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코인 대전 ‘2라운드’···권익위 전수조사는 실효성 있을까

정대연·김윤나영 기자 2023. 7. 3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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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윤리자문위가 제명을 권고한 ‘코인논란’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김남국 무소속 의원으로부터 촉발된 국회의원 가상자산(코인) 투기 논란이 본격적인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정치권 전반으로 사태가 확산하는 것을 경계하는 가운데 여론을 살피며 국민권익위원회 국회의원 전수조사 준비 단계를 밟고 있다. 다만 권익위 조사 또한 의원들의 가상자산 현황을 낱낱이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31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여당은 이날 권익위로부터 가상자산 전수조사를 위한 개인정보제공 동의서 양식을 전달받았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통화에서 “권익위에서 양식이 오는 대로 바로 의원들에게 동의서를 받으라고 했다”며 “당장 (동의서를) 권익위에 제출하는 것은 아니다. 원내 지도부가 동의서를 받아둔 뒤 민주당과 같이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권익위와 조율한 동의서 양식에는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한 2020년 5월 말부터 올해 5월 말까지 3년 동안 의원 본인의 가상자산 거래·보유 내역 제공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의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등은 포함하지 않았다.

국회는 지난 5월 본회의에서 권익위 전수조사 등 내용을 담은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조사에 관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전수조사가 ‘김남국 물타기’로 흐를 수 있다며 소극적 태도를 보였고, 소속 의원들로부터 먼저 동의서를 받아둔 민주당은 국민의힘 동참을 압박했다. 민주당 역시 국민의힘과 동시에 동의서를 권익위에 제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의당과 기본소득당 등은 앞서 권익위에 동의서를 제출했다.

2년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부동산 투기 사태 때도 국회는 자진해 권익위 전수조사를 받았다. 2021년 3월 민주당이 먼저 권익위에 개인정보제공 동의서를 제출해 조사를 받자, 국민의힘은 석 달 뒤 이에 동참했다. 권익위는 의원 25명(국민의힘 12명·민주당 12명·열린민주당 1명)이 부동산 거래·보유 과정에서 법령 위반 의혹 소지가 있다며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했다.

권익위 조사를 통해 자진신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27일 ‘국회의원 가상자산 소유 현황 및 변동내역’이 국회 공보를 통해 공개됐다. 여야 의원 11명이 자진신고를 했는데, 가상자산 보유·거래를 하고도 신고하지 않았어도 처벌할 수 없어 의원들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21대 국회 임기개시일과 올해 5월31일 기준 가상자산 재고만 공개 대상이어서 자진신고한 국민의힘 권영세·김정재 의원조차 가상자산 소유 현황에 ‘등록사항 없음’이라고 기재됐다. 이들 중 거래내역까지 공개한 의원은 4명뿐이었다.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자문위)가 자진신고한 의원들 가운데 현재 소속된 국회 상임위원회를 기준으로 할 때 이해충돌 소지가 없다고 본 것과 다른 판단 결과가 나올지도 관심사다. 권익위는 과거 소속 상임위와 관련 법안 제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이해충돌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과 달리 익명성이 보장되는 가상자산 특성상 권익위 조사가 실효성을 갖기 어려울 거란 전망도 나온다. 권익위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거래내역을 확보하게 되는데, 해외 거래소에 가상자산을 예치했을 경우 자료 확보가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가상자산을 소재로 한 확전을 자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부친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박정희 유신정권 때 불법구금을 당해 국가로부터 받은 위자료를 가상자산 투자에 사용한 김홍걸 민주당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에 제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자진신고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자문위에 대한 당 차원의 검찰 고발을 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민주당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해온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윤리특위 제소를 머뭇거리고 있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는 김남국 의원과 달리 불법 소지가 없는데도 가상자산 투자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비판이 제기되는 데 대한 불만이 나온다. 권익위 조사에서 앞선 자진신고와 다른 내용이 파악될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도 있다. 양당 모두 ‘코인 논란’이 김 의원을 징계하는 선에서 사그라지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한 여당 의원은 “솔직히 굳이 권익위 조사를 받아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은 지난 28일 브리핑에서 “코인 앞에선 무서울 정도로 한 편이 되는 ‘더불어코인의힘’”이라고 양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김남국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의원직 제명을 권고한 자문위를 향해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할 권영세 의원 등에 대한 징계안은 논의조차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윤리특위는 지난 27일 김 의원 징계안을 1소위원회에 회부하며 본격적인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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