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더 다가선 '검수원복'… 경찰 재수사 더디면 檢 직접 처리
법무부가 31일 입법예고하겠다고 밝힌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 개정안은 검사의 보완 수사 개시와 관련된 일부 권한 회복과 재수사 요청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사권 조정 이후 만연한 검경 간 '핑퐁 게임' 현상을 개선하고 그로 인한 수사 지연 현상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수사준칙(제59조)은 검사가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보완 수사를 요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했으나 개정안은 이를 '(검사가) 직접 보완 수사하거나 사법경찰관에게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로 변경한다. 나아가 검찰에서 맡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일부 사건은 '경찰에게 보완 수사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검사가 직접 보완 수사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구절을 추가했다.
법조계에선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확립된 '경찰의 보완 수사 전담 원칙'이 개정안 통과 이후엔 '검경 보완 수사 분담 원칙'으로 변경되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개정안은 또 기존 수사권 조정안이 "경찰에 대한 검찰의 사법 통제 기능을 대폭 약화시켰다"는 지적에 따라 '재수사 요청 미이행'도 새로운 송치 사유로 추가하도록 했다. 기존 수사준칙에서도 검사의 송치 요구 권한이 없진 않았으나 법령 위반, 시효·소추 조건 판단 오류 등 경찰에게 명백한 법리상 잘못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검찰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미이행된 재수사 요청 사건을 검사가 신속히 송치받아 마무리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구제 절차를 강화하고 수사 지연 현상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의 추진 배경과 관련해 "수사권 조정 이후 권한 분리에 따른 책임 분산으로 사건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졌다"며 "이른바 '사건 핑퐁' 현상이 발생하고 수사가 전반적으로 지연되고 부실해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이 검사의 보완 수사 요구·재수사 요청에 대한 경찰의 수사 기한(3개월)과 검사의 보완 수사 요구 시한(1개월)을 새롭게 규정하고, 검경 중 어느 한쪽이 요청하거나 공소시효가 임박한(3개월 이내) 선거 사건의 경우 상호 협의를 의무화한 점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보완 수사 요구 사건 중 최소 6개월 이상 장기 미이행된 사건의 비율을 따지는 '보완 수사 요구 사건 이행 지연율'은 24.3%에 달한다. 보완 수사 요구 사건 4건 중 1건이 최소 6개월 이상 미이행됐다는 뜻이다. 재수사 요청 사건의 이행 지연율은 36.3%로 더 높다. 전체 송치 사건 중 보완 수사가 요구되거나 이뤄진 비율도 수사권 조정 이전인 2019년에는 3.5%, 2020년에는 3.6%에 불과했으나, 조정이 이뤄진 뒤 2021년에는 11.9%, 2022년에는 10.4%에 달했다.
지난해 4월 시행된 대한변호사협회 회원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수사권 조정 전보다 경찰의 수사 지연이 심각한가'란 질문에 66.1%가 "맞는다"고 대답했으며, '경찰 수사 지연으로 실질적 피해가 발생했는가'란 질문에 64%가 "그렇다"고 응답하는 등 평균 수사 처리 기간이 크게 늘어났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개정안 도입과 관련해 "수사준칙은 민생준칙"이라며 "서민 생활과 직결된 대다수 민생 사건 수사가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빨라지는지,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드릴 기회를 한 번이라도 더 보장해드릴 수 있는지를 가장 먼저 고려했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도 이날 검사의 보완 수사 요구를 받은 경찰관이 정당한 이유 없이 수사를 지연한 행위에 대해 "검사가 경찰관에게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면 경찰이 이를 지체 없이 이행하고 결과를 검사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권익위에 고충 민원을 제기한 A씨는 2017년 2월 사기 혐의 등으로 B씨를 고소했으나 담당 경찰관이 약 1년5개월이 지나도록 특별한 이유 없이 수사를 지연했다고 주장했다. 검사는 2021년 11월과 2022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경찰관에게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권익위 조사 결과 해당 경찰관은 검사의 1차 보완 수사 요구 이후 약 2개월간 아무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2차 보완 수사 요구 이후 약 6개월 동안에도 수사를 하지 않았다. 또 보완 수사 지연에 따른 수사 보고 등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권익위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들어 경찰관의 이 같은 행위가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형사소송법 제197조의2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보완 수사 요구가 있을 때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 없이 이를 이행하고 결과를 검사에게 통보해야 한다.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은 "신속히 사건을 처리하고 사건 진행 상황을 명확히 알려주는 것은 고소인 등의 권익 보호를 위해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며 "검사의 보완 수사 요구 사건에 대한 처리 기간 명시 등 관련 규정이 조속히 정비될 수 있도록 경찰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정훈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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