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직격탄 맞은 지방은행… 1년 새 연체율 2배 상승
기업·가계 대출 모두 증가해
다만 지방은행 연체율 관리가능한 수준에 있어
지방은행의 연체율이 1년 새 2배가량 상승하는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하고 있다. 지방은행의 주무대인 비수도권이 중소기업 경영난과 부동산 경기침체 등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방은행의 건전성 지표도 나빠진 것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 등 지방은행 5곳의 올해 2분기 평균 연체율은 0.60%로 전년 동기(0.32%) 대비 2배가량 상승했다.
연체율 증가 폭이 가장 큰 곳은 전북은행으로, 이 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7%포인트 오른 1.07%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광주은행은 0.42%포인트 오른 0.71%, 대구은행은 0.26%포인트 증가한 0.50%로 나타났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각각 0.17%포인트, 0.04%포인트 오른 0.38%, 0.32%로 집계됐다.
연체율 증가와 더불어 지방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비율도 상승하고 있다. NPL이란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주고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회수하지 못한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해당 비율이 높을수록 회수가 불확실한 부실채권이 많다는 의미다. 지방은행 5곳의 올해 2분기 NPL 평균은 0.52%로 전년 동기(0.37%) 대비 0.15%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전북은행의 경우 0.88%로 전년 동기 대비(0.43%) 두 배 이상 급등한 수치를 보였다.
지방은행 연체율이 증가한 데는 전체 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대출 연체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방은행 5곳의 올해 2분기 기업대출 연체율 평균은 0.47%로 전년 동기(0.29%) 대비 0.18%포인트 상승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광주은행의 경우 올 2분기 기업대출 연체율은 0.64%로 전년 동기(0.31%) 대비 두 배 이상 급등했다. 대구은행의 올 2분기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년 대비 0.28%포인트 증가한 0.53%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부산은행과 전북은행은 각각 0.17%포인트, 0.14%포인트 증가한 0.36%, 0.55%로 집계됐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대기업이 없고 주로 중소기업이 밀집해있어 중소기업 경영상황이 연체율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라며 “코로나19 이후 고금리, 고물가로 중소기업 경기가 악화됨에 따라 지방은행 기업대출 연체율이 수도권 대비 안 좋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보다 중소기업의 부실로 인한 위험에 더 노출돼 있다. 금융 당국은 신용도와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은행자금 이용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중소기업대출비율제도를 도입했는데,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의 규제 비중은 각각 60%(이달부터 50%), 45%다. 이는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이 원화자금대출 증가액 가운데 각각 60%, 45% 이상을 중소기업에 대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의 부실이 커지는 시기에는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큰 지방은행의 부실 위험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
지방은행 연체율 증가의 또 다른 요인은 가계대출이다. 지방은행 5곳의 올해 2분기 가계대출 연체율 평균은 0.76%로 전년 동기(0.36%) 대비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전북은행의 경우 올 2분기 가계대출 연체율은 0.86%포인트 증가한 1.72%를 기록하며 1%대를 넘었다. 광주은행과 부산은행의 올 2분기 기업대출 연체율은 각각 전년 대비 0.62%포인트, 0.23%포인트 증가한 0.88%, 0.44%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대구은행과 경남은행은 각각 0.20%포인트, 0.12%포인트 증가한 0.39%로 집계됐다.
특히 지방 부동산 침체 속도가 빨라지면서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주택가격 동향은 각각 0.05%, 0.03%를 기록하는 동안 비수도권은 -0.13%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부산 -0.29%, 대구 -0.23%, 광주 -0.23%, 경남 -0.18%, 전북 -0.16% 등으로 지방은행이 거점을 둔 지역 모두 매매가가 크게 감소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경기침체가 계속하면서 지방은행의 전망이 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은행은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 완화에 따라 가계대출 중심으로 드라이브를 걸며 대출 성장세는 기대되나, 최근 시장금리 반등 추세로 여전히 대출 부실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자금조달 측면에서도 예금이 빠르게 감소하며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지역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수신은 잔액 기준 27조6156억원에서 5월 27조5843억원으로 313억원 감소했다. 아울러 그간 안정적으로 저원가성 예금을 유치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 시금고 등 기관영업에서도 시중은행과 경쟁해야 하는 등 난황이 예상된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최근 지방은행 연체율이 높아지긴 했으나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기준금리가 계속 올라 수도권보다 취약한 지방 기업과 부동산이 타격을 크게 입었다”라며 “다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대손충당금을 늘리는 등 연체율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7월부터는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도 50%로 완화하는 등 대출 리스크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단독] 신세계 회장 된 정유경, ‘95年 역사’ 본점 손본다… 식당가 대대적 리뉴얼
- 4만전자 코 앞인데... “지금이라도 팔아라”에 가까운 의견 나와
- [그린벨트 해제後]② 베드타운 넘어 자족기능 갖출 수 있을까... 기업유치·교통 등 난제 수두룩
- [보험 리모델링] “강제로 장기저축”… 재테크에 보험이 필요한 이유
- “요즘 시대에 연대보증 책임을?” 파산한 스타트업 대표 자택에 가압류 건 금융회사
- 홍콩 부동산 침체 가속화?… 호화 주택 내던지는 부자들
- 계열사가 “불매 운동하자”… 성과급에 분열된 현대차그룹
- 삼성전자·SK하이닉스, 트럼프 2기에도 ‘손해보는 투자 안한다’… 전문가들 “정부도 美에 할
- [르포] 일원본동 "매물 없어요"… 재건축 추진·수서개발에 집주인들 '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