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매출 감소는 미국 경제 연착륙의 신호일까 [마켓톡톡]
명품은 대표적 불황 아이템
LVMH 미국서 매출 감소
아시아 매출 되레 증가
연착륙 조건 충족했을까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중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개인소비지출(PCE)은 지난 6월 각각 3%로 하락했다. 근원 PCE도 5월보다 0.5%포인트 하락한 4.1%로 둔화했다. 이로 인해 실업 등 급격한 위축을 겪지 않고도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는 연착륙을 기대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 2분기 명품 브랜드의 미국 매출이 감소한 것도 연착륙의 증거 중 하나가 될 수 있을까.
■ 미국 vs 아시아=명품 판매는 소비 심리와 연관이 깊다. 일반적으로 경기침체가 오면 가성비 제품의 판매가 늘고, 비싼 제품의 소비는 감소한다. 그런데 명품 판매는 되려 경기침체기에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경제‧심리학적 논리도 많다.
우선 부자들의 남들보다 돋보이고 싶은 심리가 작용해 가격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줄지 않는 '베블런 효과'가 있다. 소비 여력이 없어 비싼 제품 대신 립스틱과 같은 작은 사치품을 산다는 '립스틱 효과'도 있다. 립스틱 효과를 실업이 증가하면서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불황형 소비로 설명하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 경제분석국(BEA)은 분기마다 화장품‧향수 등 개인 사치품의 지출 데이터를 발표한다. 그래서 불황기 명품 판매 증가는 선행지수라기보다는 후행지수에 가깝다.
불황과 명품 판매 증가가 입증됐다면, 그 역의 관계는 어떨까. 미국 경제의 연착륙 기대가 높아지면서 2분기 미국인들이 명품 소비를 줄인 사실이 관측됐다. 명품 브랜드 LVMH가 지난 7월 25일(현지시간)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이 브랜드의 올해 2분기 미국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했다.
지난 5월 도이체방크가 경고한 것보단 개선됐지만, 매출 감소를 막진 못했다. 이 기간 미국인의 실질수입은 증가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들의 6월 실질소득은 전월보다 0.2% 증가하고, 1년 전보다는 1.2% 늘었다. 미국인들의 소득이 감소해서 명품을 못 산 게 아니라는 뜻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월 28일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올해 2분기 미국에서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찌‧발렌시아가 소속된 케링의 2분기 북미 매출은 1년 전보다 23% 감소했다. 북미 지역 2분기 매출은 버버리가 8%, 프라다도 6% 줄어들었다.
명품 판매와 경기침체의 관계는 지역별 격차도 설명해줄 수 있을까. 단언하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숫자에서는 차별화가 확연하다. LVMH 실적을 보면 경제 연착륙이 예상되는 미국과 그 외 지역의 격차가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LVMH의 2분기 전체 매출은 미국의 판매 감소에도 1년 전보다 17% 증가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이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LVMH의 2분기 아시아 지역 매출은 1년 전보다 23% 증가했다. 유럽 지역 2분기 매출도 1년 전보다 22% 늘어났다.
■ 연착륙의 조건=미국 경제가 연착륙하려면 우선 연준이 내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착륙의 조건은 '인플레이션 2%'다. 구체적으로는 CPI 2%, 근원 PCE 2%라는 조건이다. 이를 만족하면서도 급격한 실업률 상승과 주택가격의 하락이 없어야 '연착륙'이 된다. 미국 국채와 회사채의 금리 차이도 줄어들어야 한다.
미국 역사상 의심의 여지 없이 연착륙에 성공했던 것은 세번밖에 없었다. 1966년, 1984년, 1994년이다. 공통점은 대형 사건이 발생하면서 연준이 이른바 예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이다. 1984년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일리노이주 지역 은행이 파산 위기를 맞았고, 1994년에는 세계 채권시장에서 채권 가격이 급락하는 일이 발생했다.
연착륙의 마지막 조건은 거품 제거다. 미국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격하게 늘어난 유동성을 제거하지 못한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았다. 이로 인해 모든 자산에 거품이 낀 상태가 상당 기간 유지됐다. 미국 경제가 긴축에서 완화로 확실히 방향을 수정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7월 26일 "(금리 인하가) 올해는 아닐 것"이라고 말한 이유다.
실제로 경기침체를 나타내는 여러 신호 중 하나인 미국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Purchasing Managers' Index)를 보면, 경기침체의 신호가 다소 약화하긴 했지만, 역사적으로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국의 ISM 제조업지수는 지난해 12월 1년 전보다 무려 10포인트 이상 하락한 49.0을 기록하며 경기침체 우려가 매우 증가했다.
지수는 올해 3월 46.3으로 최저치를 찍고 올라왔지만, 6월에 46.0으로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8월 1일 발표될 7월 지수 전망치는 46.5다. ISM 제조업지수를 처음 집계한 1948년 이후 이 지수가 46.3 이하를 기록한 건 16차례였다. 이중 경기침체가 발생한 건 12차례였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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