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투자 꽂힌 블랙스톤 … 100억弗 부동산 팔아치워
카지노 지분·리조트 등 매각
AI 데이터센터 설립비 마련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간판 부동산 소득 신탁(Breit·브리트)이 보유 자산을 팔아치우며 세계 최대 부동산 구매자에서 판매자로 변모했다. 차세대 주요 산업으로 손꼽히는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인 것으로 전해졌다.
3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최근 AI 기술 개발을 위한 데이터센터 설립 등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한 비용을 충당하고자 블랙스톤은 적극적으로 부동산을 매각하고 있다.
2021년 초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블랙스톤의 브리트는 호텔, 창고 등 시설을 포함해 총 600억달러(약 76조3700억원) 규모 부동산 자산을 인수했다.
그러나 지난해 가을부터 공격적인 부동산 인수를 중단한 뒤 투자 수익을 구체화하고 유동성을 늘리기 위한 자산 매각을 단행했다. 특히 블랙스톤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보유하고 있는 카지노 2곳의 지분 49%를 28억달러에 매각하면서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최근 몇 달 동안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8억달러 규모 리조트와 22억달러 규모 셀프스토리지(도심형 개인 창고) 등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스톤이 본격적인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근 팔아치운 자산은 100억달러(약 12조73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블랙스톤은 "100억달러에 달하는 유동성을 창출한 블랙스톤이 상당한 수준의 재정 유연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블랙스톤이 이처럼 공격적으로 부동산을 매각하는 것은 AI 기술 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블랙스톤은 AI 시장의 잠재력을 '한 세대에 단 한 번 찾아오는 기회' 수준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익명의 관계자들은 블랙스톤이 AI 기술 개발을 위한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 최소 80억달러(약 10조17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FT에 전했다.
AI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기업 간 경쟁은 계속 격화하고 있다. 기술 대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메타·아마존 등은 앞으로 급증할 AI 기술 수요에 원활하게 대응하기 위해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등에 1조달러(약 1271조70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시설 규모와 기술력 확보 수준 등에 따라 다르지만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은 최소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 들어간다는 것이 전문가들 견해다. 블랙스톤은 최근 수년간 미국 5개 주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 위한 토지 매입에 10억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아울러 기술 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양의 전력을 충당하기 위해 지역 전력사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스톤 측은 최근 투자자에게 "한 세대에 단 한 번뿐인 기회로 평가받는 AI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대형 기술 기업의 군비 경쟁이 본격화됐다"며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향후 폭증할 소비자의 AI 기술 수요를 충족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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