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집 102채 고쳐준 피자업체 회장
서창우 한국파파존스 회장
80세 이상 어르신 주택 리모델링
'로타리 하우스' 프로젝트 완료
히딩크 연인 피나스 제안으로
장애인 축구시설 12곳 건립
"마지막 구장 평양에 세울 것"
"뜯지도 않은 밥솥이 몇 개나 나오는데, 정작 냉장고 음식은 썩고 있더군요."
서창우 한국파파존스 회장(사진)은 최근 '1000년의 기적' 프로젝트를 끝마쳤다. '로타리 하우스'라는 공식 명칭이 붙은 이 프로젝트는 80세 이상 독거노인 100명의 집을 리모델링해주는 대형 사업이었다.
인테리어를 새로 한번 갈아엎고 10년쯤 간다고 보면 숫자가 100명이니 총합은 1000년이다. 로타리 하우스는 서 회장이 총재직을 임했던 국제로타리클럽 3650지구의 역점 사업이었다.
서 회장을 최근 서울 압구정동 집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들어가보면 한 칸짜리 반지하 집이에요. 도와주는 분들이 계시니 밥솥 같은 새 가전제품이 있는데, 정작 눈이 잘 안 보이시니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헌것만 쓰시던 겁니다. 그런 분들께서 삶의 마지막 시간을 깨끗한 환경에서 지내시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로타리 하우스 프로젝트를 시작하니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4인 이상 집합 금지 규정 때문에 공사가 쉽지 않았다. 정부 시책을 어길 수 없으니 한 집을 고칠 때 인부들이 시간차를 두고 들어갔다. 처음 2채를 시작한 뒤 한 채씩 늘리다 보니 만들어진 로타리 하우스는 102채. "길게 보면 10년, 짧게 봐도 7~8년 정도는 문제가 없을 집들이에요.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서 회장의 봉사활동은 재계에서도 소문이 난 수준이다. 중증장애인 아동을 씻기는 일은 기본이고 양로원 어르신 말벗에 밥 먹여드리는 봉사는 하루이틀 솜씨가 아니다. 서 회장은 봉사를 슈바이처식과 빌 게이츠식으로 나눈다. 독일계 의사인 알베르트 슈바이처는 오지로 떠나 직접 봉사했고, 빌 게이츠는 기부를 통한 환원 방식으로 봉사했다.
"슈바이처처럼 오지로 갈 수 있으면 가야겠죠. 하지만 기부자라고 해서 돈만 보냈다고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요. 비영리단체 기브웰(GiveWell) 자료를 보면 런던의 의사가 오지에서 의료봉사를 하는 것과 그가 연봉의 일정 액수를 꾸준히 기부하는 것 사이에는 살릴 수 있는 사람 수에 별 차이가 없어요. 기부도 굉장히 중요하죠."
서 회장은 스페셜올림픽의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했다. 스페셜올림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유일하게 '올림픽'이란 명칭 사용을 허락한 국제대회다. 패럴림픽이 신체장애 선수의 대회라면, 스페셜올림픽은 발달장애 선수의 대회다. 선수 모두가 메달리스트라고 그는 믿는다.
"베를린 스페셜올림픽에 가보니 유럽은 봉사 문화가 우리와 근본적으로 달라요. 자원봉사자가 2만명인데 그중 3000명이 운전기사입니다. 자기 돈과 시간을 들여 선수들 운전을 해주는 거예요. 그 나라는 봉사자가 남아돕니다. 독일의 경제적 레벨은 부럽지 않은데 그런 문화가 정말 부러워요."
2002년 월드컵 열기가 아직 식지 않았던 무렵, 서 회장은 파파존스 TV 광고 모델로 거스 히딩크 감독을 섭외했다. 서 회장 부부와 히딩크 감독 커플이 가까운 친분을 쌓았기에 성사된 광고였다.
히딩크 감독 연인인 엘리자베스 피나스의 제안으로 히딩크 감독의 모델료는 '0원'으로 책정됐다. 대신 전국에 시각장애인용 풋살구장을 지어주기로 했다. "그때만 해도 풋살이 대중적이지 않아서 풋살구장이 뭔지도 몰랐다"고 웃은 서 회장은 9년간 전국 12곳에 시각장애인용 풋살구장 '드림필드'를 지어 약속을 지켰다.
"충주 성심맹아원이 1호 드림필드였고 덕성여대에 제12호 드림필드를 지었어요. 히딩크 감독이 러시아 국가대표팀 감독이던 시절에 드림필드 준공식에 참석해 와이셔츠가 젖을 정도로 함께 뛰어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아직 히딩크 감독과의 약속은 '미완의 약속'입니다. 히딩크 감독과 마지막 드림필드를 훗날 북한 평양에 짓기로 했거든요."
히딩크 감독은 서 회장의 신간 '로타리에서 만나요'에 추천사를 썼다. 서 회장이 평생에 걸친 봉사활동 뒷이야기를 진솔한 마음을 담아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쓴 책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는 자기 자신의 영혼을 위한 배려입니다. 봉사는 자기 인생의 숨은 1인치를 찾는 일이에요."
[김유태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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