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아직도 60년 전 기준 쓰는 고용통계
한바탕 진통 끝에 최근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110일 역대 최장 심의시간을 들여 2.5% 오른 9860원으로 정해졌다. 노동학계에서는 노사가 저잣거리 흥정하듯 최저임금을 정하는 구태를 벗어야 한다는 매운 비판이 인다. 경제주체에 미친 영향을 속 깊게 분석해 과학적 데이터에 바탕을 두고 결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일리가 있고,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다만 이 지점을 세밀히 살펴보면 최저임금이 남긴 숙제가 또 숨어 있다. 시대에 맞지 않는 고용 통계를 현실에 맞게 재단하는 작업이다.
최저임금과 함께 단골로 도마에 오르는 문제는 주휴수당이다. 근로자가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일주일마다 하루씩 유급 휴가를 주는 제도다. 주 15시간 넘게 일하는 근로자에게는 5일을 일해도 6일치 급여를 줘야 하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비용 부담을 피해 일자리를 쪼개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154만명)는 전체 단시간 취업자의 70%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단시간 근로의 잣대가 주 15시간으로 바뀌고 있지만 정부는 주 17시간 이하를 단시간 취업자로 분류하는 통계 편제를 무려 60년 동안 유지하고 있다.
현재 취업자 분류는 1963년 마련됐다. 당시 경제개발 시기에는 주 6일, 최소 주 54시간 근무가 일반적이었다. 주 54시간의 3분의 1(17시간)을 단시간 취업자로 보기 시작한 관행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이후 무수히 많은 근로 환경 변화가 있었다. 주 52시간과 주휴수당이 도입됐고 초단기 아르바이트가 급증하며 새로운 형태의 취업자가 등장했다. 최저임금의 정교한 효과 분석에 대한 필요성도 커졌다. 하지만 고용 통계는 바뀐 환경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 편제에도 문제가 많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가 대표적이다. 정보통신기술 발전에 따라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가 특고의 대세가 된 지 오래다. 독립적으로 용역을 제공하고 그에 따라 돈을 버는 비임금근로자들이다. 하지만 현행 체계상 특고는 임금근로자에 포함된다. 분류 자체가 어긋나 있다.
현상을 보는 눈이 틀어져 있으면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정책 입안도 정교하게 할 수 없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다시 노동시장 개혁에 발동을 걸려고 한다. 그렇다면 시대에 뒤처진 고용 통계를 고도화하는 작업부터 하는 게 순서다. 이제라도 고용 통계의 어긋난 지점을 바로잡아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한 개혁의 초석을 놓을 필요가 있다.
[김정환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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