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네 가지 경제 위협 요소가 동시에
가계대출 최고치·저성장 예고
네 악재 겹친 건 10년 내 처음
'최후의 보루' 소비 사수해야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다. 그런데 '쉼포족'(쉼을 포기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신조어)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2명 중 1명은 여름휴가를 포기하거나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2%가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를 꼽았다.
그럴 만도 하다. 급등한 물가 탓에 민간 소비 여력이 크게 위축됐다.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지난해 말 5.1%로 최근 10년간 가장 높게 나타났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연간 물가상승률이 1% 수준에 머무른 것과 대비된다.
금리 부담도 고조됐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현재 3.5%로 지난 1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15년 3월 1.75%로 내려가서 2022년 7월 2.25%로 오르기 전까지 2%대 미만으로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된 것을 고려하면 급속하고 예측하지 못한 변화다. 여기에 지난 7월 2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미국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최고치인 연 5.5%로 인상했다. 한미 금리 차이가 2%포인트로 확대되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혹여 올 하반기나 내년 초에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기조로 돌아선다 해도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고금리 충격의 여파는 꽤 오래 지속될 전망이다.
가계부채 상황도 좋지 않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2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로 주요 43개국 중 3번째로 높다. 가계부채 고충은 고금리로 인해 더 심화된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 부담과 연체 위험이 함께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가계대출 증가세와 고금리가 겹쳐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
저성장의 늪도 깊어지고 있다. 7월 말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1.4%로 낮췄다. 다섯 차례 연속으로 하향 조정됐다. 중국,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유지되거나 상향 조정된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1.4%는 최근 20년을 기준으로 보면,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과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0.7%)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치다. 정부는 '상저하고(상반기 부진, 하반기 반등)'를 기대했지만, 한국 경제는 올해 하반기에도 반등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고물가, 고금리, 가계부채 리스크, 경기 침체. 하나하나가 우리 경제에 큰 위협 요소들인데, 현재 이 네 가지 악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적어도 지난 10년간 이 네 가지 악재가 한 번에 겹친 적은 없었다. 높은 물가와 고금리가 장기화되면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도 버티기 어렵다. 물가 상승으로 실질소득이 줄고 이자 부담으로 처분가능소득을 감소시켜 민간의 소비 위축은 더욱 가중될 우려가 있다. 퍼펙트스톰이 우리 경제를 휩쓸더라도 버텨낼 수 있는 묘안이 필요한 시기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지난 1분기에 수출과 설비투자가 감소했음에도 우리나라 경제가 역성장을 면할 수 있었던 이유가 민간 소비가 버텨준 덕분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방어 역할을 했던 민간 소비는 2분기 들어 내리막길로 돌아섰다. 소비 위축은 분명한 위험 신호다. 소비 여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경기 둔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다. 민간 소비 위축을 최소화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생활물가와 금리 부담을 안정시키면서 가계부채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구조적인 해법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유례없는 위기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홍정민 국회의원(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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