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곳중 10곳 설계부터 잘못 "LH 전관예우 카르텔이 문제"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3. 7. 3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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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도 '무량판 구조' 적용
전문성 떨어지는 업체 맡겨
경실련 'LH 전관' 감사 청구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꼽히는 '철근 누락'이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도 무더기로 발견되며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특히 검단 아파트와 같은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단지를 중심으로 붕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무량판 구조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설계부터 감리에 이르기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시스템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31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무량판 구조는 수평 기둥인 '보'가 없이 수직 기둥에 콘크리트 천장(슬래브)이 바로 연결된 건축 방식이다. 기둥과 닿는 부분에 하중이 집중되기 때문에 철근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다른 방식에 비해 시공비가 적게 들고 공사 기간이 짧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철근이 부족하면 슬래브가 제대로 받쳐지지 않아 붕괴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대표적 사례다.

이날 국토교통부와 한국주택토지공사(LH) 발표에 따르면 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91개 아파트 단지 가운데 15개 단지에서 전단 보강근이 일부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 방식에 대해 잘 모르는 주민 입장에서는 무량판 구조 자체가 안전에 취약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최창식 대한건축학회장(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은 "분명히 말하지만 무량판 자체는 좋은 시스템"이라며 "다만 전제조건은 설계가 확실히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실제 LH가 발표한 철근 누락 단지 15곳 가운데 10곳은 이번 조사에서 '설계 미흡'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하중 등 구조 계산을 누락했거나, 구조 계산은 했지만 구조 도면에 부호를 표기하지 않은 식이다.

LH의 '전관예우'가 설계와 구조 전문성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축학부 교수는 "LH가 발주한 사업 가운데 설계나 구조, 정비와 관련된 외주를 전관이 있는 곳에 맡기는 경우도 있다"며 "공사의 설계 발주 시스템 자체를 확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15개 단지 가운데 5곳은 시공 미흡이 원인이기도 하다. 공사를 하기 전 설계도서의 정합 여부나 시공 위치, 방법 등에 대해 사전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LH 전관 특혜 의혹에 대한 감사 청구를 밝혔다. 경실련은 이 자리에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감사원은 LH 전관 인사 특혜 의혹에 대해 발주부터 시공 단계까지 철저히 감사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2021년 경실련이 발표한 LH 설계용역 수의계약 536건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LH가 수의계약으로 발주한 설계용역 상당 부분을 LH 전관 영입 업체가 가져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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