의 밀착이 필요하다고 브랜즈 교수는 설명했다. 브랜즈 교수는 “한국의 문제는 결국 한국 국민과 지도자들이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역내에서 중국의 위협이 강해짐에 따라 미국 및 다른 동맹국들과 협력해야 한다는 한국 안팎의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약력

△듀크대 부교수 △미 국방부 전략기획담당 특별보좌관 △미 국방전략위원회 수석필자 △전략및예산평가센터 선임연구원 △현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현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문제연구소 국제관계학 교수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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