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위기 제주 과자공장 … 재고관리 체계화로 아마존 진출
다품종 소량생산 비효율 누적
삼성과 스마트공장 전환사업
누룽지 등 제조과정 자동화
마켓컬리·쿠팡에서 주문쇄도
제주마미는 서울 등 육지에서 제주로 이주한 여성들이 만든 사회적 기업이다. 흔한 카페나 식당 말고 제주도 특산물을 가지고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2017년 김정옥 대표가 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제주' 하면 수십 년째 감귤 초콜릿이 거의 전부"라면서 "이를 타파하고 이주민의 시각에서 제주의 다양한 특산물로 가공 먹거리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창업 당시 각오를 떠올렸다.
첫 제품은 제주 청보리로 만든 뻥튀기 과자였다. 이후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제주마미는 다양한 제품을 잇달아 개발했다. 제주 메밀차부터 누룽지, 뻥튀기, 밀키트까지 수십 종에 달하는 상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곧 문제가 발생했다.
스타트업이 적은 인원으로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다 보니 재고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직원들이 스마트폰 메신저 단체 채팅방을 통해 주문과 발주를 처리하다 보니 실수도 빈번했다.
김 대표는 "주문을 했는데 마감일이 지나도 제품을 받지 못했다는 항의를 받고 부랴부랴 밤새워 제품을 만든 적도 있었다"며 "창고에 재고가 얼마나 있는지, 주문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파악이 안 돼서 경영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대로 가면 폐업까지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는 판단하에 김 대표는 삼성 스마트공장 전환 사업을 신청했다.
현장으로 파견된 삼성 제조 전문가들은 그동안 혁신 전환을 진행한 다른 공장들과 제주마미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제주마미는 사회적 기업으로 직원 대부분이 여성이거나 장애인들로 구성돼 있다. 제조 전문 멘토단은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보다 더 먼저 이들이 무리하지 않고 쉽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집중했다.
멘토단은 제주마미가 지속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드는 것부터 돕기로 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재고를 파악하기 위한 창고 청소다.
뒤섞여 있던 자재들을 직원과 멘토단이 힘을 모아서 모두 꺼낸 후 품목별로 보관이 가능하도록 선반을 설치하고 정리했다. 이를 통해 자재를 찾는 시간이 평균 2분 넘게 걸렸던 것이 실시간으로 가능해졌다.
이후 재고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존 수기로 작성하던 것을 맞춤 프로그램을 도입해 PC로 관리하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했다. 여기에 정보관리 업무 시스템도 구축해 더 이상 모바일 메신저로 주문과 발주 등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없어졌다.
또 여성과 장애인 직원들이 무거운 쌀 포대 등을 옮기는 것에 애를 먹고 있는 것에 착안해 이동 수레를 별도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하루에 50번 가까이 쌀 포대를 옮기던 과정이 단 두 번 수레를 통한 운반으로 줄어들었다.
압출 성형기(과자 제작 기기)도 기기별로 한 명씩 전담해 작업하던 방식에서 컨베이어벨트를 도입하며 자동화했다.
직원들의 작업 편의를 위해 집중한 멘토링이었지만 생산성 향상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대표 상품 '호끌락칩스' 기준 한 달 평균 880개를 만들 수 있던 공장이 개선 후엔 1056개 생산도 가능해졌다. 연간 기준으로 1억원이 넘는 매출이 추가로 생긴 셈이다. 매출도 2년 만에 3억2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김 대표는 "이제는 마켓컬리·쿠팡과 같은 국내 플랫폼뿐 아니라 아마존 같은 외국 플랫폼에서도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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