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하자던 국보법 정쟁에 끌어들인 野…“자충수 될수도”
“수사 안 한 檢의 국보법 위반, 고발 검토”
이재명 소환 시 연관성 피하기 어려워
2년 전엔 소속 의원 21명이 “국보법 폐지”
더불어민주당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검찰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으로부터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얻어내기 위해 김 전 회장의 800만 달러 밀반출 등 국보법 위반 혐의를 의도적으로 기소하지 않고 ‘거래용’으로 쥐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국보법 폐지를 주장해왔던 야당이 거꾸로 ‘국보법 위반’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의 해당 혐의가 곧 대북 송금에 관여한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에 이어 이 대표까지 적용될 빌미를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이 전 부지사가 최근 쌍방울의 방북 비용 대납 사실을 이 대표에게 사전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 했다가 번복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검찰의 회유 압박에 의한 허위 진술”이라면서도 이 전 부지사와 번번이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지난 30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검찰이 김 전 회장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만 기소한 데 대해 “국가보안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위반 혐의는 물론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서도 봐주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이 검찰의 ‘사법 거래’에 휘둘려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앞서 이 대표도 페이스북에 “검찰은 김성태 회장이 800만불을 해외로 빼돌려(특가법 위반) 북한에 몰래 주었다(국보법 위반)고 공소장에 써 놓고도 막상 기소는 중범죄는 다 빼고 경미한 미신고외환거래(외국환거래법 위반)만 적용했다”며 “노상강도를 경범죄로 기소했다”고 적었다.
당 차원의 고발 검토도 예고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김 전 회장이 북한에 돈을 전달했다면 국가보안법상 편의제공, 특가법상 재산국외도피에 해당한다”며 “검찰이 이를 인지하고도 수사하지 않은 것은 국가보안법 제11조 특수직무유기에 해당한다. 검찰이 제1야당 대표를 탄압하기 위해 회유와 봐주기 수사를 한다면 민주당은 관련 혐의에 대한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지검은 입장문을 내고 “(김 전 회장이) 외국에 재산을 ‘축적·은닉’하려는 것이 아니라 북한에 지급하기 위해 외화를 반출한 ‘대가 지급’에는 재산국외도피를 인정하지 않는 게 대법원의 판례라서 기소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김성태 회장에 대한 회유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근거 없는 주장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보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검찰은 이 전 부지사로부터 이 대표에 뇌물죄를 적용할 근거가 될 진술을 확보했다. 이 전 부지사가 지난해 10월 14일 기소되고 재판을 받는 줄곧 모든 혐의를 부인한 지 약 8개월 만이다. 이후 ‘옥중 편지’를 써 진술을 번복했지만, “김 전 회장과 대북 사업 및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을 신경써달라는 취지로 대화했다”는 것은 인정했다.
정치권에선 검찰이 내달 중 이 대표를 소환한 뒤, 임시국회가 열리는 8월16일 이후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이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김성태-이화영-이재명’ 순으로 수사망을 좁혀 위법 혐의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제기한 김 전 회장의 ‘국보법 위반’ 혐의는 곧 이 전 부지사와 이 대표와 연관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에 관여했고, 이 과정에서 이 대표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를 찾는 데 검찰 수사가 집중돼 있어서다. 당 관계자는 “이화영이 말을 바꾸고 상황이 급박해지니 국보법 운운하는 자충수를 뒀다. 검찰에 역공의 빌미를 줬다”고 했다.
자당 의원들이 국보법 폐지를 주장했던 것도 고발에 부담이 되는 요소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지난 2021년 10월 ‘국가보안법 폐지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여기에는 ‘코인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소속 강민정·김용민·김홍걸·민병덕·박영순·서동용·설훈·소병훈·송재호·양경숙·최강욱 의원 등 21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으로 검찰의 대공 수사권을 박탈한 것을 두고 ‘자기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사 출신인 한 국민의힘 의원은 “만약 (김 전 회장의 국보법 위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이재명 대표도 공범이 되는 것”이라며 “전 정부때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막아 놓고 ‘왜 검찰이 국보법으로 기소 안 하느냐’라고 하는 것도 자기모순이고 몰염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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