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제르 시민들 “프랑스 타도, 푸틴 만세”…서방 vs 러 구도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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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쿠데타로 혼란에 빠진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시민들이 자신들을 오랫동안 식민지배한 프랑스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아프리카 사헬 지역(사하라 사막의 남단)의 유일한 민주국가인 니제르에 혼란이 고조되며,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가던 러시아와 서방의 대립 구도가 강화되고 있다.
외신들은 반프랑스·친러시아 정서에 기초한 니제르의 혼란은 사헬 지역에서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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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쿠데타로 혼란에 빠진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시민들이 자신들을 오랫동안 식민지배한 프랑스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아프리카 사헬 지역(사하라 사막의 남단)의 유일한 민주국가인 니제르에 혼란이 고조되며,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가던 러시아와 서방의 대립 구도가 강화되고 있다.
미국 시엔엔(CNN) 등은 30일 쿠데타를 지지하는 니제르 시민 수천명이 수도 니아메의 프랑스 대사관 앞에 모여 창에 돌을 던지고 대사관 간판을 발로 밟는 등 항의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이들은 프랑스 국기를 불로 태우며 “프랑스를 타도하라”고 외쳤다. 프랑스는 1960년 8월 니제르가 독립할 때까지 이 나라를 오랫동안 식민지배했다. 시위에 참가한 대학생 하디자 칸토는 방송에 “우리 모두를 강탈한 프랑스에 반대하기 때문에 쿠데타 지도자들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엔 “러시아 만세”, “푸틴 만세” 등 친러시아 구호도 쏟아져 나왔다.
압두라하마네 치아니 대통령 경호실장은 지난 26일 2021년 민주적 절차로 당선된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과 그의 가족을 감금하는 쿠데타를 일으켰다. 치아니 장군은 이틀 뒤인 28일 국영티브이에 나와 “나라가 점점 망해가는 것을 보면서 지금과 같은 국가 운영 방식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현행 헌법을 정지하고 자신이 새 지도자에 올랐다고 밝혔다.
북아프리카 동서를 가로지르는 사헬 지역의 ‘쿠데타 벨트’에서 유일하게 서방과 유대 관계를 유지하던 니제르에서 건국 이후 여섯번째 쿠데타가 발생하자, 서방 국가들은 잔뜩 긴장했다. 2020~21년 말리, 2021년 기니, 2022년 부르키나파소 등에서도 쿠데타가 이어졌지만, 니제르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에 의해 통치되고 있었다.
미국·영국·프랑스 등은 성명을 내어 “바줌 대통령을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유엔·유럽연합(EU)·아프리카연합(AU)·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94달러(2021년 세계은행)에 불과한 세계 최빈국인 니제르에 원조를 중단하겠다며 압박을 가했다. 특히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는 바줌 대통령을 일주일 이내에 복귀시키지 않으면 니제르에 대한 무력 사용을 승인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니제르 군부는 압박에 굴하지 않고 동쪽으로 국경을 맞댄 차드와 ‘잠재적 동맹’을 시도하며 세력을 넓히고 있다고 시엔엔은 설명했다.
외신들은 반프랑스·친러시아 정서에 기초한 니제르의 혼란은 사헬 지역에서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고 짚었다. 러시아는 최근 이 지역에서 용병 집단인 바그너그룹과 반식민지 정서 등을 앞세워 세력을 확장해왔다. 그 때문에 바그너그룹이 이번 쿠데타에도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27일 텔레그램 채널에서 “니제르에서 일어난 일은 식민지배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투쟁”이라며 “그들이 효율적으로 독립을 얻어낸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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