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 가중처벌"… 법안 쏟아져도 통과는 '글쎄'
계획범죄 처벌과 형평성 문제
예방대책 마련도 마땅찮아
서울 신림역 칼부림 살인 사건으로 '묻지마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관련 법안 통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묻지마 범죄의 정의가 모호한 데다 계획 범죄보다 묻지마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게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서다.
3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 가중처벌과 관련해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들 법안은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에 대해 가중처벌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조 의원안은 사회에 대한 증오심·적개심을 표출할 목적으로 살인·상해·폭행 등 죄를 저질렀을 때 해당 죄에 정한 형의 2배까지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유 의원안은 개정안에서 묻지마 범죄를 정의하면서 가중처벌 근거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묻지마 범죄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또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2년 이상~15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모두 일반적인 살인죄나 상해·폭행치사죄보다 무거운 수준이다.
가중처벌 외에 묻지마 범죄 가해자를 치료감호 대상에 포함하자는 내용의 법안도 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2021년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무차별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치료감호 및 치료명령 대상에 포함해 재범을 방지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이렇듯 묻지마 범죄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법안의 모호함 때문에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전문위원은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회의적인 검토 결과를 내놨다. 조 의원안은 사회에 대한 증오심·적개심을 표출할 목적의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명확성 원칙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전문위원은 또 법률에 새로운 구성 요건을 신설하는 것보다 합리적 양형을 통해 해결이 가능한지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유 의원안에 대해서도 비슷한 검토 결과가 나왔다. 치료감호와 관련된 민 의원안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인을 치료감호 대상자에 추가하는 부분이 문제로 지적됐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불명확한 구성 요건과 진단상 어려움으로 법률 집행에 불안정성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안들의 통과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묻지마 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관련 법안이 '레커법'처럼 우후죽순 쏟아지지만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형량을 높게 하는 것 외에 예방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도 고민해봤는데, 예방 차원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사실 마땅치 않다"며 "(관련 법안 발의를) 검토하다가 낼 수는 있겠지만 실제 통과까지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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