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실질임금 감소…"일용직 임시직 고통은 더 심해"

윤정식 기자 2023. 7. 3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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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꼬리만큼이지만 통장에 찍히는 월급은 분명 올랐습니다. 그러면 분명 뭐라도 좋아져야 하는데 이상합니다. 한달 한달 지날수록 살림살이는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살기 힘들다는 서민들의 푸념이 아니었습니다.

실제 통계로 확인되는 현실이었습니다. 31일 고용노동부는 실질임금 통계를 발표했습니다. 3개월 연속 하락했습니다.

통장에 찍히는 명목임금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1% 올랐다. 그러나 같은 시기 소비물가지수는 3.3% 올라 실질임금은 0.2% 줄었다. 〈자료=JTBC 뉴스룸〉

올라도 오른 게 아닌 월급



실질임금이란 실제 받는 '명목임금'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눈 백분율 환산입니다.

통장에 찍힌 숫자만 보는 게 아닌 다른 물가 상황을 고려한 임금의 실제 가치를 나타내 '서민 살림살이' 지수로도 불립니다.

이 방식대로 계산해봤습니다.

지난 5월 국내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 노동자 월평균 임금은 370만3000원입니다.

지난해 같은 달 359만2000원보다 11만1000원(3.1%) 오른 겁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통계청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습니다.

지난 5월은 111.13(2020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3% 올랐습니다.

명목임금이 3.1% 오를 때 물가가 3.3% 올라 실질임금은 0.2% 준 겁니다.

살림살이가 내리막이라는 걸 말해줍니다.

올해 1~5월 누적 실질임금은 지난해보다 1.7% 내려간 359만8000원이었다. 〈자료= JTBC 뉴스룸〉

1년 넘게 지속하는 실질임금 감소



고작 한 달, 체감 임금 0.2% 줄은 걸로 왜 이리 호들갑이냐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매달 반복 중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실제 올해 1∼5월 누적 실질임금은 지난해보다 1.7% 내려간 359만8000원이었습니다.

범위를 더 넓히면 실질 임금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10개월 연속 내림세였습니다.

올해 2월 깜짝 반등했다가 3월, 4월, 5월은 다시 내려갔습니다.

최근 14개월 동안 13개월의 실질임금이 준 겁니다.

지난 5월 기준 임시·일용근로자는 1.4% 상승에 그쳤다. 〈자료= JTBC 뉴스룸〉

임시직일수록 실질임금 고통 더 해



월급 가치와 물가의 격차는 임시직 일용직 노동자들이 더 크게 느낍니다.

소비자물가지수 3.3% 상승은 모두에 똑같이 적용되는데 명목임금은 노동자마다 오르는 수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기준 상용근로자 명목임금은 3.5% 올랐지만, 임시·일용근로자는 1.4% 상승에 그쳤습니다.

고용 형태도 불안한 임시·일용근로자 입장에서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고통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입니다.

농·축·수산물은 이번 '극한 호우'로 가격 상승을 예약해뒀습니다. 공공요금과 유가 인상은 운송비 등 다른 물가를 줄줄이 올릴 수 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억 소리 나는 물가 인상, 그에 못 미치는 임금인상



공무원보수위원회는 내년 5급 이상 공무원 임금은 2.3%, 6급 이하는 3.1% 인상을 제안하기로 했다. 〈자료= JTBC 뉴스룸〉
반면 오르는 물가에 걸맞은 임금 인상은 힘들어 보입니다.

당장 내년 공무원 월급 인상안이 많은 걸 말해줍니다.

최근 공무원보수위원회는 내년 5급 이상 공무원 임금은 2.3%, 6급 이하는 3.1% 인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가 상승세를 고려하면 낮은 수준인데 이마저도 권고안입니다.

실제 정부 예산 편성 과정에서는 이보다 인상률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만일 이 권고안이 유지돼도 9급 초임 공무원 월급은 직급보조비, 정액 급식비 등을 포함해 217만 원입니다.

최근 2.5% 인상이 결정된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약 206만 원인 걸 고려하면 큰 차이 없습니다.

어렵게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도 기쁨은 잠시. 해가 갈수록 쪼그라드는 실질임금 생활을 준비 현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반 사기업은 분위기가 더 안 좋습니다.

양채영 전남대 경영학부 교수는 "민간기업 임금인상은 공무원보다 변동성이 더 커 호경기에는 더 오르고 불경기에는 더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다"면서 "내년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민간 기업은 3%대 임금인상은 꿈꾸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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