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병헌→박보영, 현실감 100% 블랙 코미디 재난물 [ST종합]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아이러니하다. 블랙 코미디 그 자체다. 가장 일상적인 공간이 가장 공포스러운 공간이 된다. 극도의 현실감으로, 최고의 몰입감을 유발한다.
31일 오후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연출 엄태화·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려 엄태화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이 출연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재난
엄태화 감독은 "정해진 예산 안에서 스케일은 커보이는 것이 중요했다. 최소를 보여주되, 최대 효과를 얻으려고 고심했다"며 "그러다보니 한정된 공간 안에서 연극 같은 느낌을 받으셨을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엄태화 감독은 일상에 녹아있는 '아파트'라는 존재를 작품 속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아파트 소재를 처음 가져왔을 때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가 어떤 맥락을 갖고 있는지 공부하다 박기천 선생님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책을 보게 됐다. 인문 서적인데 한국에서 아파트가 어떻게 지금까지 만들어지게 됐는지를 공부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 제목을 가제로 붙여놨는데 '콘크리트'라는 것은 아파트를 상징한다. '유토피아'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행복한 공간이다. 그 두 단어가 붙은 것이 아이러니하고 재밌었다. 그 이상 좋은 제목이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극도의 현실감, 최강의 몰입감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가장 일상적인 장소를 배경으로, 극도로 현실적이게 벌어진다. 한정된 장소 내에서, 배우들은 극한의 상황에 내몰려 각 캐릭터를 그려내 몰입감을 높였다.
이병헌은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모든 배우, 스태프들이 폭염의 날씨에 한겨울 옷을 입고 촬영을 해야했던 부분"이라며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은 모든 작품이 마찬가지지만, 늘상 그 인물이 처한 상황과 캐릭터에 끊임없이 가까이 가려고 하는 몸부림"이라고 답했다.
박서준 역시 "더위가 많이 힘들었다. 그것말고는 이 역할을 잘 표현하고자 받는 스트레스는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어려운 점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보다 아파트 세트장이나 주변 환경들을 굉장히 현실감있게 준비해주셔서 오히려 집중하는데 더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박보영은 "개인적으로 극중 인물을 그리고 싶었는데 자꾸 박보영이 튀어나와서 그걸 잠재우느라 힘들었다. 그걸 감독님이 도움을 많이 주셨다"고 웃음을 보였다.
김선영은 "재밌게 찍었다.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김도윤은 "다른 부분들이 완벽하게 준비돼 있었다. 스태프나 다른 배우분들의 연기가 완벽했다. 제가 준비가 됐나라는 압박감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박지후는 "대지진과 강추위라는 재난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세트장 들어가자마자 몰입이 잘 되더라. 감독님과 선배들이 낯선 저를 이끌어주셔서 배우면서 촬영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엄태화 감독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현실성이었다. 오늘 저녁에 집에 들어갔을 때 갑자기 이런 재난이 일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포커스를 뒀다"며 "미술이나, 배우 연기톤, 분장, CG 디테일도 리얼함에 포커스를 뒀다. 현실적인 곳에서 오는 블랙 코미디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부분들을 가장 잘 살려보려고 했다. 그런 것이 차별점 같다"고 말했다.
◆'IF', 만약 나라면?
현장에선 배우들을 상대로 "만약 나라면?"이라는 질문이 던져졌다. 실제 자신이 황궁 아파트 입주민이라면, 외부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였다.
이병헌은 "영화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뚜렷하게 이야기하기 보단 투표로 정하려고 한다. 그 결과에 대해서 민주적으로 투표했으니 아무도 거기에 대해서 말을 못한다"며 "나중에 벌어질 문제들은 미처 생각 못하고 일단 받아주자는 쪽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답했다.
박서준은 "저 역시도 일단 외부인 전에 가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것 같다. 결과적으로 저의 생각만 말씀드리자면 받아들이자는 입장이다. 그걸 떠나서 저희가 촬영하면서 투표씬에서 돌을 넣고, 표정만 보여준다"며 "감독님과 민성이가 어떤 색의 돌을 넣었을지 토론했다. 그런 생각을 해보는 것 자체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나였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봤다. 아마 검은돌을 넣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보영 역시 "받아들여야 한다. 나중의 일은 그때 닥치면 또 해결 방안을 찾아보자는 편이다. 지금 당장은 다같이 살 방법을 찾아보려고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김선영은 "영화보기 전엔 받아들이겠다고 100% 확신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쉽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갈등이 된다. 가치관 정립을 못했다"고 털어놨다.
박지후는 "제 캐릭터랑 비교하면 먼저 외부에서 집까지 못 찾아갈 것 같다. 잘 들어왔다고 치면 다 더불어서 행복하게 살려고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도윤은 "어려운 질문이다. 외부인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스포일러일 수 있지만, 개인적인 사람을 봤을 땐 혼자일 때와 가족이 있을 때 선택지가 달라질 것 같다. 아직 정확히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8월 9일 개봉한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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