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북극해 쟁탈전…美 ‘항행의 자유’ 작전 확대, 中 정찰-감시 활동 강화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2023. 7. 3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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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쇄빙선. 미국 해안경비대(USCG) 웹사이트
대만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남태평양 등에서 계속 충돌했던 미국과 중국이 북극해에서도 패권 갈등을 벌이고 있다. 온난화로 북극의 얼어붙은 빙하가 녹으면서 새로운 항로가 속속 개척되며 북극해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서방의 압박으로 러시아의 북극해 주도권이 약화된 것도 중국이 북극해로 영향력을 확장하는 데 한몫했다.

특히 중국은 2030년 ‘북극 강대국’ 구상에 따라 미 잠수함을 감시할 수 있는 정찰 활동을 늘리고 있다. 미국은 동맹과 함께 대만해협 등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북극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전했다. 북극해 일대의 신(新)냉전 구도가 가속화하면서 이 지역에서 치열한 자원 및 안보 쟁탈전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美, 북극판 ‘항행의 자유’ 검토

미국 쇄빙선. 미국 해안경비대(USCG) 웹사이트
WSJ은 30일 “한때 천연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주요국이 협력했던 북극 일대가 점점 분쟁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미국이 북극 쟁탈전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추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극해 쟁탈전은 지구온난화로 최근 40여 년간 북극해 빙하의 약 30%가 녹아 대형 선박들의 운항이 가능한 항로가 늘어나면서 북극해의 안보·경제적 가치가 갈수록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북극해 항로의 신설로 주요국의 해상 물류 운송 거리가 크게 단축될 뿐 아니라 군사 작전의 범위도 대폭 넓어질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이 남중국해의 암초에 군사기지를 건설해 사실상 영토 확장에 나선 것처럼 북극해에서도 바위섬 등에 군사시설을 설치해 전략 거점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쇄빙선, 위성, 무인기(드론), 무인 선박 등을 통해 북극해에서 중국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있다. 올 6월까지 북극에서 활동했던 미 쇄빙선 힐리호의 선장 케네스 보다는 WSJ에 “전 세계에 ‘미국이 이 지역(북극해)을 순찰하고 있다’는 점을 알렸다”고 말했다.

WSJ는 올들어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출된 미 군사 기밀문건에 “미국이 동맹과 함께 대만해협 등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북극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또한 지난해 10월 ‘북극해 전략’을 발표하고 북극 담당 대사 직책을 신설했다.

● 中 북극서 정찰-감시 활동 강화

중국 쇄빙선 ‘쉐룽’. 미 해군연구소 웹사이트
중국은 북극해에서 러시아와의 합동 군사훈련을 진행할 뿐 아니라 정찰 및 감시 활동 또한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인민해방군의 난창급 구축함은 러시아 군함과 함께 미 알래스카주 인근 ‘알류샨 열도’ 부근에서 해상 연합훈련을 벌였다. 난창급 구축함은 100여기의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최신식 구축함이다.

12일에는 중국의 핵추진 북극 쇄빙선 ‘쉐룽(雪龍) 2호’가 북극해 과학 연구를 위해 하이에서 출항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극지연구소는 2021년 8월 북극해에 잠수함 위치 추적 등에 사용될 수 있는 수중 청취 장치를 설치했다. 캐나다군이 지난해 북극해에서 중국의 정찰용 부표를 발견하고 철거하는 일도 있었다. 미군 관계자는 WSJ에 “중국이 북극해에서 확보한 위성 및 전자 정보를 러시아와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북극해를 통하면 사실상 미국이 관할하는 인도양을 거치지 않고도 에너지 수송로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도 매력을 느끼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3대의 쇄빙선을 동원해 러시아 천연가스를 중국 등으로 수송했다. 올해 중국의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은 2018년 일찌감치 ‘북극 인접국’을 자처하며 북극을 경제영토 확장사업 ‘일대일로(一带一路)‘에 포함시킨 ‘빙상 실크로드’ 구상도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30년 ‘북극 강대국’이 되겠다는 심산이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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