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ROTC 인기 추락
육군이 학군사관(ROTC) 후보생 모집에 실패해 추가 모집 공고를 내게 됐다. 1961년 ROTC 제도를 도입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한때 경쟁률이 6대1을 넘기기도 했던 ROTC 인기가 추락한 데는 예전과 비교해 달라진 안보 환경, MZ세대의 조직문화 기피 같은 이유도 있겠지만 장교 복무 메리트가 없어진 게 결정적이다. 현재 일반 병사 복무기간은 육군 기준 18개월이지만 학군장교는 군종별로 24~36개월에 달한다. 과거엔 장교와 병사 간 월급 차이가 컸지만, 지금은 이마저 의미가 없어졌다. 현재 병장 월급은 100만원인데, 정부는 2025년까지 이를 150만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월급과 별도로 '장병내일준비적금'에도 정부가 지원금을 준다. 이에 반해 대학 2년간 군사교육을 받고 임관한 학군장교 초임은 180만원대에 불과하다. 이러다 병장 월급이 소위보다 많아질 거란 얘기마저 나오는 이유다. 과거에는 채용 조건에 'ROTC 출신 우대'를 내건 기업들이 많았지만, 군 가산점 제도가 폐지된 뒤로는 이런 혜택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안정적인 장교 후보생 수급을 위해 복무기간 단축과 처우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ROTC 제도가 도입된 지 반세기가 지난 만큼 시대에 맞게 조직과 교육 체계를 개혁하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다. ROTC가 대학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교육 기능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냉전시대에 도입돼 지금까지 군이 주도하고 군사교육과 훈련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대학이 선발과 운영을 주도해 공동체를 이끌 지도자 양성 과정으로 일신해야 한다. 미국 대학의 ROTC 제도가 그렇게 운영되고 있다. 미래 지도자를 키우는 리더십 스쿨 개념이다. 미국 최초의 흑인 국무장관 콜린 파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국방장관 리언 패네타, 월마트 제국을 세운 샘 월턴 등이 ROTC 과정에서 리더십을 수양하고 훗날 미국 사회를 이끈 대표적 인물들이다.
[박만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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