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영화다" 이병헌→박서준, 열연으로 완성한 '콘크리트 유토피아'[종합]
31일 서울시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의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엄태화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재난 이후 폐허가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가치관을 지닌 다채로운 캐릭터들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영화 '가려진 시간'으로 54회 대종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엄태화 감독이 7년 만의 신작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선보인다. 그는 "정해진 예산 안에서 스케일이 커보이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야 했다"며 "한정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연극 같아 보이기도 했을 텐데 그런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연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결국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엄태화 감독은 '영탁'이라는 역할에 대해 "이 인물이 기존 사회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다가 재난 이후 인정받게 되는 인물"이라며 "이병헌 배우를 만나서 얘기를 나누다가 처음부터 그런 인물로 연기하는 것보다는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아닌데 극한의 상황에 처하면 선택이 어려울 것 같고, 선택을 대신할 사람을 찾지 않을까 싶었다"며 "그 선택에 의해서 영탁이 떠밀리듯이 그 자리에 올라가게 됐고, 점점 바뀌어가면 좋겠다는 방향성을 잡았다. 영탁이 잠깐 밖을 보다가 아파트를 쳐다보는 장면을 추가했는데 이병헌 배우님이 단 한 장면으로 이 인물의 변화를 표현하는 걸 보면서 짜릿했고, '이게 영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박서준은 "저도 더위가 힘들었고, 이 역할을 잘 표현하고자 할 때 받는 스트레스는 좋은 스트레스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아파트 세트라든지 주변 환경들은 굉장히 현실감 있게 준비해 주셔서 집중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보영은 "저는 '명화'를 연기해야 하는데 자꾸 박보영이 튀어나와서 잠재우는 데 힘들었다. 감독님께서 도움을 많이 주셔서 잘 끝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부부 호흡을 맞추게 됐다. 박서준은 작품을 촬영하고 2년 만에 보게 돼서 신선하고, 촬영할 때 생각도 났다. 결과적으로는 이 둘의 관계를 제삼자의 눈으로 보려고 노력했는데 참 짠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다. 예쁜 모습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했고, 박보영은 "우리의 꽁냥거림을 많이 보고 싶은 분들은 아쉬울 수 있지만, 현실적인 부부의 모습을 보여드린 것에 만족하고 싶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황궁 아파트의 흐름을 거스르는 비협조적인 주민 '도균' 역은 매 작품 강렬한 인상을 남겨온 배우 김도윤이 맡았다. 그는 "세트장은 물론 스태프, 배우들까지 다른 부분이 너무 완벽하게 준비돼 있어서 나는 준비 됐는지 하는 압박감이 좀 힘들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한 엄태화 감독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제목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아파트 소재를 가져왔을 때,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의 의미를 찾았다.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는지, 또 어떻게 지금의 아파트가 됐는지 공부했다"며 "가제로 붙여놨는데 콘크리트는 아파트를 상징하고, 유토피아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이고 행복한 공간이다. 그 두 단어가 붙은 게 아이러니하고 재밌었다. 이것보다 더 좋은 제목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드는 내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주제에 매몰되지 말자는 것이었다. 여기 나오는 인물들의 선택, 배우들의 새로운 얼굴을 보다 보면 무더위를 잊으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건 현실성이었다. 오늘 저녁에 집에 들어갔을 때 이런 재난이 벌어지면 어떨지에 대해 생각했다. CG나 의상, 분장 등도 현실성에 포커싱을 두고 작업했다. 현실적인 것에서 오는 블랙 코미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을 가장 잘 살려보려고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병헌 또한 "오랜만에 이런 블랙 코미디를 읽어서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신선하다는 생각을 했다. 극단적인 선이나 악을 가진 캐릭터가 있는 게 아니라 선악이 공존하는 사람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적정선에서 조금씩 다르고 다양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영화가 현실적인 느낌을 받았고, 그런 보통의 인간들이 보여서 극단적인 상황을 맞이했을 때 보여지는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가 재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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