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스태프 처우 개선한다…박보균 “억대연봉 KBS, MZ세대에 보상해야”
방송업계 스태프 근로환경은 여전히 열악
정부가 프리랜서와 비정규직 위주여서 방송계 약자인 스태프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조사하고 10월까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민영 방송사인 SBS는 자발적으로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있는데, 공영방송인 KBS와 MBC는 움직임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1일 영화업계나 SBS의 사례를 참고해 지방 촬영 시 이동시간, 촬영 대기·정리 시간 등을 근로시간에 포함하고 휴식 시간을 보장하는 등 스태프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10월까지 마련해 방송사 등에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다음달부터 연출(PD), 작가, 조명, 음향, 분장 등 분야별로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조사할 예정이다.
정부가 방송스태프 열악한 처우 개선에 나선 것은 유사한 업종인 영화업계와 비교해 방송업계는 근로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영화업계는 표준근로계약서에 1주 최대 52시간 근로시간을 준수하고, 원거리 야외 현지촬영 시 이동시간과 촬영을 위한 준비, 정리, 대기시간도 근로시간으로 포함하도록 했다.
이처럼 영화업계 근로환경이 과거보다 상당히 개선되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방송 스태프들이 체감하는 현장의 열악한 정도와 상대적 박탈감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문체부 설명이다. 영화는 2시간 길이의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5~6개월 간 하루 3~4신(Scene)만 찍는데, 16부작 드라마도 같은 기간 끝내야 해 업무 강도가 높다.
문체부는 SBS를 근로환경 개선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 SBS는 지난 4월 ‘스튜디오S 드라마 제작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수도권 지역은 현장 집합부터 종료 시각까지를 촬영 시간으로 규정하고, 그 외의 지역은 여의도 출발 시각부터 도착 시각까지로 촬영 시간으로 규정하며 근로환경을 개선했다. 문체부는 “반면 KBS와 MBC는 공영방송사로서 방송 스태프들이 공정한 환경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앞장서서 모범 사례를 만들어나가야 하지만 적극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다”고 했다.
문체부는 올해 상반기 PD, 작가, 조명, 음향, 분장 등 방송 스태프들과 8차례 간담회와 인터뷰를 하며 근로 환경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한 스태프는 “PD, 조명, 분장 등 각 분야 막내들은 밤낮없이 뛰어다녀도 손에 쥐는 월급은 200만원 남짓”이라며 “촬영이 지연되는 것은 일상이고 정리시간은 대체로 근로시간으로 쳐주지 않는다”고 했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화려한 K-컬처 이면의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MZ세대 방송 스태프들의 노력에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전체 직원의 과반수가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KBS를 비롯,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리더십이 이를 개선하는 데 적극 나서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결방·미방으로 스태프나 출연자가 입는 피해를 막기 위해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 개정도 추진한다. 제작비는 방영일이 아닌 납품일을 기준으로 지급하게 하고, 납품한 프로그램은 제작비 전액을 지급하도록 하며, 결방 시 충분한 기간을 두고 서면으로 사전에 고지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촬영한 방송이 결방돼 임금을 받지 못하는 문제는 주로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주요 국제 스포츠 대회 중계가 겹쳤을 때 발생한다. 문체부는 오는 9월 개막하는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방송 스태프들이 결방으로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체부는 대책 중 하나로 지난 3월 WBC 한국전 중계로 결방된 KBS, MBC, SBS 방송 3사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다음달부터 예술인 복지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또 실태조사를 벌여 불합리한 관행 개선을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가수나 배우도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구두로 계약하고 출연료 정산이 지연되는 문제를 겪고 있다. 촬영이 끝나면 예상보다 적게 출연료를 주거나 심지어 밥 한 끼로 출연료를 정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마저도 방송이 나가야 출연료를 받을 수 있어, 촬영 후 4~5개월 지나서야 받는 경우도 있다. 문체부는 가수·배우 등이 공정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대중문화예술인 방송 출연 표준계약서 개정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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